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VR칼럼] 모바일 바다에서 빠져나올 때

  •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5.06.08 15:00
  • 수정 2015.06.12 22:0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이 된다는 것.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통해 하나가 되면 그것이 최소한의 가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잉태되고 세상에 나오는 환희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이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2세의 출산을 지켜보고 싶어하게 마련이다.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은 완성된다. 이런 상황은 세계 어느나라 남자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심리인 셈이다.   

땅덩어리가 넓기로 유명한 호주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출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어느날, 제이슨은 아내와 살던 서부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4,000Km나 떨어진 동쪽 끝 도시 퀸스랜드로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만삭의 아내를 두고 떠난다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자칫하면 출산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제이슨. 하루하루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진통이 언제 시작될 지도 알 수 없었고, 급하게 비행기를 탄다 해도 4,000Km는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그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삼성에서 새로 출시한 가상현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기어VR'을 이용해 출산의 순간을 실시간 중계해주기로 한 것이다. 무려 4,000Km나 떨어져 있었지만 제이슨은 현장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한 2세의 탄생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고, 그 기쁨과 감동은 세상을 다 가진 듯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 입원중인 아이들은 유원지에 한번 가 보는 게 꿈이었다. 쉽게 호전되지 않는 병은 가진 아이들은 고작해야 가끔 집에 가는 게 전부였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언제든지 유원지나 테마파크에 가서 뛰어놀 수 있는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아주 소박한 꿈이었다. 
그들의 작은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삼성 이탈리아와 아이들이 입원중인 산타마리아 고렛티 병원이 함께 나섰다. 유명 테마파크에서 360도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어트랙션을 비롯해 흥미로움이 가득한 놀이시설 이곳저곳을 생생한 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기어VR을 쓴 아이들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영상에 환호했다.

'이모션(eMotion)'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소박한 꿈을 이뤄주기 위한 목적과 동시에 VR을 이용한 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 시도된 것이다. VR 콘텐츠가 의료계에 새로운 치료법 제시나 재활에 도움이 될 지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생생한 영상을 체험하는 그 순간만큼은 엔돌핀이 샘솟게 했을 지 모른다. 

호주 남성의 가족애와 이탈리아 환아들의 영상 두편은 모두 유튜브에서 본 것이다. 결국 이 감동의 영상들은 삼성의 '기어VR'을 간접 홍보하고 있음을 누구나 눈치 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홍보 영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가상현실(VR) 산업의 무궁무진한 가치가 아까워 보인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VR 컨퍼런스에 직접 다녀온 게임업계의 지인은 "미국의 VR산업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던 그 때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 IT기업들의 '될 듯하면 뛰어들고 아니면 말고'식의 눈치보기 전략을 안타까워했다. 

사실 VR(가상현실)은 IT기업에 국한된 산업으로만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두편의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장 의료계에도 VR이 접목되면 무한한 시너지 효과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VR 대중화의 주력 콘텐츠가 될 게임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스마트폰 게임의 바다에서 더 이상 허우적거려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