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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영등위-정통윤) 싸움에 새우(게임업계) 등 터질라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리니지2’ 항소심 앞두고 업계 불안감 확산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6.06.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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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의 청소년 유해물 지정에 대한 항소심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패소할 경우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엔씨소프트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의 제재가 명백히 ‘이중규제’인 만큼 법원이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 추이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중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영등위로부터 사전 심의를 받은 작품에 대해 정통윤이 또 한번 칼을 들이대는 것은 명백한 ‘이중규제’라는 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리니지2’ 청소년 유해물 지정에 대한 항소심 10여일 앞으로
게임업계 “엔씨소프트 패소하면 업계 전체로 파장 확대될 것” 우려
이 과정에서 온라인게임 이중규제 논란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

사실 게임업계의 ‘이중 규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등위가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심의를 본격화한 2002년 7월부터 지적돼온 고질적인 문제다. 국내 게임업체들 은 그동안 영등위로부터 사전 심의를 받은 작품을 또 한번 정통윤에서 심의를 받는 이중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문제는 동일한 정부 산하 기관인 영등위와 정통윤의 심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음비게법이 적용되는 영등위는 현재 미성년자 나이를 만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과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하고 있는 정통윤의 경우 미성년자를 만 19세로 규정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로 전가되고 있다. 대표적인 희생양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엔씨소프트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3년 10월 영등위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서비스해 왔다. 그러나 이듬해인 지난 2004년 6월 정통윤이 리니지2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확정해 19세 이하에 대한 서비스를 규제한 것. 결국 엔씨소프트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정통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영등위-정통윤 기싸움 희생양”
엔씨소프트측도 이 같은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서비스 하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서비스를 못하게 한다”면서 “영등위를 통해 이미 사전 심의가 끝난 작품을 정통윤이 못하게 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한게임, 피망 등 주요 게임포털의 경우 상황이 더하다.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불법을 저지르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현행법대로라면 한게임 등은 초기화면에 영등위 심의를 받은 ‘18세 이용가’와 정통윤의 ‘19세 이용가’를 동시에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19세 이용가’만 게재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국장은 “보드게임을 서비스 중인 대부분의 게임포털이 현재 정통윤이 고시한 19세 이상가만을 표시하고, 영등위의 18세 이용가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영등위가 소송을 걸면 어쩔 수 없이 벌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18세와 19세를 동시에 걸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실상 정부 부처가 나서 게임업계의 불법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심의 영등위 일원화 ‘공허한 메아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를 따르자니 정통윤이 눈치보이고, 정통윤을 따르자니 영등위의 처벌이 두렵다”면서 “때문에 현재는 처벌 강도가 높은 정통윤쪽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정부에 대한 게임업계의 불신은 현재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전혀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로간의 파워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정보통신부측은 현재 산하 기관인 정통윤이 게임 심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임 심의는 그 동안 정통윤이 사후심의 형태로 해온 만큼 ‘깍두기’인 영등위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부쪽의 입장은 강경하기는 마찬가지. 청소년 유해매체를 고시하는 곳은 청소년보호위원회이지, 정통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실은 온라인게임 심의기능을 영등위로 일환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자율심의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조정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 피해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최 실장은 “국무총리실 경제조정관 주재로 한 회의에서 심의업무는 영등위로 일원화됐고, 공동으로 소심의위원을 선출했다”면서 “그렇다면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심의를 풀어주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리니지2’ 청소년 유해물 지정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제재가 명확히 잘못된 만큼 법원이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법원이 ‘리지니2’에 대한 청소년 유해물 지정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윤과 영등위의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파장은 엔씨소프트 뿐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청소년 유해물 지정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 진출이 활발한 중국의 경우 한국에서의 심의 결과를 게임수입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서 “고래 싸움으로 인해 새우등이 터지는 일이 없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ide Story] 문화부 Vs 정통부 기싸움 어디까지…

온라인게임대회 개최 놓고 또 한번 갈등 조짐
사실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벌이는 문화부와 정통부의 다툼은 이번 한번만이 아니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최근 국제 온라인게임대회 개최 등에 대한 업무중복 조정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양측은 입장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했다. 조정 회의도 결렬됐다. 문화부는 현재 SW진흥원이 준비 중인 국제온라인게임대회에서 e스포츠 부문을 문화부가 관장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정통부와 SW진흥원은 단순한 국산게임 홍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계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갈등으로 지난 2004년 10월 두 부처간의 업무 협약서 교환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문화부가 국무조정실에 업무 영역 조정을 맡길 방침이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이를 계기로 문화부가 게임 주무 기관임을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정통부는 법률이 허용하는 바를 최대한 해석, 업무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양측은 현재 두 부처간 협의로 조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국무조정실에 업무 영역 조정을 맡길 방침”이라면서 “이 경우 현재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콘텐츠식별체계와 함께 두 부처간 힘겨루기가 전면적으로 이뤄지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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