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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칼럼] 언제까지 몰려만 다닐 것인가

  • VRN vrn@vrn.co.kr
  • 입력 2015.05.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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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이 업계에 몸 담고 있다보니, 시장의 변화가 무척 빠르다는 걸 종종 느낀다. 첨단 산업으로 불리우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IT산업군 중에서도 그 유행의 스피디함은 적수가 없어 보일 정도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PC나 TV 앞에 앉아 게임기나 콘트롤러를 연결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물론 게이머들에게 이런 준비는 수고라기 보다는 즐거움이었다. 게임 한판을 하기 위해 전선을 연결하고 부팅을 기다리는 행위는 설레임 그 자체였다. 요 몇년새 태블릿PC와 스마트폰 같은 기기가 과거의 거치형 게임과 자리를 바꿔버렸다. 어딘가에 몸을 기댈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게이머들이 싫증을 잘 내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게임 환경에 직면해 있다. 

오큘러스로 대표되는 VR(가상현실) 기기는 지금까지의 변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업계의 유행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달 EA가 발표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트레일러에는 현실 세계가 영상 속에 너무도 똑같이 표현돼 있다. 최초의 발표로부터 약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공개된 이 영상에는 '포토 그라메트리'라는 새로운 그래픽 처리 기술이 적용돼 있다. 지난해부터 게임 개발에 본격 도입된 이 신기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향상된 고퀄리티 게임 그래픽을 체험하게 해주는 이정표가 될 것 같다. 

게임 개발의 기술은 그 종착지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게임만큼 변화무쌍한 분야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돌이켜 보면 20년 전쯤 닌텐도의 '버추얼보이'라는 게임기기는 당시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지만, VR 기술의 첫단추를 끼운 실험적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산업의 역사 속에서 때때로 불거진 무수한 실수는 그것으로 끝나버린 것이 아니기에 의미가 있다. 새로운 기술적 도전의 노하우로 축적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발명왕 에디슨도 전구를 만들어내기까지 무려 1천번이 넘는 실패를 맛봤다. 그의 성공요인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게임의 기술적 진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게임 개발의 기술적 진화에는 반드시 하드웨어의 발전이 동반된다. 2~3년 전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가상현실 기술에 의해서, 우리들은 이제 거의 완벽한 가상 세계의 체험이 가능해졌다. 

오큘러스VR의 '리프트'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모퍼스'가 한발 앞서 VR 세상에 뛰어든 가운데, 올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HoloLens)라는 AR(증강현실) 기술을 채용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구글글래스처럼 현실의 영상에 입체적인 객체를 투영시키는 것. 마인크래프트의 블록을 거실에서 만드는 영상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홀로렌즈는 VR과는 달리, 반드시 현실 세계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게임 개발이 쉽지 않아보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련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산하 스튜디오인 라이언헤드를 이끌던 존니드햄 씨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로 이동해 Xbox와 홀로렌즈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언헤드의 게임 개발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AR기술이 접목된 대작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애플워치를 활용한 차세대 게임도 준비중이다. 이 디지털 시계의 게임 어플리케이션은, 기발한 게임 개발로 유명한 영국의 보사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스파이워치'라고 불리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수하의 심복 스파이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리더의 역할이다. 영화 007에서 제임스본드가 차고 있는 스파이 손목시계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각지에 흩어져 극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스파이들과 교신을 주고 받으며, 임무를 달성하면 레벨업을 하는 방식이다. 낮은 해상도와 한 손 조작의 핸디캡이 존재하지만, 이 게임이 우리에게 어떤 재미를 줄 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PC게임으로, 또 온라인게임으로, 그리고 모바일게임으로 남들을 쳐다보며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했다. 이젠 다른 학교 운동장을 한번쯤 바라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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