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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카지노바’ 현장 르포] 게임에서 딴 돈 술이나 안주로 교환… 도박 조장 우려도

  • 이석 객원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5.09.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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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카지노 게임 즐길 수 있는 ‘카지노바’ 급속히 확산
서울에만 10여개 성행… 상품권 교환해주는 편법 업소도 기승
카지노바 업주들 “일부 업소의 문제일 뿐이다” 한목소리

고급 카페와 카지노를 결합한 이른바’카지노바’가 최근 서울 강남과 신촌 등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곳만 10여개가 넘는다. 강원도, 부산, 대구 등 지방까지 포함할 경우 50여곳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 업주들은 현재 카지노바가 “손님에 대한 서비스 차원일 뿐 도박은 아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일부 업소의 경우 이미 게임에서 딴 칩을 상품권으로 교환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가장해 도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경찰에서도 현재 카지노바 단속을 위한 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7시30분. 서울 신촌로터리 인근의 한 카지노바. 업소 입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나 바(BAR)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룰렛’ ‘바카라’ ‘블랙잭’ 등 카지노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모두 구비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내부에는 이미 몇몇 팀들이 모여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맞은편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딜러를 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업소 관계자는 “손님들이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딜러를 고용했다”면서 “이들은 모두 호텔 카지노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 딜러들”이라고 귀띔했다.

카지노바의 운영 방식은 이렇다. 이곳에 오면 우선 술값을 지불한 만큼 게임을 할 수 있는 칩이 제공된다. 손님은 이 칩으로 즐기고 싶은 카지노 게임에 배팅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게임에 이길 경우 획득한 칩의 개수만큼 술값을 할인해주거나 해당 금액을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술집에서 미니스커트 입은 딜러와 게임을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카지노바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현재 서울에만 신촌, 강남 등에서 10여개의 카지노바가 운영 중이다. 운영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으로 술이나 안주값을 감면받거나, 적립해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적립한 포인트가 현금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손님들은 게임을 통해 딴 점수를 이용해 언제든 원하는 술을 구입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지노바가 도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곳은 보통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한다. 운영 방식도 직접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지는 않지만, 게임에서 딴 돈으로 술값을 내는 것 아니냐”면서 “카지노 게임을 미끼로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강원도 평창에서는 최근 불법 도박행위를 해온 B카지노바 업주 장모(34)씨와 홍모(40)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달 10일 C모텔 7층에 카지노바를 설치, 블랙잭과 바카라게임 등 불법도박 행위를 한 혐의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500~10만원 상당의 칩을 제공해 도박을 하게 한 후, 딴 돈을 현금이나 다름없는 상품권 등으로 교환해줬다”면서 “이같은 방법으로 하루 평균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카지노바 업주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신촌 A카지노바 사장 김모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인트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면서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들은 최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지노바와 이들의 차이점이 뭐겠냐”고 반문했다. 역삼동 B카지노바 장모씨도 “최근 구속된 업주들의 경우 게임에서 딴 점수를 상품권 등으로 환전해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면서 “대부분의 가게는 술값 할인 정도로만 포인트가 쓰이고, 일정 한도가 되면 더 이상 적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박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찰측도 현재 술값만큼 칩을 이용해 게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술값만큼 칩을 지급하고, 딴 칩의 액수만큼 술이나 안주로 교환한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법 영업 카지노바 전국적으로 수십여개
문제는 모든 카지노바가 이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카지노바는 50여개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강원도 등에는 보통 한 도시에만 10여개의 카지노바가 몰려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칩을 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등 편법 운영을 일삼고 있다고 한다.

실제 신촌 A카지노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실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서울의 경우 현재 압구정동, 분당 등에 위치한 카지노바가 칩을 상품권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이같은 상품권은 인근에서 현금으로 환전도 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업소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상당수 가게는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만큼 업계 전체를 싸잡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지노바란?
카지노바란 카지노와 카페를 접목한 신종 업소. 이곳에서는 술값만큼 칩을 제공받아 룰렛, 바카라 등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손님들은 게임에서 딴 칩을 이용해 술값을 할인받거나, 적립해 이용할 수 있어 최근 급속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Side Story][ 전문가들 의견 첨예하게 엇갈려
카지노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의 경우 현금만 오가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카지노바 자체가 현행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술값만큼 칩을 지급하고, 딴 칩의 액수만큼 술이나 안주로 교환한다면 문제가 없다”면서 “현금과 다름없는 상품권으로 교환해주지 않는 한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상 카지노바에 대한 단속 규정이 없다”면서 “관할 부서인 문화관광부나 보건복지부는 우선 카지노바에 대한 규정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카지노바 자체만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카지노바의 경우 현재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면서 “일반 음식점에서 카지노 기기를 설치하고, 게임에서 딴 돈을 다시 술값으로 할인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현금이 직접 오가지 않더라도 음식점에서 사행성 놀이를 제공할 경우 도박 방조죄에 해당된다”면서 “업주의 의도를 떠나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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