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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불법복제 또다시 기승

  • 이석 객원 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5.12.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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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식’ 전술로 단속 피해 … 일부는 프로그램 해킹까지
해킹까지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다운로드… 업계 대응 무색
한 휴대폰 커뮤니티 조사결과 30% 이상 불법다운로드 경험
전문가들 “무조건적인 단속보다는 인식전환 선행돼야” 충고

“불법 복제족,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모바일 게임업계가 요즘 고민에 휩싸였다. 지난해 업계를 뒤흔들었던 불법복제의 악령이 또다시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행보로 업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걸린 사람만 바보’라는 말은 이미 불법복제족 사이에서 행동강령이 되다시피 했다. 최근의 특징은 이들이 해킹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KT, KTF 등 이동통신업계는 그동안 신규 게임에 대해 불법복제 방지 모듈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이같은 업계의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무장해제’해 버려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모바일게임의 복제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초순부터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미국 퀄컴사가 단말기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전문가용 개발툴 ‘QPST’를 일반인이 이용하면서부터라는 것.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유료게임은 물론이고, 벨소리, 동영상 등을 PC에서 단말기로, 혹은 단말기에서 PC로 손쉽게 옮겨 담을 수 있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 마련된 휴대폰 커뮤니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게임을 다운받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성을 인지한 모바일게임산업협회 등 관련 업계는 공동대응에 나섰다. 대대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게임의 불법유통 사례를 수집한 뒤, 즉각 폐쇄시켜버렸다. 지난해 말에는 불법복제가 이뤄지는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 15명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도 했다. 물론 얼마 후 불법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하기는 했지만,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대책이었다. 이로 인해 불법 다운로드 현상도 조금은 주춤하는 양상을 띠었다.

‘게릴라식’ 수법으로 업계 단속 피해
그러나 최근 이같은 불법복제족의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이들은 카페가 폐쇄되면 다른 사이트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이른바 ‘게릴라식’ 수법으로 업계의 단속을 교묘하게 피해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휴대폰 사용자 모임은 세티즌은 최근 자사 회원 36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모바일 콘텐츠 불법복제 경험이 있느냐’는 게 질문의 골자.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설문 응답자 중 34.7%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 ‘몇 번이나 복제를 경험했느냐’는 질문에는 30.5%가 ‘수시로 복제를 하고 있다’고 답해 모바일게임의 불법복제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았음을 확인해 주었다.

문제는 모바일게임산업협회를 축으로 관련 업계가 지속적으로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는 점이다. 모바일게임산업협회 회원사들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유통 사례를 수집해 왔다.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불법복제가 발견된 커뮤니티의 경우 즉각 폐쇄조치 시켰다.

그러나 관련 카페가 폐쇄되면 또 다른 커뮤니티를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다. 사실상 이같은 조치가 커다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QPST’를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들이 즐비하게 뜬다. 한 커뮤니티 운영자는 “다음(cafe.daum.net/OOOO) 사이트 자료가 모두 삭제되어서 클럽박스(clubbox.co.kr/OOOO)에서 새로 시작한다”면서 “많이들 홍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인사말을 적어두었다. 바로 아래에는 ‘탑건2’ ‘삼국지무한대전’ ‘컴투스맞고2’ 등 관련 게임이 즐비하게 올라와 있다.

SKT, KTF 등 이동통신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신규 게임에 대해 불법방지 모듈을 적용해 대처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방지 모듈도 게이머들에게 의해 어김없이 ‘무장해제’돼 버렸다. 프로그램 해킹을 통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린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관련 업계에서도 불안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복제까지 성행할 경우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복제는 PC게임 산업을 무너뜨린 직접적인 원인이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하다. 한 모바일게임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은 대박이라고 해봤자 100만 다운로드가 고장이다. 이 경우 매출은 20억원 정도다. 개발비와 수수료, 운영비 등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별로 없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불법복제까지 판칠 경우 살아남을 회사가 과연 몇이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무조건적인 단속은 오히려 역작용 지적도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 업계뿐 아니라 정통부 등 관련 부처, 고의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퀄컴까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불법복제로 인해 회복불능에 빠진 PC게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단속은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세트즌 관계자는 “이같은 방식으로 모바일게임을 이용하는 게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관련 콘텐츠가 유료라는 사실을 먼저 사용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휴대폰 커뮤니티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만 100여종이 넘는다. 그러나 이중에는 게임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조잡한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유저들을 탓하기에 앞서 업계가 서비스나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Side Story] 모바일게임 불법복제 왜 안없어지나
모바일게임의 불법복제는 현재 상당히 보편화된 수준까지 발전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P2P 사이트에만 접속해도 관련 게임과 실행프로그램, 심지어 설명서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의 불법복제는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부에서 복제를 시작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복제 자체가 게임실행 파일의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가능케 하는 개발자용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쟁 업체에 타격을 요량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슬쩍 흘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이같은 소문은 말 그대로 ‘설’에 불과하다.

아직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법복제 확산을 우려한 나머지 소극적으로 대체한 게 오히려 불법복제족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모바일 게임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그동안 불법복제에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면서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쉬쉬해왔던 게 오히려 문제를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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