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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게임업체’ 이대로 좌초하나] “MMORPG 분야 출혈 경쟁이 시장 악화 부추겨”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6.08.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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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엔씨소프트·네오위즈·웹젠 등 국내 대표주자 격인 게임업체들이 잇따라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웹젠의 경우 6분기 연소 적자를 기록하면서 회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해당 업체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마케팅 비용 증대와 신작 출시 지연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 같은 해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수익모델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실적 악화가 변화된 시장의 ‘판’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는 게 주식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 엔씨소프트, 웹젠 등 ‘스타 게임업체’ 잇따라 적자 왜?
- MMORPG서 캐주얼로 이동하는 ‘게임 판’ 반영 못한 게 원인
- 해당 업체 “마케팅 비용 증대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일 뿐”

이는 최근 발표된 주요 게임업체들의 2분기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웹젠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9일 발표된 웹젠의 실적은 실망 그 자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망이 더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웹젠은 한때 온라인게임 ‘뮤’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코스닥 상장 초기 웹젠의 주가는 10만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매출 하락으로 인해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 2분기 웹젠은 매출 64억원, 영업손실 10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87억원을 기록, 적자폭이 전 분기(58억원) 대비 69.6% 확대됐다. 이로 인해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일에는 주가가 1만19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황승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뚜렷한 탈출구가 없다. 매출을 단기에 견인할 수 있는 것은 ‘썬’의 상용화밖에 없지만 오픈베타 결과가 PC방 점유율 13위 수준에 불과한 만큼 큰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회사측의 말대로 4분기 중에 ‘썬’을 상용화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웹젠, 추락의 끝은 어디까지?
이에 앞서 발표한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의 상황도 그다지 녹록한 편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네오위즈도 2분기 2분기 7억원의 순손실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네오위즈의 경우 호재가 많은 편이다. 최근 오픈한 ‘FIFA 온라인’이 온라인게임 사상 최단 기간에 동시접속자수 18만명을 넘어섰다. 오는 10월부터는 KTH와 제휴, 자사의 게임포털 ‘피망’을 포털사이트인 ‘파란’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때문에 향후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는 현재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 회사측은 최근의 부진에 대해 유럽에서 출시한 신작 ‘오토어썰트’의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이라고 말한다. ‘오토어썰트’ 관리 비용 126억원을 일시 상각한 데 따른 손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각은 다르다. 엔씨소프트의 매출 정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대신증권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주력 게임의 매출 정체로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규 게임 출시는 없지만 개발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 매출에 대한 기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자 이들 업체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판’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게임업체들이 MMORPG에만 지나치게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우철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게임 시장 초기에는 월정액 중심의 하드코어 온라인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부분 유료화 기반의 캐주얼 게임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MMORPG에 대한 지나친 투자와 경쟁이 시장 전체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월정액 중심의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제2의 리니지’를 꿈꾸며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단 성공하면 안정적인 매출 실현이 가능한 탓이다. 그러나 이들 게임업체 중에서 성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와 웹젠의 ‘뮤’, 블리자드의 ‘와우(WOW)’ 정도가 전부다.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뚜렷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네오위즈가 2분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에, 엔씨소프트는 매출 정체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기존 게임업체들이 성공 가능성이 낮은 MMORPG 분야에만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월정액 가격을 낮추는 등 스스로 도태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반해 네오위즈 등 게임포털은 차기작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MMORPG에 대한 출혈경쟁 지양해야”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주도의 온라인게임 시장에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게임 조사 사이트인 MMOG차트닷컴(mmogchart.com)은 최근 눈에 띄는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국산 온라인게임의 대명사로 ‘게임 한류’를 이끌어온 ‘리니지’의 접속률이 처음으로 ‘WOW’에 뒤졌다는 게 발표 내용의 골자다. 그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세계 MMORPG 점유율(이용자 수 기준)은 WOW가 52.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리니지와 리니지2는 각각 12%와 10.4%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리니지와 리니지2가 각각 21.9%와 23.1%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영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MMOG차트닷컴은 게임 패키지를 구매한 뒤, 한 달 후 월정액을 내는 북미·유럽 이용자가 중복 계산돼 통계로서 큰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SIDE STORY] 해외 유명 게임사도 적자 먹구름
국내 게임업체들의 실적 동반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눈에 띄는 사실은 국내 게임업체만 실적이 하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해외 유명 게임사들도 지난 2분기 실적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3대 개발사인 일렉트로아츠(이하 EA), 액티비전, 미드웨이는 최근 나란히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EA는 지난 2분기 매출이 13% 증가한 4조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8100만달러(약 79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지난해(5800만달러)보다 확대되는 추세다. 액티비전도 최근 매출이 2조4100만달러에서 1조8800만달러로 1800만달러(약 176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작 개발을 위해 언리얼엔진3를 적용한 미드웨이도 1분기의 3100만달러에서 2590만달러로 연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게임업체의 2분기 실적 동반 하락 이유로 전 세계 게임시장의 불황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콘솔게임의 인기가 최근 시들해지는 한편, 온라인게임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 재편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국내 업체가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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