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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노동 ‘햇볕정책’ 움직임 활발]성숙기 접어든 게임산업 ‘워라밸 시대’ 패러다임 주도 기대  

탄력근로제 적용·포괄임금제 폐지 ‘핵심’ … 근로환경 개선 위한 노동조합 설립 ‘눈길’
업계 변화에 대한 내·외부 반응 ‘긍정적’ … 산업 경쟁력 보존·중소 게임사 생존 ‘관건’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8.09.20 18:36
  • 수정 2018.09.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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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근로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앞장,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대’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국내 게임사들이 탄력근로제 확대 및 포괄임금제 폐지 등 근로환경 개선에 나섰다. 또한  넥슨에 이어 스마일게이트에서도 노동조합이 탄생하는 등 종사자들 역시 노동자 권익 보호 의사를 적극 표출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현 정부의 친 노동정책을 지목했다. 또한 크런치 모드·포괄임금제 등의 문제들이 부상, 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다. 다행히 업계 대응에 대한 종사자들은 개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예비 게임인들 역시 이러한 변화로 업계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이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인재들이 유입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 관계자는 “인력 수급이 원활한 대형 게임사와 달리, 중소·스타트업 게임사들의 생존을 위한 정부의 근로여건 개선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의 마감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가 업계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대표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한층 세밀한 근로 감독에 나섰고, 협회와 게임사들 역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어 올해 2월 말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예고됐다. 이에 따라 우선 적용 대상인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각 기업별 상황에 맞춘 다양한 변화의 움직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적극적 대응 행보 ‘눈길’
먼저 ‘3N’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한 발 앞서 임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근로환경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을 목표로 내세운 넷마블은 야근·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 도입, 종합건강검진 확대 등을 포함한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시행 중이며, 올해 3월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코어타임에 따라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워라밸’ 조직문화 캠페인을 시행 중인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 1월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출퇴근 시간을 30분 단위로 선택하고, 일일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조정하는 ‘유연 출퇴근제’를 전사적으로 운영 중이다. 넥슨 역시 7월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중 하나의 코어타임을 선택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했으며, 주말·휴일·야간 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조직장 재량에 따라 휴식과 근로시간을 조율하는 ‘오프(OFF)’ 제도도 신설했다.
중견 게임사들 역시 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펄어비스는 부서 업무 특성에 따른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를 코어타임으로 하는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적용했다. 웹젠 역시 지난 7월 전 임직원 대상 자율출근제 도입 및 기존 포괄임금제 전면 폐지 방침을 밝혔으며, NHN엔터테인먼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코어타임을 중심으로 자율성을 강화한 ‘뉴퍼플타임제’를 시행했다. 이외에도 창사 초기부터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해온 컴투스는 부서 단위 유연근무제를 확대했으며, 카카오게임즈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계획 있는 주말’이라는 취지 아래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전 임직원이 쉬는 ‘놀금’ 제도를 선보였다.
여기에 최근 게임업계 근로자들이 야근문화·포괄임금제 등 업계 관행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에 지난 9월 3일 게임업계 최초의 노동조합인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넥슨 지회 ‘넥슨 : 스타팅 포인트’가 공식 출범을 선언했으며, 5일에는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스마일게이트 지회 ‘SG길드’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12조 원대의 시장 규모로 성장하는 동안, 크런치 모드·포괄임금제 등 무료 노동을 강제하고, 개발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존재했다”며, “향후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안건에 대한 긴밀한 연대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해당 노동조합 외에도 한국정보통신산업(IT)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한 게임사 노동조합 설립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전후로, 게임업계가 탄력 근로제 도입 및 포괄임금제 폐지를 골자로 한 근로환경 개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전후로, 게임업계가 탄력 근로제 도입 및 포괄임금제 폐지를 골자로 한 근로환경 개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근로환경 개선 평가 ‘긍정적’
이처럼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워라밸’ 문화 정착에 뛰어든 배경에는 출범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일자리 및 노동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핵심 일자리 정책으로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말 주당 68시간 노동을 가능케하는 행정지침을 폐기하고, 국회에서 법정 최장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 연차휴가 전체 소진 의무화를 비롯해 대체휴일제 확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확대 등 전반적인 근로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크런치 모드·포괄임금제 등 그동안 게임업계의 부정적인 근로요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커다란 계기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게임업계 근로환경 개선 움직임에 대한 종사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코어타임처럼 각 부서 간 업무 협력이나 집중 업무 처리가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면, 근로자 본인이 원하는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자율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과도한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들이 빗발침에 따라, 각 게임사마다 사전에 변화를 대비하고 있었던 만큼 실제 현장에서 큰 혼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더불어 게임업계 취업을 고민 중인 대다수의 예비 게임인들도 탄력 근로제 확대, 포괄임금제 폐지를 골자로 한 게임사들의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임 교육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취업 자체의 여부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입사 이후 근무 만족도 향상이나 장기근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그간 강한 업무 강도를 비롯해 게임사 입사를 고민하게 했던 문제들이 개선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으며, 임직원들의 근무시간 단축과 신사업 추진이 맞물리면서 대형·중견 게임사들의 인재 채용 규모가 증가했다는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취업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사들은 7% 이상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 업계 관계자들은 개발 업무 특성상 일괄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력 확충이 어려운 중소·스타트업 게임사를 위한 실질적인 근로여건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업계 관계자들은 개발 업무 특성상 일괄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력 확충이 어려운 중소·스타트업 게임사를 위한 실질적인 근로여건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풀 강화·중소기업 지원 ‘필요’
게임업계의 근로환경 개선 움직임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패러다임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산업 전반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면 향후 국내 게임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게임업계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환경 개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군과의 핵심 인재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게임 개발이나 운영 등 근로시간을 특정할 수 없는 업무가 존재하는 만큼, 기존 산업과 마찬가지로 일괄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오히려 게임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은 모바일게임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실시간 업데이트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가별 대응을 위해서는 24시간 인력을 가동해야하는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월 10일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분야 대상 ‘노동시간 단축 기본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감직전 집중근무 필요에 따른 탄력근로시간제의 적극 검토할 수 있고, 업무 특성에 따라 재량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문체부는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인 ‘콘텐츠 일자리 체질 개선 특별전담팀’을 강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콘텐츠업계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형·중견 게임사와 달리, 인력 충원이 어려운 중소·스타트업 게임사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관련 업계에서는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0~30%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신규 인재 고용에 따른 지원금 지급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중소·스타트업 게임사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개발자가 직접 마감기한을 연장하는 ‘스크럼 마스터 제도’나 야근에 따른 대체휴가나 프로젝트 기여도를 고려한 유급휴가가 주어지는 ‘프로젝트 휴가’ 등으로 구성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확보, 고용노동부의 ‘2018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 게임사인 에이스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소규모 게임사들도 양질의 인재 확보가 가능한 시스템이 과제”라며, “현재 ‘워라밸’ 패러다임 속에서 중소·스타트업 게임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로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이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가 게임산업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임직원의 삶과 회사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려는 게임사들의 노력과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를 발휘, 한국 게임산업의 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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