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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칼럼] VR 포르노, 시선의 자유를 주다.

  • 임홍석 기자 lhs@khplus.kr
  • 입력 2016.07.22 19:10
  • 수정 2016.07.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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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모는 안봐. 징그러” 이게 뭔 X소리인가 싶었다.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야동 얘기가 나왔을 때 들었던 말이다. 곧바로 든 생각은 ‘그럼 당신은 섹스 할 때 어디를 보고 하는 거야?’ 였지만 입밖에 내 뱉을 수 없었다. 그는 내 직장 상사였으니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다지 이해 못할 얘기도 아니다. 10대 시절, 친구들과 모여서 처음 ‘서양 포르노’를 접했을 때 우린 신나기는 커녕 말이 없어졌다. 남성의 물건은 너무 컸고, 서양 여성의 그곳에는 털이 없었다. 게다가 영상의 반절은 두 사람의 성기가 합쳐진 장면만을 클로즈업 했다. ‘자극’에만 맞춰진 포르노와의 ‘첫경험’은 부담스러웠다.

현실은 포르노와 다르다. 내 물건의 사이즈는 남자배우와 다르고 이성의 그곳에는 털이 있다. 무엇보다 내 시야가 성기에만 머무른다면 그날의 거사는 그걸로 끝이 날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실에 순응만 할 수는 없다. 각자 판타지를 해소할 곳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 해소를 도와주는 게 바로 포르노가 아니겠나.

그 포르노 시장에 어느덧 VR시대가 도래했다. VR은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 이라니. 포르노의 끝이 아닌가. 판타지의 현실화다. 발 빠른 포르노 업체들은 이미 VR 시장에 뛰어들었다. 적당히 인터넷을 둘러보니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늦었다. 이 세계를 이제야 접하다니.

회의실의 문을 잠그고 ‘기사를 위해’ VR 포르노 한편을 봤다. 지극히 평범한 포르노 영상이었다. 그런데 시청이 끝나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영상은 평범한데 자극의 깊이가 남달랐다. 어차피 당장 일어설 수도 없으니 이 자극의 원천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아, 그렇다. 이건 시선의 문제였다.

HMD를 착용하고 시선을 위, 중간,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배우의 눈과 마주치니 마치 연인과의 그것과 같고, 아래를 바라 보니 어릴 적 포르노와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조금만 더 몰입하면 대화를 시도할 것만 같았다. 실로 위험한 몰입도였다. 뭐, 다른 포르노도 마찬가지겠지만 반드시 혼자 봐야 할 영상이었다.

현실에서 포르노의 성을 쫓으면 자신만 피곤해진다. 그래도 포르노를 볼 때만큼은 한껏 방탕하고 지저분한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 뭐든, 포르노의 근본은 판타지의 충족이다.

HMD 기기의 특성 때문에 손의 자유도(?) 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고, 기기의 발열에 의해 조금 더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뭣이 중할까.

한때 유행하던 광고 속의 대사로 마무리 하고 싶다.

“이게 정말 정말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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