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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특명 “주민번호를 대체하라”] ‘엔씨 사태’ 불거지면서 주민번호 대체수단 발굴 ‘올인’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6.07.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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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發’ 명의도용 파장이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 6월30일 경찰이 엔씨소프트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인 김모(44) 부사장을 불구속 입건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명의도용에 대한 징후를 파악하고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입건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찰의 이번 조치에 대해 벌써부터 불안해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경찰의 ‘칼날’이 게임업계 전체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 발굴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회원 가입시 주민번호 대신 가상 주민번호를 입력하게 함으로써 ‘불씨’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 ‘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 수사 중인 경찰 엔씨소프트 임원 형사입건
- 게임사이트 통해 대통령·국무총리 개인정보 악용되면서 분위기 ‘흉흉’
- 웹젠, 한게임 등 주민번호 대체수단 내놔… 잇따른 악재 부담 작용한 듯

엔씨소프트측은 현재 경찰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방조’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게 회사 내의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명의도용 문제는 하나의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게임업체 뿐 아니라 인터넷업계 전체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라면서 “경찰의 판단대로라면 문제없는 회사가 과연 몇 곳이나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엔씨소프트는 그 동안 작업장과 유저들의 아이템 거래를 막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왔다. 아이템 거래를 통해 삭제 당한 계정만 지난해 4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저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강하게 대응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자사 임원을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불구속 기소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회사가 명의도용 정황을 파악하고도 차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면서 “향후 검찰 조사를 통해 혐의가 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임원 구속 이유가 방조(?)
그러나 경찰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수천명의 사용료가 한 계좌에서 빠져나간 점, 동일한 IP에서 대량 접속이 이뤄진 점 등은 명백한 명의도용 징후다. 더군다나 경찰이 지난해 9월 관련 내용을 회사측에 통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의 형사 입건이 향후 재판을 통해 확정될 경우 타 업체로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유저들의 집단 소송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엔씨소프트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살생부도 암암리에 거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리니지와 같은 명의도용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물론 회사측도 이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분위기라면 나머지 업체들도 경찰의 ‘칼’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요인들의 개인정보가 게임사이트 등에 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다. 자칫하면 게임업계 전체로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 한명숙 총리의 주민등록번호가 게임 사이트 등을 통해 무자기로 도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안보가 뚫리는 것과 같은 중차대한 사태”라고 꼬집기도 했다.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주민번호 안쓰기’ 운동이 급속히 확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는 개인인증키(한국신용정보), 가상 주민번호(한국신용평가정보), 개인ID인증서비스(서울신용평가정보), 공인인증서(한국정보인증)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웹젠은 올 초부터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가상주민번호 서비스로 회원 가입을 받고 있다. 가상주민번호란 신용평가기관에서 부여하는 13자리의 임의 번호로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계좌, 휴대폰 등을 통해 본인 여부가 확인되면 발급하는 본인 인증 번호다. 이 번호는 주민번호와 달리 임의에 따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게임업계 엔씨 불똥 튈라 ‘전전긍긍’
한게임을 서비스 중인 NHN도 최근 보안 관련 패치를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0분간 5개 이상의 ID가 하나의 IP에서 만들어 지면 명의도용으로 간주, 자동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인인증서나 가상 주민번호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해당 업체측은 가상 주민번호 도입이나 보안 패치 강화가 이번 엔씨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엔씨 사태에 대한 부담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써니YNK, CJ인터넷 등 주요 게임업체도 현재 명의도용을 막기 위한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공인인증서나 가상 주민번호 도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정보호호진흥원(KISA)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이후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가상 주민번호와 개인인증키, 공인인증서 등을 발급하는 게임업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까지 이 같은 조치가 전무했던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Side Story] 엔씨소프트 단속은 청와대 ‘압력’(?)

게임업계 통해 소문 확산… 경찰측 “말도 안돼”
경찰의 엔씨소프트 임원 형사 입건과 관련해 최근 업계에서는 ‘청와대 압력설’이 암암리에 나오고 있다. 경찰이 엔씨소프트를 단속한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소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문은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엔씨소프트는 그 동안 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와, 경찰청, KT 등 통신사업자 등과 함께 주민번호 대체 수단을 강구해 왔다. 올 초 노준형 정보통신부 차관 주제로 열린 대책회의에도 참석해 대응책을 논의했을 뿐 아니라, 경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돌연 경찰이 엔시소프트 임원에 대한 형사 입건 조치를 취한 것. 이는 얼마 전 보도된 노무현 대통령 개인정보 유출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조심스런 시각이다. 요컨대 경찰이 엔씨소프트 임원을 형사 입건하기 며칠 전부터 언론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에 대한 정보 유출 보도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 보도가 난지 며칠만에 엔씨소프트 임원이 불구속 입건된 것이다.

청와대가 강한 조치를 지시했고, 경찰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강공을 퍼부었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측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이번 조치는 수사팀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리 소홀 징후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청와대 압력설은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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