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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소트 더 코트]‘YES or NO’, 선택지에 달린 왕국의 운명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8.07.11 16:19
  • 수정 2018.07.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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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왕의 관점에서 나라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 무수한 선택에 따라 국가 운명 결정

‘그 아이를 반으로 나누어라’ 
이스라엘 왕국 3대 왕인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유명하다.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며 싸우던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반 나눠줄 것’을 명해 판결을 이끌어낸 우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올바른 판결이 이어지자 나라는 강성하게 변하고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이뤘다. 솔로몬처럼 국왕으로서 나라를 운영해 나가는 게임이 있다면 어떨까. ‘소트 더 코트’는 국왕의 입장에서 법정을 운영해 억울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국가 운영 전반을 결정하는 게임이다.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는 멋진 판결은 할 수 없지만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유저들의 극찬을 받는다. 특이한 소재와 즐길거리로 무장한 ‘소트 더 코트’를 금주 인디게임 코너를 통해 다뤄보고자 한다. 
 

유저는 한 소규모 왕국의 국왕이다. 처음에는 단 10명으로 시작하니 왕국이라기보다는 촌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국왕의 역할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각자만의 이유로 국왕을 방문해 끝없이 요구와 제안을 해오고, 유저들은 이를 잘 듣고 선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마을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는 작은 결정부터 국가 전체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결정까지 ‘소트 더 코트’는 작은 틀 속에서 큰 일이 일어나는 게임이다.

부국강병의 조건
유저는 게임 속에서 딱 두 가지 행동만 할 수 있다. 백성들이 찾아와 ‘요구’를 하면 수락을 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멋들어진 말을 하고 싶더라도 그 외 선택지가 없으니 일단 YES나 NO를 선택해야 한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게임은 변한다. 게임 상에서 변화하는 조건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국가를 운영할 ‘돈’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의 행복’,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수’가 조건이다. 세 가지 조건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행복한 국가를 만들면 국민들이 늘어난다. 그런데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얻으려면 다시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거나, 사람을 쥐어짜야 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유저는 각자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즐거운 국정 운영
국왕인 유저들에게 수 많은 백성들이 찾아온다. 하루에도 몇 명씩 백성들이 오는데 각자 이야기가 다르다. 처음에는 가벼운 주제로 사람들이 찾아온다. 한 할머니 캐릭터는 ‘신문’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다며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을 주면 할머니는 행복해하고, 국가 행복도가 1오른다. 또, 한 용사는 머나먼 던전을 탐험해 보물을 발견했다며 ‘진상품을 받아달라’고 요청한다. 이 전사는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은 채 그저 100골드를 주고 떠난다. 별다른 고민이 필요 없이 들어주기만 해도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이다.
처음에는 백성들의 말을 들어 주기만 해도 나라는 발전한다. 백성들은 행복해하고 점차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국왕으로서의 자격을 갖춘다. 이제 건물 설계사와 같은 이들이 등장해 더 나은 건물을 세울 것을 진언하고, 이를 수락하면 ‘촌락’에서 ‘성’으로 발전을 이룩한다.
 

고민의 시작
그런데 슬슬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높은 요구들이 뒤따른다. 한 백성은 ‘광대’로 재미있는 쇼를 해보겠다고 선언한다. 대신 커다란 쇼를 하는 만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데, 필요 골드가 700골드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하루 200골드 남짓 벌 수 있음을 감안하면 난이도 높은 제안이다. 거절하면 국민들의 행복도가 오르지 않으니 계륵이 따로 없다. 그런데 재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순간부터 이제 게임은 장르가 뒤바뀐다. 가깝게는 비서가 찾아와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한다. 재정 파탄을 극복해야 하니 어떻게든 하자는 이야기다. 당연히 세금이 오르면 백성들의 행복도는 떨어지고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백성들은 떠난다. 그 다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거절하면 또 다른 대안이 찾아오는데, 한눈에 봐도 나빠 보이는 ‘악마’가 찾아와 백성들의 영혼을 바치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또 다른 선택지는 건축가가 찾아와 ‘몇 명 해고하면 될 것’이라고 진언한다. 어느 선택을 하든 누군가는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는 노릇. 이때부터 유저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부국강병과 행복 사이
기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전제 조건을 백성들의 행복으로 잡았다. 모든 요소에서 백성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나머지는 최선을 다해 감내했다. 그렇다 보니 재정은 파탄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더 늘어나지 않았다. 밤마다 악마들이 찾아와 온갖 감언이설로 국왕을 설득하고, 심지어 든든한 아군으로 믿었던 이들까지 배신했다. 비록 게임 속 국가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국왕으로서 밤 새워 고민했고, 싸워야 했다.
게임 속에서 기자가 바라는 국가는 빈곤한 국가지만 일단 사람들은 행복할 것임을 믿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는 도무지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다. 끊임없는 거절과 수락 속에서 게임은 장시간동안 진행됐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해피엔딩을 맞았다. 오래 걸렸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도 있었다. 고된 시간을 버텼다는 점과 함께 백성들이 행복해할 것이라는 상상 속에서 게임을 끝냈다.
 

나만의 ‘유토피아’
‘소트 더 코트’는 나만의 국가를 만들어 보는 맛이 있다. 플레이하면 할수록 다양한 백성들이 찾아와 요구를 하고, 그 선택지에 따라 합당한 결과를 맞이한다. 때로는 외계인들이 찾아와 거주권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적’이 찾아와 합당한 도둑질을 요청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일인 경우가 허다해 긴장감을 놓치기 어렵다. 엔딩을 향할수록 사이즈가 점점 커져서 이제 국가와 국가 간 분쟁을 처리한다거나, 공공의 적을 놓고 판단해야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복잡한 사정 속에서 유저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옳음’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국가는 적어도 유저들의 마음속에는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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