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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게임사업 전격 중단 내막

  • 이석 객원기자 suki@ermedia.net
  • 입력 2007.05.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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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게임시장 노크 “물만 먹고 가지요~”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들입니다.”
 최근 게임사업에 진출한 한 대기업 CEO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게임사업 추가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게임을 단순한 ‘소일거리’ 차원에서 폄하하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풍부한 자본과 인력에 기존 업체의 아이디어와 운영 노하우를 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자칫하면 시장에 혼선만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들은 “현재 게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 중 상당수가 명확한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발만 담근 뒤 여차하면 빼겠다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K C&C, 싸이더스 등 잇따라 게임사업 포기 선언
●동양그룹, 이랜드, 인터파크 등도 뚜렷한 성과 없어
●업계 “무분별한 게임사업 진출은 혼선만 야기”


 최근 경쟁적으로 게임사업에 진출한 SK그룹과 KT가 대표적인 예다. SK그룹의 경우, 그 동안 SK텔레콤과 SI업체인 SK C&C를 통해 활발한 사업을 벌여왔다. KT도 게임포털인 파란을 운영 중인 KTH와 최근 인수한 싸이더스를 통해 해외 게임전시회에 참가해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주요 통신업체의 파격 행보 이면에는 기존 사업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있다”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하면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적극적으로 게임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게임사업 축인 SK C&C와 싸이더스가 최근 잇따라 게임사업을 포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SK C&C의 경우, 그 동안 서비스해 오던 가마소프트의 ‘모나토 에스프리’에 대한 퍼블리싱 서비스를 중단했다. SK C&C 홍보팀 관계자는 “그 동안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여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SK아이미디어 등 관련 회사와 사업이 중복되면서 기존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싸이더스도 그 동안의 적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신규 사업을 모두 보류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게임사업부 인원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기존의 게임사업도 모두 보류된 상태”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게임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임을 밝혔다.

‘게임사업 돌진’ 외치던 기업들이 왜?


 때문에 업계에서는 “게임사업을 너무 쉽게 본 것 아니냐”, “이제 와서 발 빼고 가는 거냐” 등 뒷말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특히 대기업들의 “하면 되고 안 되면 말지” 식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싸이더스와 계약을 파기한 개발사 관계자는 “기본적인 마케팅 플랜조차 짜여져 있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시된 일정에 맞춰 돈이 제 때 지급되지 못해 개발사 사장들이 돈을 빌리러 돌아다니는 악순환까지 연출됐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게임사업에 진출했거나 사업을 준비 중인 대기업 중 상당수가 이처럼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서비스 및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게임사업을 단발성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눈치다. SK C&C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대응 능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너무 쉽게 접근한 것 같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게임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처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 정도로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관계사인 아이미디어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그 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게임 퍼블리싱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싸이더스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 중인 게임사업을 모두 보류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개발사와의 문제는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관련 업계에서는 SK C&C나 싸이더스를 이을 기업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현재 동양그룹, 효성그룹 등 대기업과 중견그룹인 이랜드, 상장기업인 인터파크, 바른손 등이 게임 사업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효성 등 일부를 제외한 기업들이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K C&C나 싸이더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만간 ‘게임포기’를 선언한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차하면 게임 사업 발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추가로 게임사업 포기를 선언할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기업들이 게임사업을 만만히 보고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지 않는 한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특히 최근에는 상장기업의 주가 띄우기용으로 게임 사업이 널리 활용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최근 게임 사업에 진출한 한 대기업 사장도 “최근 들어 게임 사업의 가능성을 묻는 전화가 많다”면서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게임 사업 본연의 목적보다는 그룹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발만 걸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자본이나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게임사업에 진출한 것은 여러모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신규 진출한 대기업과 기존 게임업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이드스토리

코스모씨앤티가 게임사업 재개한 속내는 “새로운 도약” vs “주가 띄우기용 낚시밥”

 기업들의 ‘해보자식’ 사업 관행은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도 게임 사업과 관련한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최근 게임사업 재추진 속내를 드러낸 코스모씨앤티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백만 명의 이메일 사용자들을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은 이른바 ‘네띠앙 사태’의 주요 책임 기업이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 2005년 9월 네띠앙을 인수하면서 온라인게임 포털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발표가 난지 채 1년도 안돼 사이트를 폐쇄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업체가 다시 게임사업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관련 업계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의혹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주가를 띄우기 위한 ‘낚시’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게임 사업이 상장업체에 재료로 널리 활용되면서, 게임 본연의 목적 보다는 주가 관련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 중단과 신규 진출이 거듭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스모씨앤티 측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목적에 게임 개발 및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면서 “게임을 통한 주가 띄우기 시도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퍼트린 루머”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네띠앙이 파산에 이르면서 유저들이 상당한 혼선을 겪었다”면서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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