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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개인정보 중국서 줄줄 샌다

  • 이석 객원 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6.02.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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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웹진이 주민번호 도용 안내… “대책마련 시급” 한목소리
중국인들의 한국인 주민번호 도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게임 웹진에서 공공연하게 한국인들의 주민번호 도용 방법을 안내할 정도다. 중국 게이머들이 ‘앵벌이’를 위해 한국인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공공성을 담보로 운영해야 할 웹진이 오히려 탈법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대책 마련을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는 실정.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실정법으로는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물의를 빗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 사이트는 17173닷컴(www.17173.com)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서우후(소후)닷컴이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게임 매거진이다. 현재 가입한 회원수만 수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은 국내 게임 관련 업체 몇 곳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온라인게임 마케팅 전문업체인 M사, M온라인게임 웹진 등이 현재 17173닷컴과 제휴 관계다.

문제는 이같은 사이트가 주민번호 도용과 같은 불법행위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한국 게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도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상세히 게재돼 있다. 심지어 구체적인 게임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탈법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게이머들은 이곳에서 얻은 정보로 손쉽게 국내 게임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국내 사이트도 상당수 제휴관계
사정이 이렇자 17173닷컴과 제휴를 맺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적지 않게 당황스럽다는 눈치다. M사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중국 진출을 위해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 사이트가 왜 이같은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문제의 사이트에 이름이 거론된 게임업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접속하는 IP를 이미 차단했다. 가상사설망(VPN)과 같은 우회 루트를 통해 접속할 것에 대비해 주민번호와 함께 실명을 회원 가입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만은 않다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일부 커뮤니티의 경우 아예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한꺼번에 제공하기 있기 때문이다. 맘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회원 가입이 가능한 셈이다.

최근 중국에 다녀왔다는 한 사업가는 “중국 학생들이 PC방에서 한국인들의 실명과 주민번호 등이 있는 사이트들을 통해 아무런 제한없이 국내 게임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을 봤다”면서 “이 사이트에는 수백명의 한국인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올라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어떤 루트를 통해 이같은 정보가 떠돌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보안이 취약한 일부 사이트가 해킹되면서 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실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얼마 전 중국 아이템 공장을 통해 벌어들인 아이템을 국내에 유통해 온 업자 50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우선 중국에서 아이템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인 업자가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을 해킹해 얻은 주민번호를 도용, 12만개의 게임 아이디를 만든다. 이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인 수천명을 현지에서 고용해 아이템을 벌어들인 뒤 국내에 판매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지난 2년여 동안 1005억원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하자 보안이 허술한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게임 계정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향후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도 최근 주민번호를 도용한 중국인 계정을 상당수 포착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자체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중국 게이머들의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면서 “이들은 국내의 무료 웹호스팅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해 우회적으로 국내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써는 뚜렷한 해결책 없어 ‘전전긍긍’
문제는 현재까지 이들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주민번호 도용은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에는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중국 게이머들의 이같은 행태가 당장은 손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향후 개인 사생활 침해와 같은 피해 발생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써는 보안을 강화해 정보 노출을 사전에 막는 길밖에 없다”면서 “조만간 웹 상에서 정보노출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side story] 한국인 개인정보 유통 실태
현재 17173닷컴 등에 회원가입 방법 등이 공개된 게임은 네오위즈가 서비스 중인 ‘악시온’을 비롯해 트리거소프트 ‘로즈 온라인’, 네오플 ‘던전앤파이더’, 윈디소프트 ‘인피니티’, 제이씨엔터테인먼트 ‘프리스타일’ 등 10여곳에 이른다. 이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로 페이지를 제작해 한국인의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생성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일부는 한국 게임업체가 IP를 차단할 것에 대비해 보안이 허술한 사이트를 경유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과 대만 신분증, 집, 주소’라는 제목 하에 수백명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올려놓고 있다. 이중에는 국내 한 지역의 거주자나 교회, 대학 등 특정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올라 있다. 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구글을 이용한 주민번호 추출 방법이 안내돼 있다. 사이트 아래에는 “한국의 일부 사이트는 실명과 주민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번호 생성기로는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이트들이 당장은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민번호 유통을 방치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중국의 경우 경제가 너무 급속도로 발전하다 보니 국내와 같은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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