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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거래 양성화 논란 급부상

  • 이석 객원 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5.12.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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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아이템 중계사이트 ‘전략적 동거’ 불지피나
아이템 거래 양성화 논의가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적대 관계였던 게임사와 아이템 중계사이트가 제휴를 선언한데 이어,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하는 법안 상정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규제를 푸는 순간 게임이 도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이머 상당수가 아이템 거래 양성화를 찬성하고 있는 상황. 공정위도 최근 무분별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게임업체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려 일련의 논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오마인드, 아이템베이와 MOU 체결…아이템거래 사실상 허용
정성호 열린우리당 의원 주최 아이템거래 양성화 법안 상정 급물살
게임업계 “아이템 현거래 양성화 절대로 안돼” 강하게 반발

사실 아이템 거래 양성화 논란이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템베이 등 아이템 중계사이트들은 그동안 아이템 거래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이 없어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지방법원 윤웅기 판사가 게임업체의 약관상에 명시된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조항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아이템 현금거래의 법적 성격을 권리금 거래로 파악해볼 때 게임사의 현금거래 금지약관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템 양성화 논란 또다시 부각
그는 “아이템 거래 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 주고받는 돈은 게임사의 저작물인 아이템 자체 또는 그 사용권을 양도받는 대가가 아니다. 일종의 권리금 형태”라면서 “아이템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게임업체에 있다고 해도, 아이템의 거래에 쓰이는 비용은 이용자가 투자한 노력과 시간에 대한 대가이니 만큼, 게임업체가 이를 금지시킬 순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게임업체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아이템 거래 양성화가 사행심을 조장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헤친다는 게 대부분의 게임업체 주장이다. 엔씨소프트측은 “돈벌이의 수단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이미 게임이 아닌 도박이 되는 것”이라면서 “사행심을 조장하는 아이템 거래 양성화만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웹젠 관계자도 “게임사의 ‘지적 재산권’에 속하는 아이템을 이용자의 개인 소유로 보고 현물 거래하는 것은 사행성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중국 작업장의 폐해가 심한데 이를 양성화할 경우 사실상 전면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의 특징은 게임업체들마저 아이템 양성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게임 ‘로한’의 개발사 지오마인드는 지난달 28일 아이템 중계사이트 아이템베이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킹과 아이템 사기로부터 유저들을 보호한다는 게 회사측이 설명하는 MOU 체결 이유다.

윤영석 지오마인드 대표는 “아이템 거래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안심접속 서비스 등의 도입을 통해 계정도용을 막고, 아이템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오마인드측의 이같은 해명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말이 이용자 보호이지, 실상은 아이템 거래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로한’의 이용약관에는 게임 내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오마인드측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아이템 거래를 허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지오마인드의 돌출 행동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눈치다. 일부의 경우 “직업윤리도 없느냐”면서 강한 불만마저 내비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오마인드가 약관을 어겨가면서까지 아이템 거래를 허용한 것은 아이템 거래 우호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꼼수 아니겠냐”면서 “로한이 내세우고 있는 인챈트 시스템도 그동안 아이템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로한을 서비스 중인 곳이 다름 아닌 써니YNK다. 이 회사는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모든 업체가 아이템거래에 대해 반대입장”이라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써니YNK가 협회 입장을 뒤집어버려 적지 않게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을 제기한다. 지오마인드측의 행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의식한 ‘물타기’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 게임업체의 약관에 명시된 지나친 규제를 수정하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밝혔다”면서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아이템거래 양성화를 추진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법제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최근의 특징이다. 로한이 ‘아이템거래 양성화’를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29일 정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아이템 거래 양성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 상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로한-아이템베이 ‘전략적 동거’ 왜?
정 의원은 “게임 아이템 시장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사회적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아이템 거래를 제대로 규제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음지에 있는 아이템 현거래를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 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5%(352명)가 아이템 양성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설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재만 가한다고 해서 통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면서 “청소년의 아이템 거래만 별도로 규제하는 등 제2의 방법을 이끌어내 사회적 혼선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업계의 강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정 의원의 법안 상정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정 의원의 아이템 거래 양성화 법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첨예한 이견만을 도출한 아이템 거래 양성화 논란이 과연 어느쪽으로 결론이 날지 업계나 게이머들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Side Story] 외국의아이템 거래 사례 : 소니, ‘스테이션 익스체인지’ 통해 아이템 거래 허용
아이템 거래 양성화에 관한 한 외국에서도 비교적 보수적인 시각이다. 현재로써는 소니가 게임 아이템 유통 시장에 뛰어든 유일한 메이저 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소니는 지난 7월 중순 온라인 경매시스템인 ‘스테이션 익스체인지’(Station Exchange)를 북미지역에 오픈했다. 이곳은 온라인게임 ‘에버퀘스트 II’(EQ2)의 아이템 등을 공식적으로 사고팔 수 있는 곳. 요컨대 게이머는 EQ2를 하다가 게임에 필요없는 익사(Iksar) 종족의 퓨리(Fury) 캐릭터를 얻게 된다면 스테이션 익스체인지에 내다팔 수 있다. 이로 인해 게이머는 2000달러를 손에 쥐게 된다. 스테이션 익스체인지의 반향은 상당했다. 오픈 한 달여만에 20만달러 정도의 거래가 오갔을 정도로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서는 소니는 매매가의 10%를 수수료로 챙겼다.

그러나 소니는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EQ2의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는 감마니아코리아측도 “국내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혀왔다. 때문에 북미지역과의 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경매 사이트 등을 통해 엄청난 양의 아이템이 거래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불허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소니의 사례로 국내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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