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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한류’ 죽이기인가? 게임 폐해 방지책인가?] 中정부의 ‘자국산업 끌어안기’ 본격화… 국내 게임업계 ‘전전긍긍’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6.06.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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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정부,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확대 적용 고려 중
- 시간제한 울타리 밖 중국산 소형게임 덕분에 호황
- 외국기업 법인세 우대 혜택 폐지 때도 국내 업체 피해 예상

중국에 진출했거나,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의 ‘자국산업 끌어안기’가 가시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현재 확대 시행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외국계 기업의 법인세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기업소득세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게임업체에 적지 않은 피해가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게임한류 죽이기’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국내 온라인게임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의 중국 정부 행보에서 볼 때 얼마든지 추정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국가신문출판총서, 선전부, 문화부 등을 주축으로 ‘온라인게임 중독방지 시스템 개발표준’안을 발표했다. 3시간 이상 초과해 접속하면 사용자의 경험치가 절반으로, 5시간 넘게 접속할 경우 경험치가 0으로 떨어지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와 유사하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중국 내에서 가장 큰 MMORPG 11개에 대해 시험적으로 이 법안을 적용했다. 중국은 늦어도 올해 안에 이 법안의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셧다운제에 대한 정책 아이디어를 당국에 제안한 곳이 다름 아닌 중국 최대의 온라인게임사인 ‘샨다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현지 업체와 짜고 한국 게임업체에 대한 ‘연합 공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샨다가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제안 왜?
한 업계 관계자는 “샨다의 경우 정책 제안 한 달 전부터 이미 자사 MMORPG의 수익모델을 접속시간에서 아이템 판매 중심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이번 셧다운제 시행은 자국 청소년 보호가 목적이 아니라 자국 산업 보호가 아니겠냐”고 밝혔다. 물론 이 법안이 실시된 이후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시장 변화는 없어 보인다. KOTRA 베이징 무역관 김명신 과장은 “중국이 온라인게임 중독방지 시스템 개발표준을 발표했지만,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해도 접속이 안 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확대 적용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에게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다. 특히 최근 상황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는 터라 업계의 불안감이나 우려는 더하다.

실제로 한국산 게임의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게임산업개발원 집계에 따르면 한국 온라인게임은 지난 2002년 ‘미르의 전설’ 시리즈가 크게 성공하면서 이듬해인 2003년에는 점유율이 55%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 현재는 점유율이 30%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게임은 지난 2003년 이후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0%대에 머물던 점유율이 현재는 50% 가까이 치솟았다. 한국과 중국 게임의 지위가 역전된 셈이다. 중국은 그 동안의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자국산 게임의 시장 점유율을 6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현재 베이징(北京), 상하이, 청두(成都), 광저우(廣州) 등 4개 도시에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원 거점을 두고 자체 온라인게임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의 급성장 이면에는 소형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선전도 숨어 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인스탯(In-Stat)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샨다네트워크’를 포함해 ‘넷이즈’, ‘The9’, ‘킹소프트’ 등 4개 회사가 사실상 휩쓸었다. 중소 업체의 경우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셧다운제 발표 이후 소형 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규제 울타리 밖에 있는 소형 온라인게임 쪽으로 발길을 돌린 것.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한국산 MMORPG가 몰락하고, 중국의 소형 온라인게임이 부흥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고위성 대리는 “자국 게임산업 보호를 위한 중국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국 게임을 이용한 ‘e-스포츠대회’ 개최 등 게임산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지정해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 기업 법인세 혜택 폐지시 피해 우려
오는 2008년부터 시행 예정인 외국기업 법인세 우대 혜택 폐지 법안도 우리 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세무당국은 현재 외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통일하는 ‘기업소득세 법안’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법인세 우대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요컨대 현행 기업소득세 법안은 외국 기업 15%~24%, 중국 기업 33%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하게 되면 내외자 기업의 법인세가 24~26%로 통일되게 된다. 기업 설립 후 몇 년간 받게 되는 법인세 혜택도 사라진다.

KOTRA 베이징 무역관 김명신 과장은 “외국계 투자기업의 경우 그 동안 기업 설립 후 수익이 발생한 첫해와 둘째 해는 법인세를 면제받고, 3~5년간은 반감 혜택을 받아 왔다”면서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와 같은 세수 혜택도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과연 통과될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다. 외국 기업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부 등 관련 당국과 현지 관영언론들이 이 법안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터라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ide Story] “게임 현지화 통해 만리장성 넘어라”… 전문가들 한 목소리
‘온라인게임의 원조국’인 우리나라가 최근 후발주자인 중국에 밀리는 데는 정국 정부의 ‘자국산업 끌어안기’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 현지화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게임 컨텐츠만 제공하고 운영은 현지 업체에 맡겨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운영을 현지 업체에 맡기다 보니 패치 지연 등 현지 유저들의 요구에 제때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의 경우 현지 업체의 실수로 오히려 피해를 입기도 했다. 농구 게임인 ‘프리스타일’로 최근 중국 문을 두드린 JC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최근 현지 서비스 업체인 ‘T2CN’의 실수로 서비스 정지 위기까지 몰렸다.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필히 취득해야 할 ‘인터넷 컨텐츠 프로바이더 허가증′을 이 회사가 소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액토즈소프트의 ‘A3’와 ‘천년’도 결국 서비스가 중단됐다. A3의 운영사인 북경동방호동과기발전유한공사가 차이나닷컴(CNC)에 거액의 빚을 지면서 전송 통로가 폐쇄 당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천년’과 ‘A3’은 4월 23일과 25일에 각각 서비스가 중지됐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고위성 대리는 “과거 온라인게임이 몇 개 없었을 때는 서버 불안 등 기술적 문제가 있어도 참았다. 그러나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떠난다”면서 “중국 시장에 완전 밀착하는 현지화를 통해 중국 유저의 요구를 신속히 반영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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