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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오픈마켓 선언]스팀, 심사과정 축소 ‘법적 문제 없으면 서비스 OK’ 선언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8.06.22 15:13
  • 수정 2018.06.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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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계 청신호 ‘실험적 타이틀’ 서비스 가능

‘제2의 아타리쇼크’, 퀄리티 통제 불가현상 우려키도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이 오픈 마켓으로 전환 한다. 스팀을 서비스하는 운영사 밸브는 지난 6월 초순 이미 자사 약관을 대폭 변경한데 이어 제휴 계약서마저 변경하면서 준비를 마쳤다. 변경된 약관에 따르면 스팀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 모든 콘텐츠를 수용한다. 지난 20여년동안 한결같이 ‘고자세’를 유지하던 이 플랫폼이 파격적인 변화에 나섬에 따라 시장에도 일대 파란이 예고된다.한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는 “게임 퀄리티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십수년전에 개발한 게임도 문제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라며 “소스 창고에 쌓아둔 게임들이 모두 스팀을 향해 진격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수많은 게임 사이에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잘 만들면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에서 다작으로 승부수를 띄우고자 하는 기업들이 나오면서 정말 잘만든게임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 위배 게임이 스팀을 통해 버젓이 서비스된다
▲ 영어를 지원하지 않고도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가 왔다

스팀은 6월 초순부터 자사 약관을 개편했다. 개편된 내용은 심사 과정을 최소화하고 게임 장면이 ‘시청자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거나 ‘충격’을 주거나 ‘혐오’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퇴출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사실상 사전 심사를 최소화하고 사후 심사에 주력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팀은 플랫폼만 제공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개발사가 지는 형태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된 직후 스팀에는 파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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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 위배 게임이 스팀을 통해 버젓이 서비스된다

선택폭 넓어진 스팀 마켓

스팀 약관이 변경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성인’ 콘텐츠의 등장. 그 중에서도 노출이 포함된 콘텐츠들이 마켓을 통해 서비스에 돌입했다. 당초 ‘폭력적’인 성향에는 관대했지만 ‘성적’인 표현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대신 청소년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썸네일 등에는 노출을 자제하고 인게임 영상에서 변화를 주는 형태로 서비스를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스팀은 게임 속에 ‘노출(누드)’이 포함돼 있음을 알리는 방법으로 서비스에 돌입했다.또, 정치적인 특색들도 전혀 문제 없다.일례로 최근 북한과 미국사이 정상회담이 화제가 되면서 ‘김정은’을 캐릭터로 내세운 게임들도 정상 서비스중이다.

심지어 언어도 제약 대상이 아니다. 스팀을 통해 서비스중인 打倒魔王的方法(악마를 물리치는 방법)은 중국어와 일본어만 서비스한다. 스팀 메인 타겟이던 영어를 지원하지 않음에도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 

1주만에 400개 게임 등장 ‘라인업 폭발’

양적인 면에도 변화가 있었다. 오픈 플랫폼을 선언한 직후 1주일동안 스팀은 약 400개 게임 타이틀을 쏟아 냈다. 하루 60개 신작들이 출시되는데, 올해 초 스팀이 일평균 30개에서 40개 타이틀을 내놓은 점은 감안하면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 것으로 풀이 된다. 

현재 대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타이틀만 약 1,900여종. 갈수록 접수타이틀의 규모가 성장하는 추세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일 게임 출시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추세를 유지할 경우 하루에도 수백개 타이틀이 출시되는 진풍경을 목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는 스팀의 현재 정책이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팀은 새롭게 접수되는 게임들을 위한 스팀 다이렉트서비스를 론칭, 게임을 바로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단 11만원만 지불하면 누구나 스팀에 게임을 올릴 수 있다. 일 40종 게임이 접수될 경우 단순 등록비만 4백만원, 연간 14억원 소득이다. 갈수록 더 많은 게임들이 등록되는 관계로 수수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한방 수익을 노린 짝퉁게임들이 전혀 근절되지 않는다
▲ 한방 수익을 노린 짝퉁게임들이 전혀 근절되지 않는다

제2 아타리 쇼크 우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비단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해외 유명 언론들이 벌써부터 스팀을 맹폭격하기 시작했고, 개발자들이 나서서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스팀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스팀이 자사가 마땅히 져야할 책임을 전가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유명 개발자는 “스팀은 치열하게 개발해서 출시하면 안정적으로 노출권을 보장받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플랫폼이어서 가치가 높았던 플랫폼”이라며 “소스 마켓을 뒤지고 한두시간 만지작거린다음 스팀에 걸어 한탕을 노리는 개발자들의 게임을 내걸고 ‘선택의 자유’를 표방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냐”고 힐난했다. 

실제로 스팀 내부 필터링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아 저작권 위반 콘텐츠가 대거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러시아 월드컵’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인디게임이 공개돼 상표법을 대놓고 위반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 ‘벽돌깨기’, ‘테트리스’등 별의 별 짝퉁게임들이 등장한 점도 위기설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스팀 서비스사인 밸브측은 “각 콘텐츠가 표현하는 가치를 내부에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구매자들에게 판단을 돌리고자 한다”고 오픈 플랫폼 전환 이유를 덧붙였다.

신시장 개막에 환영키도

반면 이 변화의 흐름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창작의 제한이 풀리면서 독특한 게임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어려웠던 국내 인디게임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게임전문가는 “영어 현지화 과정을 거치고 API링크를 끝내면 출시 과정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한 점이 메리트”라고 분석했다. 

한 인디게임 개발사는 “그린라이트 시절 마켓에 도전했지만 실패하면서 사장됐던 콘텐츠들을 다시 심사 의뢰하고자 준비 중”이라며 “우리처럼 열심히 개발했지만 마켓에 출시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 다시 도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오픈 마켓은 이미 게임 시장에 등장해 성공을 거둔 시스템이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역시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흔히 우려하던 ‘아타리쇼크’대신 다양한 선택권을 기반으로 게임을 찾아 보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반대로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책임론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스팀은 시장 최고 점유율을 가진 기업으로서 차세대 플랫폼을 견인하는 기업이다. 그런 위치에 놓인 기업이라면 전례를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보여야 할 의무도 있다. 내부 심사팀과 외부 전문가들을 함께 동원하면서 최소한 미덕을 지키면서, 또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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