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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의 게임시장 뒤집어보기] “우리는 속고 있다” 게임시장의 통계, 얼마나 믿을만한가?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6.04.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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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장에서 우리가 흔히 객관적인 자료로서 가장 신뢰하고 있는 것이 각종 통계 및 그래프일 것이다. 사람들은 사설을 몇 페이지씩 논리적으로 늘어놓으면서 설명하는 것보다 통계수치가 나타나 있는 표와 그래프 하나만 있으면 그 자료에 대해서 쉽게 객관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게임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러한 통계수치는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일까?

설문조사의 문제점
통계수치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설문조사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눈치를 챘겠지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설문조사의 내용으로 “게임에 대한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는가?”라는 설문조사가 있다고 하면 각 매체마다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볼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설문을 웹진에서 보게 되었다면 보나마나 설문의 결과는 ‘웹진’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게임전문지에서 이런 설문조사의 결과가 나타났다면 역시나 ‘게임전문지’가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을 것이 분명하다.

■ 오프라인 A 매체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의 결과
설문명은 : 기대작의 게임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는가?

■ 온라인 B 매체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의 결과
설문명은 : 게임을 선택할 때 정보를 얻는 곳은 어디인가?

단순히 이렇게 너무나 다른 결과값에 대해서 우리는 굳이 “조작이다!”라며 근거 없는 예측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그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열성 게이머 정도라면 수시로 웹진을 방문한다든지 오프라인에서 몇 천원 씩이나 하는 가격을 지불해가면서 까지 게임전문지를 구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잡지에서 설문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돈까지 지불해가면서 얻은 잡지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있다는 설문에 답변할 것이고 웹진에 자주 방문하는 유저라면 웹진을 통해 정보를 가장 많이 얻는다고 답변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설문조사를 신문사나 게임방송사에서 실시했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이렇게 타겟층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의 설문조사는 사실 의미가 없다. 오히려 온라인 게임 공식 홈페이지에서 실시하는 “우리 게임의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으셨습니까”라는 설문조사가 웹진이나 잡지 등의 설문조사보다 신뢰가치가 훨씬 높다. 의도된 조작투표나 중복투표가 가능하지 않다면 말이다.

의도된 설문결과를 만드는 방법
설문조사는 어느 정도 설문조사를 만드는 사람의 의도대로 게이머들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사기성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설문조사의 항목을 어떻게 만들어 놓느냐에 따라서 게이머들의 의견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S라는 게임을 아주 싫어하는 담당자가 설문조사를 만든다고 치자.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에게 S라는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라는 설문조사가 있다고 한다면 보통은 ▲ 만족스럽다 ▲ 보통이다 ▲ 불만족스럽다 정도의 설문조사를 만들어 33%의 비율로 설문항목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 대해서 최대한 부정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얻어내고 싶다면 ▲ 만족스럽다 ▲ 만족스럽긴 하지만 어딘가 모자란다 ▲ 그저 그렇다 ▲ 어딘가 불만족 스럽다 ▲ 내가 이 게임을 왜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정도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3개의 항목을 분리한 것이지만 불만족 스럽다는 항목은 두 개로 쪼개었고, 보통이라는 표현은 그저 그렇다라고 바꾸어 부정적인 표현을 만들었으며 그나마 만족스럽다는 부분을 두 개로 나눈 부분도 하나는 만족스럽지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쪽으로 몰아간다. 더 나쁘게 가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제목에 “S게임, 만족스럽다고 답변한 유저 10%에 그쳐”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할 것이다. 당연히 이 10%에는 “만족스럽지만 어딘가 모자란다”라고 대답한 유저들의 몫은 빠져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문조사를 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충분히 여론은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투표는 조작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온라인게임 사이트에서는 지양하는 편이 좋다. 왜냐하면 해당 게임의 게시판에도 게임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게이머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거나 불평이 있는 게이머가 게시물을 작성할 확률이 높고 게시물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설문조사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게이머들의 참가율이 좀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로 품절된 상품, 판매량은 별로?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B게임, 품절사태!”라는 기사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 기사를 접하면 마치 B라는 게임이 엄청나게 판매되어 왠지 살 마음이 없었는데도 한번쯤 관심이 가게 되고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사람이 해당 기사를 접한 후 매장에서 한 두 개 밖에 없는 해당 상품을 목격했다면 주저 없이 구매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제품의 총 판매량이 품절현상만큼 굉장했냐고 하면 그렇지 않은 상품들도 적지 않다.

즉, 품절을 마케팅의 한 가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여기에 속아 불필요한 구매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매진, 품절’ 등의 글귀는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호소할 가장 강력한 단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E라는 유통사에서 S라는 게임을 1,000장만 유통해서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치자. 그런데 실제로 이 게임을 1,000장을 판매하기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1,000장을 한번에 다 풀어버리는 것보다 500장을 먼저 풀고 품절 선언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살까 말까 고민하던 상품이 막상 품절이 되면 “상품이 있다면 사고싶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유통사에 “이제 품절돼서 구할 수 없느냐?”고 호소하게 되고 유통사는 여유있게 웃으며 “게이머들의 성원에 힘입어 급하게 추가로 제품(500장)을 출하하였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날릴 것이다. 품절은 실제적으로 두 가지 경우에서 발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유통사가 게임의 실제 인기를 파악하지 못하여 게이머층의 수요를 받쳐주지 못할 만큼 출하량을 설정한 경우 일테고 두 번째는 출하량을 일부러 낮춰 잡아 품절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맘먹은 사례일 것이다. 따라서 두 번째 경우라면 품절현상을 빚고 있는 제품이 꼭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님을 확인할수 있다.

통계에 대한 수준 높은 객관성 마련할 때
국내 시장이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 설문조사의 항목을 정할 때 신중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과 각자의 이권을 만들기 위해서 게이머들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함을 기울인 객관적인 항목의 설정이나 설문에 응할 타겟층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는 게임판매에 대한 결정적인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을 파악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그나마 PC방 통계자료나 이용현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 통계자료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비 주류라고 할 수 있는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에 대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여러 다양한 기관 등을 통해 접하는 게임 판매순위는 유통사에서 발표했거나 상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자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나의 지표는 될 수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것은 게이머들에게나 공급자에게나, 유통사에게나 답답한 부분으로 단순히 “PC게임, 비디오게임 시장은 어렵다”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어려우며 판매 1위를 보이는 게임의 판매량이 정확하게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객관적이지 못한 통계자료에 휘둘려 게이머들의 불필요한 지출, 잘못된 시장파악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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