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갈수록 교묘해지는 ‘누드패치’ 유통 실태] 호기심 차원 넘어 상업적 악용 전문 업자도 등장해

  • 이석 객원 기자 leesuk72@hanmail.net
  • 입력 2006.03.20 10:1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맛 따라 캐릭터 바꾸는 신종 ‘누드패치’ 급속 확산
인터넷 통해 유료 다운로드 가능 … 정보공유 사이트가 근원지
용산 상가서는 개조된 X박스 음성적으로 판매되기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누드패치 근절에 나선 게임업계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신종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유저들을 빗댄 표현이다. 누드패치란 하드 개조나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캐릭터를 나체로 만드는 프로그램. 그동안은 무료였기 때문에 누구나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누드패치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자가 최근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보공유 사이트를 통해 자체 개발한 누드패치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등에도 신종 누드패치를 탑재한 비디오 게임기가 음성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실 누드패치의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셀 수 없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돼 왔다. 격투게임의 ‘고전’으로 통하는 ‘데드오브얼라이브2’(이하 DOA2)가 대표적인 예다. 이 게임의 경우 한때 한글로 번역된 설명서와 함께 샘플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제작사가 관련 프로그램을 CD롬으로 제작, 판매한 업체를 고소한 것은 회사의 고민이 어느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리니지2 시리즈,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게임에도 패치 프로그램이 급속히 확산됐다. 물론 엔씨소프트가 대규모 패치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설치를 막았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회사측의 이 같은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새로운 버전을 쏟아내고 있다.

신종 누드패치 잇따라 등장
그러나 최근 등장한 누드패치는 여기서 한단계 더 진화했다. 하드 개조나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옷을 벗기는 기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캐릭터의 의상이나 이미지를 자신의 입맛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이른바 ‘포샵’ 기능이 새롭게 추가된 셈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포털사이트 등에 사이트를 개설한 뒤, 전문적으로 누드패치만을 연구한다”며 “일부는 해당 업체나 정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폐쇄된 것처럼 사이트를 꾸며놓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프로그램이 유료로 유통되고 있다. 단순히 재미로 올리던 수준에서 벗어나 돈을 받고 누드패치를 판매하는 업자까지 등장한 것.

실제 I인터넷 정보공유 서비스는 현재 관련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언뜻 보면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드패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존의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신종 누드패치라는 게 게이머들의 설명이다. 요컨대 기존의 누드패치 파일은 시스템 파일을 이용해 옷을 지우는 개념이다. 그러나 신종 프로그램의 경우 캐릭터에 새로운 스킨을 덮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유저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얼마든지 변신시킬 수 있다. 가격도 3000~5000원 정도라 최근 들어 찾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누드패치 유통업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업자는 한사코 인터뷰를 피했다. “일의 특성상 드러내놓고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패치의 기능만큼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신종 누드패치의 경우 용량만 30~40MB에 달한다”고 말하면서 증거로 자체 제작한 스크린 샷을 제시했다. X박스 등 비디오 게임기를 이용한 누드패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테크모 등 관련 업체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추적이 가능한 누드패치를 구입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이 이미 설치된 기기를 선호하게 된 것.

요컨대 기존 유저의 경우 게임기를 구입한 뒤, 직접 기기를 개조하거나 용산의 전문점에 개조를 의뢰해 왔다. 그러나 이는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용산에 가서 약간의 수수료만 얹어주면 이미 개조가 완료된 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

실제 용산전자상가에는 현재 개조가 완료된 기기가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기존의 기기 가격에 개조비, 약간의 수고비를 더한 정도다. 때문에 최근 입소문을 들은 게이머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기기에 장착된 누드패치도 새로운 버전이다. 시스템 파일을 이용해 옷을 지우는 게 아니라 기존 캐릭터에 새로운 스킨을 덮을 수 있다. 때문에 유저들 취향에 맞게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개조 완료된 X박스 용산에서 유통
전문가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누드패치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져 있는 관음문화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누드패치가 더 확산되기 전에 심의를 강화할 수 있는 제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진세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은 “게임 캐릭터의 옷을 벗기는 ‘누드패치’는 사회 전반에 관음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건전한 사이버문화 조성을 위해 업계와 정부가 나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기준 컴퓨터생활연구소장도 “우리나라의 경우 신작게임이 나올 때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등급이 분류된다. 그러나 후속 조치인 A/S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심의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ide Story] 허점투성이 심의가 가장 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누드패치가 무방비 상태로 떠돌 수 있는 데는 심의 상에 문제가 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심의에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역할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음란물이나 불법 유해정보를 조사해 조치하는 것이다. 사후심의에 역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게임 등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심의한 뒤, 등급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드패치의 경우 사전심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에 누드패치가 나와도 제재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한다. ‘심즈’ ‘프린세스메이커’ 등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에 누드패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음란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신작 게임이 나오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청소년용, 성인용과 같이 등급을 매겨 배포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게임의 경우 소관부처가 영등위이기 때문에 누드패치가 나와도 법적 조취를 취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누드패치가 더 확산되기 전에 사후심의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