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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WOW’의 재심의 수락은 허세인가, 맞대응인가?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5.11.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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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 업체에 온라인게임 패치 심의의 관한 최종 시한을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최종 시한인 지난 11월 4일을 넘길 경우, 적법 절차에 따라 고발 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주요 골절. 게임업계 전문가들의 중론 처럼, 영등위의 강경대응이 빛을 발한 것일까. 그동안 심의에 불응했던 블리자드코리아는 자사가 서비스 해오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재심의를 받겠고 지난 11월 1일 영등위에 통보하기에 이른다. 지난 2004년 11월 3일 영등위로부터 등급 분류(2004-F0L 4003)를 신청한 이례, 단 한 차례도 재심의를 받은 바가 없었던 블리자드코리아. 재심의 수락 배경을 짚어봤다.

칼자루 쥔 영등위
재심의 수락으로 ‘와우’ 서비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그동안 초거대 패치가 총 8차례에 걸쳐 단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독불장군마냥 철저히 영등위를 무시해왔던 블리자드코리아는 게임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성인등급 판정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그토록 거만하던 블리자드코리아는 지난 11월 1일 입장을 돌변, 재심의에 응할 것임을 표명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영등위 온라인게임부 안치환씨는 “(블리자드코리아의 이번 재심의 신청은)지난 국정감사 때 패치 심의 부실 문제가 집중 지적됐음에도 업계의 자발적 패치 심의가 한건도 없었다”며 “더 이상 방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판단,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확한 업체수를 밝힐 순 없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재심의에 응한 상태이고 접수가 끝나는 대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대로라면, 영등위는 적법한 심의를 거쳐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부분은 수정, 삭제 요구 할 것이며 불이행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재심의 신청 마감 후, 심사에 착수하여 빠르면 내달 안에 재심의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코리아의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시간 벌기 나선 블리자드코리아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의 입장은 이번 재심의 자체에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법적인 사안인 만큼 회원사들에게 재심의를 받도록 권고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실장은 “패치 심의자체가 온라인 게임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음비게법(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대한 법률적 근거 역시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심의에 불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블리자드코리아의 경우 비회원사이긴 하지만, 이번 패치심의에 대해서 협회 측의 입장을 밝힌 상태이며 실무자와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로라면 그간 블리자드코리아는 영등위와 협회간에 모든 정책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외국계열 회사라는 명목하에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위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법 자체를 무시해왔던 블리자드코리아라 할지라도 협회와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마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 블리자드코리아는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이지만, 이후 심사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블리자드코리아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등위 온라인게임부 안치환씨는 “재심의 협조 여부에 따라 심의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이야 말로 블리자드코리아의 히든카드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기 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김주영 홍보팀장은 “영등위의 정책을 봐온 개발사들은 정황으로 심사과정에서 협조 요청이 올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후 협조요청에 따라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리자드코리아 역시 이런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블리자드코리아는 함구하고 있어 협조 여부에 대한 입장은 불투명한 상태다.

재심의 속, 감춰진 진실
‘와우’는 현재 15세 이용가 게임물로 지정, 청소년들이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재심의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라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경향게임스>197호 스쿠프 게재)

그럼에도 재심의를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이온의 게임디렉터 김용석씨는 세 가지로 축약했다. ▲‘18세 등급’을 맞아도 문제없다. ‘15세 이용가’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유저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인 만큼, ‘18세 등급’ 문제의 파장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 ▲‘한국의 절대 무시’ 제동이 걸림. 그동안 독자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이번 ‘패치 재심의’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력대응에 더 이상 안하무인식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 ▲지난 10월 28, 29일 애너하임에서 발표한 ‘불의 성전’ 확장팩 발매와 함께 기업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 그 전 패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확장팩 공개와 함께, 그 동안 붉어졌던 요금제의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 미리 법적인 판정에서 떳떳하겠다는 것.

이어 그는 “사실상 앞으로도 한국 서비스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와 가시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패치 재심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도 블리자드코리아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심판의 날 ‘초읽기’
재심의에 대한 결과가 빠르면 올해 안에 끝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와우’의 향방이 내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심의 과정에서 비협조적 태도로 돌변한다면 심사 결과가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시기 여부를 떠나 심의를 신청한 이상 판결은 나올 것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조영철 정책국장은 “블리자드코리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번 재심의에 동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와우’를 문제점 하나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앞으로도 산재해있는 ‘와우’의 문제들을 거론해 심판대에 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게임평론가 정제훈씨는 “그간 블리자드코리아가 보여준 한국에 대한 철저한 무시에 비춰봤을 때, 의외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제 ‘와우’가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영등위가 얼마나 공정성 있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그 동안 블리자드코리아가 해왔던 정책만큼, 합당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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