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중국 진출 재개 ‘기대감’] 사드 해빙 무드 속 판호 발급 촉각, 한 발 앞선 시장 가능성 검증 ‘필요’
[게임업계, 중국 진출 재개 ‘기대감’] 사드 해빙 무드 속 판호 발급 촉각, 한 발 앞선 시장 가능성 검증 ‘필요’
  • 정우준 기자
  • 승인 2018.04.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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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긴장 해소에 콘텐츠산업 ‘미소’ … 판호 문제 대한 게임업계 우려 ‘여전’
위험 감수한 진출 우회로 모색 ‘주목’ … 정세 변화·의존도 감소가 성공 ‘변수’

오랜 기간 지속돼온 한·중 간 갈등 국면이 해소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의 중국 진출 재개에 대한 전망이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년 여간 이어져온 국산 게임의 판호 미발급 문제도 해결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입장이 공개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넷마블·펄어비스·블루홀 등 ‘중국 진출 수혜주’ 게임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다만 게임업계는 중국 판호 비준 기관 개편 등을 이유로 여전히 판호 발급 재개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 1년 여간 중국 진출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우회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중국 대행업체와 계약을 통한 내자 판호 발급이나 현지 퍼블리싱 추진 외에도 판호 검열을 피하기 위한 애플 앱스토어 사전 서비스나 저작권 문제가 우려되는 I·P 분할 판매 등 게임업체가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방안들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판호 발급 재개나 우회로를 통한 중국 진출이 성공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높은 수준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상된 중국의 개발력이나 국내 업계의 중국 의존도 감소가 최대 변수”라며, “중국 정부의 기조 변화를 고려한 콘텐츠 현지화나 한류 붐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3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전격 배치한 이후, 한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시작됐다. 여행·유통·자동차·농수산물·콘텐츠산업 등 중국과 교역을 진행해온 다양한 업종에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에서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해온 게임산업 역시 판호 미발급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냉랭했던 한·중 관계가 서서히 완화될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보복 철회’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실질적인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판호 발급 소식을 기다리던 업계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한한령은 ‘완화’, 판호는 ‘글쎄’
그러던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정치국 위원이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조기 해결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는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중국 진출 재개를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 고위 관계자가 직접 가시적 성과에 대한 신뢰를 약속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같은 희망적인 분위기는 이미 올해 콘텐츠산업 전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1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한령 완화와 동남아·남미 등 시장 다각화를 이유로 올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대비 8.7% 증가한 73억 3천만 달러(약 7조 8,34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사드 악재에 부딪혔던 게임 수출액도 지난해보다 8.4% 늘어난 40억 8천만 달러(약 4조 3,603억 원) 달성이 기대됐다.

 

▲ 지난달 30일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판호 발급 재개로 인한 중국 진출 수혜주로 꼽히는 넷마블·펄어비스·블루홀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 지난달 30일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판호 발급 재개로 인한 중국 진출 수혜주로 꼽히는 넷마블·펄어비스·블루홀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더불어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사드 보복 철회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게임주들의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특히 텐센트와 손잡은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과 스네일이 현지 서비스 예정인 온라인 MMORPG ‘검은사막’의 판호 발급 가능성이 가장 높게 예측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개발사인 넷마블과 펄어비스가 큰 폭의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연일 이어지는 희망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대다수는 여전히 판호 발급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해부터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등장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판호를 발급받은 국산 게임은 전무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이 담당하던 판호 비준 심사 업무가 중앙선전부로 이관된 사실도 국산 게임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색깔이 강한 중앙선전부가 외산 게임의 현지 서비스에 필수적인 ‘외자 판호’를 심사하는 만큼, 자국 게임산업 보호 외에도 공산주의 체제와 배치되는 콘텐츠까지 문제 삼아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회로 통한 사전 검증 ‘총력’
이처럼 판호 발급을 통한 정상적인 진출로가 막힌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 1년 여간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는 중국 진출 우회로를 모색하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우회 방법으로는 중국 게임에 부여되는 ‘내자 판호’ 발급 신청이 존재한다. 외산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외자 판호에 비해 발급이 쉬운 만큼, 대형 퍼블리셔를 구하기 힘든 중소 게임업체가 중국대행업체와 수익 배분 계약을 체결하고 내자 판호를 신청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게임업체들은 게임 콘텐츠의 핵심인 상표권, 소스코드, I·P, 부가판권까지 넘겨받은 현지업체들의 ‘먹튀’로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떠안기도 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임업체들 사이에서는 판호 발급 없이 중국 애플 앱스토어로 몰래 출시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판호가 필수인 안드로이드 마켓과 달리 애플 앱스토어는 중국 정부의 검열이 다소 느슨한 만큼, 외자 판호를 통한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에 대한 현지 유저들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최악의 상황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시장 퇴출’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5월 텐센트 소싱팀 방한, 8월 차이나조이 ‘한국공동관’ 설치로 인해 내자 판호, 앱스토어 사전출시 등 중국 우회 진출에 따른 리스크 감소가 예상된다
▲ 5월 텐센트 소싱팀 방한, 8월 차이나조이 ‘한국공동관’ 설치로 인해 내자 판호, 앱스토어 사전출시 등 중국 우회 진출에 따른 리스크 감소가 예상된다

더불어 글로벌 퍼블리셔를 확보했거나, 중국이나 대만 등 중화권 지역에 현지 지사를 운영 중인 대형게임업체와 퍼블리싱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으며, ‘세븐나이츠’의 사례처럼 캐릭터나 그래픽 등 I·P를 분할해 중국 게임업체에 판매하는 새롭게 변형된 진출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한한령 완화 분위기로 인해, 향후 국내 게임업체들의 우회 진출 리스크는 점차 감소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오는 5월 ‘플레이엑스포’에서는 텐센트 소싱팀이 직접 방한해 ‘한국게임의 중국진출 노하우’ 발표에 나서며, 8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에서도 지난해 허가되지 않았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공동관’ 명칭이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더 이상의 ‘차이나 드림’은 없다
이처럼 국내 게임업계가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게임시장의 ‘검증된 수익성’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약 37조 원으로, 10조 원 규모의 한국보다 3배 이상 큰 시장이다. 여기에 이미 국산 게임들이 다수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검증을 끝낸 만큼, 중국 현지의 대규모 유저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산 게임들의 중국 진출이 재개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막대한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년간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이미 중국 게임업체들의 개발력이 글로벌 수준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대표 게임업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 중이며,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소녀전선’,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 ‘드래곤네스트M for kakao’, ‘벽람항로’, ‘삼국지M’ 등 중국산 게임들이 높은 인기와 매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중국 진출이 제한된 이후,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왔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과 펄어비스 ‘검은사막’, 블루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중국 판호 발급 없이도 글로벌 전역에서 성공 사례를 작성 중이며, 베스파의 ‘킹스레이드’나 이꼬르의 ‘오늘도환생’과 같은 중소 개발사들의 작품들도 대만·동남아 등 신흥 시장 활로 개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음양사’를 비롯해 ‘소녀전선’, ‘라그나로크M’, ‘드래곤네스트M’ 등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준수한 개발력을 자랑하는 중국 개발사의 작품들이 활약 중이다
▲ 지난해 ‘음양사’를 비롯해 ‘소녀전선’, ‘라그나로크M’, ‘드래곤네스트M’ 등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준수한 개발력을 자랑하는 중국 개발사의 작품들이 활약 중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최근 정치 형세 변화 역시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가 문화콘텐츠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사상 유입을 우려하는 만큼, 현재 국내 게임업계 주류로 자리 잡은 MMORPG의 ‘체제 전복’이나 ‘권위 타파’ 스토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MMORPG의 스토리 일부를 조정하는 현지화 필요성이 대두될 여지는 존재한다”며, “스토리 비중이 적은 캐주얼 게임, 슈팅 게임 출시나, 최근 글로벌 한류 열풍을 반영한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으로 다시 진출하기 위한 국내 게임업계의 기나긴 기다림이 서서히 끝을 맺고 있다. 판호 발급 재개 이후에도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갈고 닦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2차 ‘대륙 공략’에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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