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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머니 이용한 현금카드 등장!] 가상 계좌와 실제 계좌 연결 필요할 때마다 현금 인출 가능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6.05.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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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엔트로피아’서는 게임머니가 현금

스페인 게임 개발사, 게임머니 현금으로 인출 가능한 카드 선보여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번 돈 현금 전환 가능… 자체 환율도 있어
입소문 확산되면서 사이버 공간으로 뭉칫돈 옮겨갈 조짐도

게임에서 사용하는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인출해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 등장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페인 게임 개발사인 마인드아크(MindArk)가 개발한 MMORPG ‘프로젝트 엔트로피아(Project Entropia)’가 그것이다. 두 차례에 걸친 베타테스트를 거쳐 지난 2002년 체험판이 공개된 이 게임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게임 내 부동산 등에 돈을 투자해 번 돈으로 현실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한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터라 실현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 명퇴를 당한 임모씨(45). 회사를 그만둔 지 반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직장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그가 하는 일은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다. 얼마 전 퇴직금으로 받은 돈과 대출금을 합쳐 부동산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이 땅의 시세를 체크하고, 조경을 가꾸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임씨는 이 땅이 팔리면 경매를 통해 폐쇄된 우주정거장 하나를 구입하려고 한다. 이 우주정거장에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건설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카지노, 나이트클럽, 호텔 등 편의시설도 같이 지을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노년을 보낼 예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임 내 테마파크 수익은 ‘노년 보험’
부동산 업자인 서모씨(50)는 오프라인 가게가 없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은 얼마 전 경매를 통해 구입한 게임 가상의 섬 하나가 전부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서씨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됐다. 섬 안에 있는 거대한 성과 광산 채굴권, 섬 내 사냥권까지 획득하게 되면서 오프라인 집을 돌아볼 필요가 없게 된 것. 대신 수시로 게임에 접속해 생활비를 벌고 있다. 주 수입원은 사냥을 하러 오는 관광객이나, 황금을 캐는 업자들로부터 받는 세금이다. 섬을 구입하면서 획득한 성과 섬의 한 귀퉁이 해변은 여러 구역으로 쪼개 분양하는 부동산업도 겸하고 있다. 서씨는 “세금으로 받거나 분양을 통해 얻은 돈은 게임 내 가상계좌에 고스란히 입금된다”면서 “이 계좌는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카드와도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필요할 때마다 현금으로 찾아 쓰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게임 ‘프로젝트 엔트로피아’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풍경이다. 언뜻 보면 이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MMORPG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냥이나 일을 통해 아이템을 얻거나 경험치를 쌓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게임머니를 실제 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한 아이템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들은 이 같은 아이템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프로젝트 엔트로피아에서는 합법적으로 아이템 거래가 이뤄진다. 이 게임을 서비스 중인 마인드아크사는 최근 가상공간의 계좌와 연결된 현금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를 이용할 경우 필요하면 언제든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물론 실제 돈을 사이버머니로 바꿔 투자할 수도 있다.

한 게임평론가는 “게임 형식은 국내 MMORPG와 비슷하지만 운영방식은 정반대”라면서 “이 게임에서는 게임 속 아이템을 판매한 뒤, 그 대금을 곧바로 인출해 현실 세계에서 저녁을 사먹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게임머니인 ‘프로젝트 엔트로피아 달러(PED)’와 미국 달러의 교환 비율도 정해져 있다. 현재 환율로 치면 10PED를 진짜 돈 1달러로 바꿀 수 있다. 뿐 만 아니다. 물론 예금조회, 계좌이체, 예금 등의 기능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점포만 없을 뿐 기존 은행과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엔트로피아로 시중의 목돈이 이동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실물 경제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는 것.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 마이애미에 사는 한 게이머는 게임 내에서 매물로 나온 우주정거장을 10만달러에 구입했다. 그는 현재 이 우주정거장을 개발해 종합 리조트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실세계의 부동산 시장은 다소 정체됐지만, 가상세계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이 붐을 이루고 있다”면서 “리조트가 완성되면 호텔 수입료, 리조트 입장료 등으로 한해에만 168만달러의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 내 부동산 ‘과열 투자’ 조짐
지난 2004년 말에는 가상섬이 2만6500달러에 거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시파이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22세 호주 청년이 인터넷 경매에서 섬을 구입한 것이다. 그도 현재 섬을 개발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엔트로피아에서 거래된 돈은 16억5000만PED에 달한다. 실제 돈으로 1억6500만달러가 온라인게임을 통해 거래된 셈이다. 회사측은 올해는 두 배 이상 거래가격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 같은 방식의 거래는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경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BBC는 “이 같은 거래는 사이버게임에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소개하면서 “올 초 경제학자들은 RPG의 경제적 효과가 이미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Side Story] 신종 투자게임 실현 가능성은
‘프로젝트 엔트로피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현재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다. 긍정론자들은 가상 계좌와 실제 은행계좌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수익 모델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엔트로피아에서 거래된 돈은 1억65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벌써부터 투자 과열이나 중독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 게임평론가는 “게임 속 아이템을 판매한 뒤, 그 대금을 곧바로 인출해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발전”이라면서 “향후 이 같은 수익모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론자들은 현실적으로 관련 모델이 확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아이템 거래에 대한 시각이 썩 좋지만은 않다. 최근 들어 수위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비율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열악하다.

더군다나 이 같은 게임의 경우 보안 사고가 터지면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벌어진 ‘리니지 정보유출 사태’보다 파장이 큰 메가톤급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경우 엄격한 보안을 요구하는 은행 등과 비교해 보안이 열악한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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