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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너는 이미 고평가돼있다 '북두와 같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8.04.09 13:53
  • 수정 2018.04.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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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근육남 켄시로가 길을 간다. 벌써 몇천명은 두들겨 팬 이 남자가 길을 가는데 멍청한 괴한들이 시비를 건다. 이 마을에서만 벌써 몇백명은 때려 잡았고, 오늘만 벌써 30명은 때려잡았는데도 시비를 건다. 딱 가서 두어방, 와다다다다 소리를 지르며 '북두 백렬권'을 꽂아 넣는다. '너는 이미 죽어 있다' 멋지게 대사를 치고 뒤를 돈다. 그 다음 놈 차례다. 와다다다다다 소리를 지르며 '북두 백렬권'을 꽂아 넣는다. 그 다음 차례다. 그렇게 시비를 거는 10명을 처리하고 상점으로 걸어 간다. 그런데 옆에서 또 시비를 건다. 와다다다다다 소리를 지르며...

세가 소속 엘리트 개발팀인 '용과 같이' 개발팀이 신작을 출시했다. 전설적인 만화책이자 애니메이션인 '북두의 권'을 근간으로 자사의 히트작 '용과 같이'를 접합해 게임을 개발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용과 같이'시리즈에 '북두의 권'스킨을 채용한 것에 가깝다. 두 히트작의 만남은 출시전부터 '기대작'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출시된 이후에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고, 기자도 이 반응의 희생양 중 하나다. 그저 '북두 백렬권'을 쓰는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 줄 알았다. 나머지는 '용과 같이'개발팀이 재미를 채워 넣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랐다. 

한 번 보면 멋있다. 100번보면? 1000번 보면?
한 번 보면 멋있다. 100번, 1000번 보면?

10초에 한번 아다다다닷

옛말에 '과유 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과하면 안하니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북두와 같이'가 꼭 그격이다. 게임 속에서 캔시로는 게이지를 모은다. 몇 번 치다 보면 소위 '비공'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오는 콘셉트로 타이밍에 맞춰 O버튼을 눌러 비공을 찌른다. 그 다음 붙어서 O을 누르면 '북두신공'이 발동된다. 각 북두신공은 인게임 애니메이션화돼 강제 발동된다. '아다다다다'소리를 들으며 비공을 찌른다. 이제 다음 놈 차례다. 그렇게 열명쯤 나면 경험치가 100씩, 돈은 약 1천이디알이 쌓인다. 듣기에는 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나 직접 플레이 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른 게임에서는 두어방 치면 죽어야 할 졸개들도 '아다다다'하면서 잡아야 한다. 처음에는 켄시로 애니메이션이 멋져 보일지라도 이 과정이 수십번, 수백번 반복되기 시작하면 이제 슬슬 적들을 피해 다니기 시작하게 된다. 필살기가 돼야 할 '북두신권'이 '실수로 잘 못 쓰는 기술'처럼 느껴 진다. 이 쯤 되면 필살기가 발동되는 순간 게임을 끄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가장 재미있어야 할 전투가 지겹기 시작하니 게임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팔이 빠지도록 위 아래로 흔들어야 클리어

1억 이디알을 갚으시오

다행히 제작진은 다른 형태로도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용과 같이'시리즈가 전통적으로 미니게임을 다수 삽입해 재미를 늘렸는데, '북두와 같이'도 미니게임이 대거 탑재돼 있다. 게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은은 '나이트 클럽 운영', '칵테일 만들기', '환자 진료(리듬액션)', '바이크야구', '레이싱' 등이다.
나이트 클럽 운영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만나는 여성 캐릭터들을 설득해 유흥 주점을 운영하는 것. 단시간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니게임은 육성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게임 '프린세스메이커'처럼 아르바이트를 무사히 완료하기 위해서는 기반 능력치가 뒷받침 돼야 한다. 쉽게 말해 '돈을 벌기 전'까지 최소 20번은 플레이 해야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세팅이 완료되면 한 번 플레이(3분)마다 100만 이디얼을 얻는다. 수도 없이 '아다다다 북두 백렬권'을 해서 나오는 돈이 1천 이디얼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이다. 단, 시작하자마자 1억 이디얼 빚을 지고 시작한다. 단순 계산으로 120번 플레이하면 시나리오가 완료 된다. 준비 시간 등을 감안해 한판당 플레이타임을 4분으로 잡으면 480분. 8시간동안 해야 한다.

스포일러상 보스전은 생략해야 하나 단 한마디만 하고 싶다. 1000대 때리다가 한대 잘못 맞으면 죽는다
스포일러상 보스전은 생략해야 하나 단 한마디만 하고 싶다.
1000대 때리다가 버튼 한번 잘못 누르면 게임오버다.

팔이 빠지는 고통

 
또 다른 미니게임인 칵테일 만들기는 유저가 직접 패드를 들고 흔들거나, 두들기거나 아날로그 스틱을 돌려야 한다. 한 번 할 때 마다 약 20초동안 미친듯이 흔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50번씩 흔들고 나면 손목이 시큰거리고 엄지손가락은 불타오른다. 
그나마 이 것은 클리어라도 할 수 있다. 레이싱 미션 중 하나는 4층 탑을 기어올라야 하는데 좁은 공간에서 180도 드리프트를 한다거나, 아예 차체보다 갈 수 있는 길이 좁은 지역을 건너라는 주문을 한다. 옥상에서 1층으로 꼬꾸라지기를 몇 번 하다 보면 패드가 남아나지 않는다.  
진료소에서는 비트와 완전히 다른 음악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아예 족보를 외우지 않으면 클리어조차 힘든 시스템이다. '바이크 홈런'은 그나마 재미있게 즐길만한 요소. 이 외에도 맵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게임기'를 주은 다음 아케이드센터에 집어넣고 플레이 해야 하는 등 괴팍한 도전과제들이 유저들을 기다린다. 

너는 이미 죽어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인가?
너는 이미 죽어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인가?

얇고 긴 플레이타임에 경악

게임은 총 11장으로 진행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다다다'하는 걸로 엔딩까지 무난하다. 난이도가 어려우면 상점에 가서 고깃덩이 몇개 챙겨서 다시 '아다다다'하면 끝난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길어야 20시간. 강제 애니메이션 진행을 제외하면 분량은 터무니 없이 낮아 진다. 나머지는 억지로 시비를 걸어서 플레이타임을 늘리려는 개발사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수준이다. 그저 몇번 아다다다 하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분명히 좋은 게임이나 6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구매할 가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명히 긍정적인 면도 있기는 하다. 게임 속 캐릭터들의 싱크로율과 그래픽 퀄리티, 성우들의 연기는 분명히 만족할만한 점이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들을 뒤엎어 버릴 정도로 지루한 전투에 반복 되는 게임 플레이, 끔찍한 '노가다'업적, 억지 분량늘리기가 팽배한 이상 이 게임에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과거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결코 이 게임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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