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행성 게임 단속 여파 온라인으로 확산] '돈 된다'는 말에 너도나도 참여… 개발자 집단 이탈 움직임도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6.06.26 09:1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행성 게임에 대해 대대적인 ‘연합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검·경 등 수사기관이나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업계에서도 이들에 대해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한결 같은 우려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게임업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하나둘씩 감지되기도 했다. 사행성 게임에 대한 단속 여파가 기존의 온라인 게임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업체들의 경우 부업으로 고스톱 등 관련 게임을 납품했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거액을 받고 사행성 게임의 운영을 대행하거나, 자체 보유 게임을 판매한 사례도 나오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영난 겪는 중소 온라인 게임업체 사행성 게임 제작으로 선회
- 손쉽게 돈 벌 수 있다는 말에 뛰어 들었다가 봉변 당하는 사례도
- 기존 게임업체 개발자들도 고액 연봉의 유혹 못 이겨 이탈 조짐

물론 아직까지 이 같은 사례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사례가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고스톱 및 포커 게임을 개발해 달라는 제의가 몇 건 있었다"면서 "귀가 솔깃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용 PC방에 사용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중히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일부 회사의 경우 자사 게임이 사행성 PC방에 사용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V사가 대표적인 예다. 성인용 게임포털인 R사이트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최근 자사 게임을 판매하라는 제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스톱 등 일부 게임을 거액을 받고 판매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사행성 PC방에서 서비스되면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유명 게임포털을 운영 중인 C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최근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 개인회원과 사기도박을 벌여온 혐의로 D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김모씨(49)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V사, C사 경찰조사로 곤욕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04년 11월 현금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개인 회원들과 직접 현금도박을 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상대방의 패가 보이는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 1년 6개월여 만에 29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도박 프로그램을 판매한 C사도 덩달아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로부터 모 게임포털에서 8,000만원에 도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받았다"면서 “조사 결과 프로그램을 판매한 회사는 자사의 프로그램이 사기에 악용되는지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사들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자사 게임이 불법에 사용되는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중소 업체의 경우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제작 요청에 응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존의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제작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온라인 게임사들이 이들의 집중 타깃"이라고 말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중소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사행성 게임업자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들도 할말은 있다.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무엇이든 못하겠냐는 것이다.

최근 비슷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한 회사 관계자는 “회사를 유지하려면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면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사행성 게임업체의 제안은 귀가 솔깃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고스톱이나 카드게임의 경우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납품 가격도 건당 2,000~3,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태울 수 있다"는 속담처럼 몇 푼 벌려다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존 개발자들의 이탈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개발자들의 경우 일회성 납품으로 끝나는 아웃소싱 업체와 달리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때문에 높은 연봉이나 프로젝트 비용을 대서라도 끌어 오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고스톱이나 포커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게임업체 프로그래머가 이들의 스카웃 1순위다. 한 온라인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도박게임을 하는 개발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를 받기도 한다"면서 “최근 이직한 개발자들 중에는 이와 연관이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 게임업체 개발자도 도박 게임으로
최근에는 메이저 온라인 게임업체로까지 스카우트 제안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재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전국 230개 가맹점을 모집, 1,600억원 상당의 사이버 도박장을 벌여 44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R소프트 대표 조모씨(33)와 모집책 김모씨(50)를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프로그램 개발자인 최모씨(37)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최씨는 국내 굴지의 게임사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R소프트의 의뢰로 게임 제작뿐 아니라 운영이나 사용자 알선까지 대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도박게임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상당하다. 메이저 게임업체 연봉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까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발 프로젝트를 따내도 한번에 거액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Side Story]
포털업계 “불똥 튈라" 전전긍긍
검·경의 집중 단속에 긴장하는 곳은 불법 사행성 게임업체 뿐만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해 온 기존의 게임포털도 최근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칫하면 자사가 서비스 중인 고스톱이나 카드게임으로까지 싸잡아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 업계에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심 단속에 대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눈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포털의 경우 그 동안 여러 차례 사행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면서 "이번 단속으로 인한 여파가 게임포털로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행성 PC방의 확산이 합법적인 고스톱과 카드게임의 규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를 보이고 있다. 요컨대 현재 사행성 PC방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환전 기능은 기존의 게임사이트와 큰 차이가 없다. 장소가 다를 뿐이다. 사행성 PC방이 인근의 환전소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하듯, 온라인 고스톱 게임도 아이템 거래를 사이트를 통해 환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사행성 PC방에서 사용되고 있는 게임은 게임 자체보다는 이를 도박에 대입시킨 PC방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일단 예의 주시하고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