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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활용 게임위 결정 ‘갈림길’ … 공론화 필요

  • 이준수 기자 omega@khplus.kr
  • 입력 2018.07.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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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로 게임즈가 내놓은 ‘유나의 옷장’이 픽시코인(PXC)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직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를 등급 재분류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게임위에서는 ‘유나의 옷장’에 도입된 코인이 아니라 게임 내 콘텐츠인 ‘디자이너’를 문제 삼았다. 코인이 아닌 게임 내 콘텐츠를 문제 삼았단 점에서 관련 법령 없이 코인을 제재하기 위해 게임위가 무리한 판단을 내렸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게임위는 외부 법률 자문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령이 없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게임위의 판단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플레로게임즈
사진=플레로게임즈

2017년 전세계를 휩쓴 비트코인 열풍을 시작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가운데 게임 업계가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고려했다. 차세대 기술인만큼 빠른 접근과 투자가 필요하단 시선이 우세적이었지만 게임위의 개입으로 미래가 불확실하게 되는 모양새다.

플레로 게임즈의 ‘유나의 옷장’은 게임업계의 블록체인 진출 향방을 가를 중요한 사건이 될 전망이다. ‘유나의 옷장’의 중국 개발사를 통해 블록체인인 ‘픽시 코인’을 적용하기로 한 플레로 게임즈는 게임 내 핵심 콘텐츠인 ‘디자이너’를 통해 이용자들이 픽시 코인을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디자이너는 이용자가 옷을 직접 디자인한 뒤 전용상점에 올려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의상을 판매해 유료 재화를 얻을 수 있는 디자이너 콘텐츠는 ‘유나의 옷장’의 핵심 콘텐츠로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서비스가 진행돼 왔다. 플레로게임즈는 디자이너 콘텐츠의 보상 중 하나로 픽시코인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플레로 게임즈가 블록체인 활용에 있어 타 업체에 우위에 설 수 있는 경험을 쌓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실제 ‘픽시 코인’을 이용자들에게 나눠주기도 전에 게임위에게 재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게임위는 ‘디자이너’ 콘텐츠를 통한 이익 창출이 사행성 요소가 있다고 판단, 플레로 게임즈에게 소명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플레로 게임즈는 코인이 아닌 게임 내 콘텐츠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에 플레로 게임즈는 지난 달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에 나섰으며 게임위 역시 외부 법률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게임위의 이번 판단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일종의 ‘유권해석’으로 볼 수 있다. 플레로 게임즈 측은 “이번 ‘유나의 옷장’ 재등급 심의가 향후 게임업계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 판단, 소명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할 예정”이라며 “게임위 판단에 대해서는 100% 수용할 예정이지만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으니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예측되는 결론은 총 세 가지다. 플레로 게임즈가 ‘디자이너’ 콘텐츠를 삭제해 ‘유나의 옷장’이 그대로 등급을 유지하는 것, ‘디자이너’ 콘텐츠를 사행성 요소로 판단해 청소년 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사행성 요소를 이유로 등급 거부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사행성을 이유로 ‘디자이너’ 콘텐츠를 지목한 만큼 게임업계에서는 청소년 불가 판정 혹은 등급 거부 결정이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플레로 게임즈는 ‘디자이너’ 콘텐츠가 게임의 핵심 요소인 만큼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청소년 불가 판정 혹은 등급 거부 판정이 예상되기에 플레로 게임즈 역시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섰다.
 

사진= 한빛소프트
사진= 한빛소프트

‘유나의 옷장’은 타 업체에서도 관심있게 바라보는 이슈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먼저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 500억 규모의 ICO를 성공한 한빛소프트는 국내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7월에 진행될 퍼블릭 ICO 역시 일본에 위치한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립토스(QRYPTOS)를 통해 126개 국가에서 진행된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상장사의 ICO에 대해 정부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만큼 조심스럽다”며 “국내에서 ICO를 진행하거나 국내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에서는 연 초 박상기 법무장관과 청와대의 의견 충돌이 일어난 이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법령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게임업계들은 ICO를 해외에서 진행하거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상황이다. 
‘유나의 옷장’에 대한 게임위의 판단을 기회로 여기는 업체도 있다. GXC(GAMEXCOIN)를 공개한 블록체인벤처스는 ‘유나의 옷장’ 사태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블록체인벤처스 측은 “현재의 법령 미비가 대기업들의 진출을 어렵게 해 스타트 업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운 스타트 업들이 블록체인 시장에서 도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나의 옷장’이 청소년 불가나 등급 거부 판정을 받을 경우 블록체인 업계 전반에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 있어 게임위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위 역시 ‘유나의 옷장’ 등급 판정이 단순히 게임업계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게임위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유나의 옷장’의 재등급 분류를 결정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의견을 밝혔다. 외부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충분한 준비를 마친 뒤 ‘유나의 옷장’에 대한 판단을 내렸어야 하지만 플레로 게임즈의 발표 직후 허둥지둥 움직였단 비난을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 사람들은 “게임위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걸 처음 봤다”며 냉소적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위는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유권해석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한 미디어에서 게임위에게 ‘유나의 옷장’과 관련한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게임위는 이를 거절하고 회의록을 비공개로 유지 중이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게임위에 대한 불신을 키울 가능성이 충분하다. 게임업계 과계자들은 게임위가 ‘유나의 옷장’과 관련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게임업계의 블록체인 진출에 대한 가이드를 세우긴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향게임스=이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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