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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엄친아와 가용성의 오류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8.04.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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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에서 여러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필자는 업무 특성상 많은 업체 대표들을 만나게 된다.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무척 힘들고 어려운 자리이다. 회사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하고, 책임져야하는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고, 매월 직원들의 급여도 걱정해야 한다. 많은 직원들이 대표 이사가 가지는 권한은 부러워하지만,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책임에 대해서는 크게 느끼지 않는다. 권한은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책임은 경험해보기 어려워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많은 대표님들을 수년간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존경한다. 본인의 창업 실패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많은 대표들이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한다.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고자 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때문이다. 그럴 때 흔하게 나타나는 의사 결정의 실수가 가용성의 오류이다. 가용성의 오류는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정확한 자료를 근거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 혹은 믿고 싶은 사실에 근거하는 경우 발생한다. 또한 많은 언론 매체가 이런 가용성의 오류를 양산하기도 한다. 언론 매체는 특성상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기사화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이 주식투자로 수백억의 수익을 낸 이야기는 기사가 되지만 수많은 사람이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의 손실을 본 이야기는 기사화 되지 않는다. 이런 기사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접하게 되면, 누구나 기사의 사람처럼 투자하면 수백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생기기도 한다. 수많은 엄마들이 서로 자식의 자랑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자식의 험담은 잘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엄친아”의 전설은 만들어 진다.

최근 어떤 게임 제작사 대표와 면담을 했다. 그 대표는 수년간 열심히 게임을 개발한 실력있는 프로그래머 출신의 대표로 자신이 만든 게임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물론 그 회사의 게임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무척 높은 게임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게임의 프로그램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게임의 재미를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각고의 노력으로 오랜 기간 서비스를 유지하던 그 게임은 결국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 물론 필자의 평가가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필자의 플레이 평가는 게임 기획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그 면담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들어야 했던 제작사 대표의 푸념은 마케팅 예산의 부족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얼마의 예산으로 어떤 마케팅을 해서 수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믿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정 금액을 일정한 방법으로 마케팅하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믿고 싶은 이야기다. 그러나 대표가 객관적인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믿고 싶은 원인을 믿고 의사결정을 진행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엄마가 “엄친아” 이야기를 하면서 잔소리를 하면, 자식은 답답해질 뿐이다. 많은 제작사가 “엄친아”의 전설에 빠져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길 기원한다.

[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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