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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지구 멸망 60초전!]위기에 빠진 지구 ‘구할까…’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8.04.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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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간결한 게임 문법에 유저 인기 급상승
- 엔딩만 총 9개 반복 플레이 재미 ‘확산’
 
20년만에 뉴스 엥커 자리에 올라 특종 보도를 하게 된 언론인. 그가 전하는 첫 소식은 지구 멸망 소식이다. 멀리서 운석이 날아와 지구가 멸망 위기에 처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60초. 앵커는 이 소식을 듣고선 옷을 벗어 던지고 자유를 찾아 떠난다. 60초동안 게이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래를 위해 ‘사과 나무 한 그루’를 심을 것인가. 아니면 숨겨왔던 욕망을 폭발시킬 것인가. 선택은 바로 게이머의 몫이다. 공교롭게도 개발자는 유저들의 행동을 예측한 듯 행동에 따라 다양한 엔딩이 등장하도록 설계했다. 이 게임은 어떤 의도에서 개발됐을까.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을 공개해본다.
 
 

‘지구 멸망 60초 전!’은 1인 개발자 아보카보가 개발한 인디게임이다. 지난 2월 PC버전으로 출시돼 마니아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타이틀이다. 이후 모바일 버전으로 컨버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히트 게임으로 군림한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가볍고 자극적인 소재를 기반으로한 게임이 또 한번 성공 신화를 쓰게 됐다.

 

지구 멸망 60초전 풍경은 ‘혼돈’
아보카보가 상상한 지구 멸망 60초전 세계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평범한 사람이 옷을 벗고 돌아다니며, 누군가는 방망이를 들고 휘두르고 다닌다. 아름다운 여자가 홀로 서있는다거나, 연인들이 키스하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 맵을 오가면서 키스를 하거나, 때릴 수 있다
▲ 맵을 오가면서 키스를 하거나, 때릴 수 있다

이런 배경속에서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적이다. 일단 좌우로 움직일 수 있고, 주먹을 휘둘러 폭력 행위를 할 수있다. 또 다른 한가지는 변태 행위. 아무나 붙잡고 일단 키스를 하고 본다. 선택은 세가지. 때리거나, 키스하거나,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다. 60초 동안 제한된 자유를 얻게 되는 셈이다.

 

지구를 구하는 방법
게임은 숨겨진 요소들을 대거 내포하고 있다. 맵 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사물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배치된 것이 없다. 60초동안 게임을 즐기면서 각 배경이나 캐릭터들의 존재 이유를 파악하고 올바른 ‘쓰임새’를 찾아 내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재미다. 일례로 마을 밖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개는 키스를 해주면 쫓아 온다. 화면 제일 왼쪽으로 가다 보면 등장하는 개와 서로 사랑에 빠지며, 그 다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린다. 맨 몸으로 개를 만나러 갔다가는 계속 두들겨 맞으면서 지구 멸망을 맞게 된다.

 

▲ 게임은 멀티 엔딩으로 총 9개 엔딩이 준비돼 있다
▲ 게임은 멀티 엔딩으로 총 9개 엔딩이 준비돼 있다

이런 형태로 게임 전체에 숨겨진 퍼즐들을 풀어 나가다 보면 엔딩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준비된 엔딩은 총 9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60초안에 지구를 탈출한다거나, 지구를 구하면서 영웅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엔딩에 숨겨진 비밀
게임 속 시간은 60초를 넘기지 않는다. 그런데 단 60초만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우주선을 탑승하거나, 실험실을 방문할 수 있을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다면 정확하다. 사실 이 게임은 인간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만든 ‘가상현실 게임’이다. 60초가 지나고 나면 실험이 끝나며, 주인공의 가족과 여자친구 심지어 조카까지 나타나 주인공을 향해 멘트를 던진다.

 

▲ 사실 이 모든 것은 심리테스트를 위한 가상현실 게임이다
▲ 사실 이 모든 것은 심리테스트를 위한 가상현실 게임이다

60초 동안 ‘혼돈’을 즐겼다면 그 이후 찾아오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떠한 유예도 주지 않는다. 일례로 기자는 첫 플레이에서 길을 막고 선 군인을 돌파하기 위해 온갖 행동을 다 해봤다. 그 와중에서 ‘주먹’이 통하지 않자 불필요하게 ‘키스’를 남발하는 시도도 했다. 그랬더니 첫 엔딩은 ‘커밍 아웃’. 박사가 ‘그 쪽 취향’이라는 말로 엔딩에 도달했다.

여자친구와 엄마는 취향을 존중한다며 위로하고 조카는 주인공을 따라한다. 다음 번 지구멸망때는 지구를 구하고자 마음 먹는다.
 

스토리 텔링의 묘미
‘지구 멸망 60초전!’에 열광하는 유저들은 엔딩을 보기 위해 수차례 도전한다. 기자처럼 ‘그 쪽 취향’이 아님을 증면하기 위해서든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든 몇 번씩 게임을 해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개발자 아보카보는 이를 예측한 듯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각 엔딩을 보는 힌트를 담았다. 그리고 60초동안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고 엔딩을 본 다음, 또 다음 엔딩을 향해 게임을 시작한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약 30분 내외. 짧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모두 본 유저들이 다음 작품을 만들어 달라며 댓글을 단다.

 

▲ 짧은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니치마켓을 형성하는 시대다
▲ 짧은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니치마켓을 형성하는 시대다

엄밀히 말하면 이 게임은 ‘스탠리 패러블’과 같은 게임이나 ‘용사 30’에서 수차례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모델을 재현한 게임에 가깝다. 차이점이라면 바로 모바일 플랫폼. 어쩌면 지금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특성을 그대로 내비춘 게임이 아닐까. 짧고, 간결한 문법에 아이디어를 더한 게임들이 성공하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봐도 좋은 시대가 아닐까.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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