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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장의 발큐리아 4' 턴방식 시뮬레이션 TPS 연애RPG … 할인할때 사볼만한 게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8.05.08 16:22
  • 수정 2018.05.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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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발큐리아’는 지난 2008년 첫 발매된 게임이다.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와 RPG가 만나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혹자들은 이 작품이 플레이스테이션3을 대표하는 명작이라고 한다. 시대를 뛰어넘는 그래픽과 파고들 것 많은 전투 시스템, 흥미로운 세계관과 캐릭터성까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잇달아 총 4개 시리즈를 추가로 발매한다. 하나같이 ‘괴작’취급을 받으며 시리즈는 존페 위기에 놓인다. 와신상담한 제작자측은 이제 첫 번째 시리즈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대폭적인 수정을 거쳐 ‘전장의 발큐리아 4’를 출시한다.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전장의 발큐리아 4’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 ‘기사회생’에 성공할까. 아니면 장엄한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전차들 사이로 보병이 돌진해 적들을 쓸어담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행동력을 1 소비하면 1회 움직일 수 있으며 총을 한번 쏠 수 있다

SRPG로의 회귀

 
‘전장의 발큐리아 4’는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유럽 전쟁을 다룬다. 유저는 소대장이 돼 전차병, 돌격병, 척탄병, 저격병 등으로 나눠진 병과를 운영해 전투에 임한다. 각 전투별로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면 클리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식이다. 게임상에서 주어지는 미션은 기본적으로 적을 섬멸하거나 진지를 점령하는 형태다. 다만 미션 진행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해 일종의 ‘퍼즐’처럼 엮여 있다.
원거리에서 포격하는 척탄병과 저격병이 즐비한 곳을 정면으로 돌파해 때려잡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 원거리에서 저격병을 동원해 야금야금 전진하는 방법이 있다. 또, 돌격병들을 우회시켜 뒤에서 섬멸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런식으로 개발팀은 ‘문제’를 내고 유저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해법’을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다.
총 20장에 달하는 볼륨. 한장을 클리어하는데는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총 20장에 달하는 볼륨. 한장을 클리어하는데는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된다

RPG와 시뮬레이션, FPS게임 사이의 어딘가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게임은 더 난해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병과를 선택하고 전쟁에 들어가는 시뮬레이션 게임 처럼 보이지만 막상 캐릭터를 조작할때는 1인칭 시점 FPS게임이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막 움직이면서 싸우는 것은 아니며 ‘턴’이 끝나는 동안 전쟁이 진행되니 턴기반 FPS게임처럼 보인다. 그런데 미션이 끝날 때 마다 경험치와 돈이 들어오고 병과들을 성장시키며, 새로운 무기를 구매할 수 있으니 또 RPG같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미소녀 미소년 캐릭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니 또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 같기도 하다. 심지어 ‘온천’씬이 등장하기까지 하니 이 게임 참 복잡하다. 이런 저런 게임 장르에서 히트한 요소들을 한 데 묶어 탄생한 게임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일단 ‘적응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일한 캐릭터 성장요소인 훈련. 전투가 끝나면 획득하는 경험치를 이용해 레벨업하며 특수기가 열린다
유일한 캐릭터 성장요소인 훈련. 전투가 끝나면 획득하는 경험치를 이용해 레벨업하며 특수기가 열린다

얇고 넓은 게임성에 난색

 
이 과정에서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이 불거진다. 몇몇 일본 게임들을 생각한 유저들은 이 게임을 자신이 상상하는 게임의 ‘하드코어’한 재미를 예상하게 되는데 현실은 정 반대다. 오히려 이 게임은 얇고 넓은 게임에 가깝다. 밀리터리를 조금 넣고, FPS게임 에임을 조금 넣고, 성장 요소를 조금 넣고, 병과 요소를 조금 넣고, 미연시를 조금 넣은 게임이다.
FPS게임처럼 에임을 조작한다고 하나 상대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게임에서 에임이란 그저 ‘때릴 부위’를 선택하는 것에 가깝다. 밀리터리 게임이라고 하나 구체적인 밀리터리 지식이나 고증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애초에 국가전인데 한 소대가 국가를 상대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바로 코앞에 적이 오는데 적군과 아군 모두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촌극은 기본이고, 크로스보우로 전차 장갑을 뚫는다거나, 치명상을 입고 전장을 이탈한 아군이 다음 턴에 아주 멀쩡히 전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턴방식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 캐릭터를 여러번 조작할 수 있는데, 나머지는 그냥 세워놓고 한 캐릭터만 주구장창 조작해서 게임을 끝낼 수도 있다.
성장은 능력치를 따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험치를 몰아줘서 병과 전체를 레벨업하는 부분으로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에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에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밸런스의 수레바퀴

 
이런 모든 요소들을 ‘납득’하고 출발한다면 게임은 비로소 본연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 전투를 플레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에서 30분. 진 빠지는 전투를 끝내고 나면 이런 저런 잔재미 요소들을 등장시켜 유저들의 힐링을 담당하는 패턴이 이어 진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전혀 쓸데 없고,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한다고 하지만 적들은 더 쎈 무기와 병과로 무장하고, 전투 패턴과 난이도는 그대로인 채 또 20분에서 30분씩 새로운 전투에 임한다.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 대신 유저들은 서서히 적응하면서 이제 게임의 재미를 깨닫는다. 뻔한 전투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이 게임은 ‘할만한 게임’에 가깝다. 그러나 그 과정을 참지 못하는 유저라면 그야말로 쓰레기 게임이 따로 없다.
이 화면에서 유닛을 선택해 출격할 수 있으며, 전투화면에서는 각 캐릭터를 선택하면 움직일 수 있다

가격대비 만족도는 낮은 편

미국 드라마는 전통적으로 1편이 가장 재미 없다고 한다.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치중해 별다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고, 이벤트가 발생한다고 해도 좀처럼 몰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장의 발큐리아 4’도 어쩌면 이런 방식일지도 모른다. 유저가 몰입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그만두는 유저들이 부지기수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입맛에 맞는다면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 훌륭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 듯 하다. 방대한 플레이타임에 공략할 요소들이 다분하고, 수십개가 넘는 캐릭터들을 바라보면서 쏠쏠한 서브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거듭난다.
반드시 구매하기전에 체험판을 플레이 해 보도록 하자
명성에 현혹되지 말고 구매하기전에 체험판을 플레이 해 보도록 하자

기자의 경우도 그랬다. 이 게임은 거금 6만원을 투자해  샀지만 몇 번 플레이하다가 중도 하차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할 게 없어서 시작했다가 재미를 붙인 게임이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게임을 ‘재미가 있을 때 까지 해보세요’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만큼 멍청한 리뷰가 어디 있겠 는가. 결론적으로 게임은 6만원을 주고 살만큼 훌륭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할인 판매가 시작된다면 한번 쯤 구매를 고려해볼만한 타이틀이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 물론 6만원에 사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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