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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벗기기 게임 배틀넷 통해 급속 확산… 대응책 마련 시급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4.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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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에 올라있는 게임 제목들이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 같은 게임은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배틀넷에 올린 것이 특징. 게임에 따라 내용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보기에도 민망한 내용을 담고 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게임 관련 카페 등을 통해 문제의 게임을 찾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올 정도다.
문제는 미성년자들도 이 같은 게임을 아무런 제재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이머가 한번이라도 게임에 참여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PC에 저장이 된다. PC방을 이용하는 미성년자들도 언제든 불러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유저가 직접 ‘탈선 게임’ 제작 후 배틀넷 올려 대응 어려움
●채연, 송혜교, 전지현, 이효리 등 유명 여자 연예인 총망라
●블리자드 “자체 모니터링 강화해 함량 미달 게임 퇴출”


사실 배틀넷을 통한 ‘탈선 게임’의 유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고생 벗기기, 미소녀 누드 등 많은 게임이 떴다가 사라지곤 했다. 최근의 특징은 채연, 전지현, 김태희 등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이 게임에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이 같은 게임은 6~8명이 함께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시나리오를 택하고 있지만 양념이 추가돼 있다. 화면 하단에 유명 연예인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몸을 합성한 캐릭터가 걸려 있는 것이다. 주어진 미션을 통과할 때마다 입고 있던 옷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간다. 최종 미션을 통과하게 되면 캐릭터는 전라 상태가 된다. 때문에 게임에 이름이 거론되는 연예인들은 남모르게 속을 끓이고 있다.
실제로 가수 채연은 최근 친구들과 함께 서울 강남의 한 PC방을 찾았다. 이곳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던 도중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배틀넷에 ‘채연 벗기기’라는 제목의 방이 여러 개 개설돼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문제의 게임을 클릭한 채연은 또 한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몸을 합성한 누드사진이 게임 하단에 걸려있던 것. 얼굴이 사색이 된 채연은 게임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PC방을 빠져나와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누가, 어떤 의도로 이 같은 게임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사자가 많이 놀랐다”면서 “현재 경찰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문제의 게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인 것이다.
 
 “누드게임 유포자 끝까지 쫓는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일까. 현재까지 어떤 루트를 통해 이 같은 게임이 유포되는 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들이 맵제작 툴을 기반으로 이 같은 게임을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관련 카페의 관계자는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커스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게임 제작자와 수정자는 아이디와 제작 및 수정일자, 이메일을 밝히지만 일부 짖굳은 사람들이 이 같은 게임을 만들어 배틀넷에 올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에는 게임 시작부터 알몸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면서 “포털사이트 카페에 들어가 보면 커스텀 게임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동호회가 여러 개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곤혹스럽기는 블리자드코리아 측도 마찬가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는 있지만, 올라오는 게임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제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있는 게임들은 걸러내고 있지만 인력이나 시간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부적절한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향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스타크래프트 만의 것은 아니다. 워크래프트3도 현재 비슷한 문제로 게이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게이머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가 PC방 등에서 여전히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이 같은 자체 제작 게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정형화된 게임이 아니다 보니 더한 유저들도 매력을 느끼고 찾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이미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워크래프트3 배틀넷에는 한때 ‘Sex Hill’, ‘King Of The Hill Sexy’라는 이름의 게임이 인기를 얻었다. 게임 내용은 단순하다. 접속자들끼리 경쟁을 벌여 언덕 위에 있는 여성을 차지하는 게 이 게임의 룰이다. 문제는 그 뒤에 있다. 1등을 차지하게 되면 캐릭터를 강간하는 엽기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한때 배틀넷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즌쓰론에 접속한 기자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게이머들이 직접 제작한 게임을 아무런 제재 없이 올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적절한 제어가 없다 보니 함량이 떨어지는 선정적 게임의 출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실제로 프로즌쓰론 배틀넷에는 성인용 버전의 게임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유포되고 있었다. ‘Hell Tower’의 변형인 섹시 버전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게임은 길목마다 캐릭터를 배치해 달려오는 몹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전라의 캐릭터가 바뀌는 통에 일부 게이머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워3 배틀넷에도 선정성 게임 즐비
게이머 이모씨(34)는 “PC방에서 무의식적으로 게임에 접속했는데 화면에 여성의 나체 사진이 떠 적잖게 놀랐다”면서 “서둘러 게임에서 나왔지만 이 같은 게임을 미성년자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자 유저들이 올리는 게임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유저가 제작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배틀넷을 통해 새로운 게임이 계속 생성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게임이 패치 때마다 심사를 받는 데 최근의 추세를 감안할 때 형평성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업체인 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면서 “유저가 제작한 게임을 제어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배틀넷 선정성 논란 해법은 ++
“배틀넷 별도 심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배틀넷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선정적 게임과 관련해 업계나 유저들, 관련 기관의 반응은 현재 비슷하다. 파급효과가 큰 만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세계 게이머들이 동시 접속하는 점을 감안할 때 유저들이 제작한 게임을 적극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를 만난 경찰 관계자도 “얼마 전 자사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게시물의 관리 소홀로 인해 일부 포털 사이트가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배틀넷도 엄연히 블리자드가 관리하는 공간인 만큼 회사의 책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의 경우 심지어 배틀넷도 기존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위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블리자드 측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조치라고 말한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이용자 중 상당수가 현재 배틀넷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컨텐츠를 제한할 경우 대규모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 함량이 떨어지는 게임을 걸러내는 게 최선인 것 같다”면서 “향후 모니터링 인력 강화를 통해 엄격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게임위 측도 “배틀넷에 대한 심의 규정의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게임위는 그러나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별도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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