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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e스포츠와 주인 정신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8.09.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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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십여년전 일이다. 기자가 임요환의 전성기 시절, 그의 발자취를 기획으로 취재하며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임요환이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 가서 정계 인사들과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시커먼 정장 차림의 사람들 속에 임요환만 유일하게 게임단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 측에서 정장 차림을 사전에 요청했지만 그는 당일 유니폼을 입고 대통령과 악수했다는 후문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보다 자신을 잘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최근에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선정되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거머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그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학원가에서 프로게이머는 이제 생소한 직군이 아니다.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은 익히 잘 알려진대로 예나지금이나 탑 클래스다.

그럼에도 불구, 현 e스포츠 업계 안팎에선 국내 상황이 ‘위기’라고 꼬집고 있다. 협회 수장이 자리를 비운 구조적인 문제, 해외 자본 유입에 의한 이들의 시장 점거, 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 등이 골자다. 이와함께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상실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사실 언급된 문제들은 풀어야할 숙제가 맞다. 현 업계 관계자들이 등을 돌리고 모르쇠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오히려 생업을 걸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인할 것이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위에 언급한 문제들은 국내 e스포츠 20년사에서 완전히 사라지지않고 생겨나는 여드름과 같은 존재다. 외향은 성년이 됐지만 내면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통은 누구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이겨냈을 때 더 단단히 아물 수 있다. 그리고 한 번쯤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다. 

e스포츠에 당면한 과제를 풀 당사자는 바로 우리 스스로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지지 않는다. ‘황제’가 그랬던 것처럼 외부 시선에 억눌려 기죽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현실을 이겨내자.           

[경향게임스=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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