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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 케이앤투자파트너스 이사 “중소 개발사 투자 유치, 핵심은 회사 세일즈”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8.10.26 14:59
  • 수정 2018.10.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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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흐름 파악·수익화 논리 확립 ‘선행’
- 적합성 검토 및 투명한 정보공유 ‘필수’

대형 게임사 중심의 양극화, 중국산 모바일게임 공세 등의 여파로 중소 및 신생 게임 개발사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과열된 마케팅 경쟁 속에서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고,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 이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문도 닫혔기 때문이다. 이에 개발비 확보에 나선 이들은 투자에 나섰으나, 수많은 실패사례로 인해 시장에는 차가운 바람만 불었다.
그러나 최근 유망 게임사 투자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배틀그라운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블루홀과 지난해 9월 상장에 이어 ‘검은사막 모바일’을 성공시킨 펄어비스, 가파른 성장세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 중인 베스파 등 성공적인 게임사 투자 사례가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VC(벤처캐피탈) 외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차세대 게임업계 블루칩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VC에서 활동해온 박형택 케이앤파트너스 이사도 이들 중 한 명이다. 다만 ‘투자 유치는 곧 회사 세일즈’라고 강조한 박 이사는 중소 게임 개발사가 VC 투자를 유치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회사의 상황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투자사를 찾기 위한 시장조사가 병행돼야한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대표와 심사역 간의 긴밀한 신뢰 구축을 투자 유치의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단순히 자금 확보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투자시장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그에게 보다 자세한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 박형택 케이앤투자파트너스 이사 (사진=경향게임스)

사실 박형택 이사는 지난 2002년 대학생 시절 직접 피쳐폰 게임 개발사를 설립하면서 게임업계와 연을 맺은 인물이다. 당시 적은 인원으로 만든 게임을 통신사 서비스까지 했으나,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사업을 접게 됐다. 이후 게임 기획, 사업 PM, 온라인 서비스 기획, 앱 개발사 조직세팅 등 다양한 업계 경험을 쌓게 됐고, 창업 때부터 꾸준히 공부해온 투자 관련 업무를 바탕으로 VC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10년 만에 반대로 투자자의 입장이 된 그는 자신의 과거이자 지금껏 알지 못했던 개발사의 부족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가장 먼저 박 이사는 투자 유치 전 자신의 회사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것을 강조했다. 개발사의 자금흐름에서부터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수익모델까지 신뢰할 만한 정보가 투자 성공에 중요한 주춧돌인 까닭이다.
이를 위해 그가 추천한 방법은 바로 내부기장과 자금일보 작성이다. 물론 한정된 개발비 내에서 중소 개발사가 경영지원 담당인력을 두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내부 인원이 장부 기재와 재무정보 관리를 하는 경우, 자료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투자 실사나 집행 시점에 불필요한 일처리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일 단위로 현금흐름을 파악하면 자금 부족 시점을 보다 세밀하게 예측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투자 집행까지 최대 6개월간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VC와 협상에 나선다면 자금 고갈에 대한 압박 없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입장에 설 수 있다.
현재 회사의 자금 상황을 파악한 개발사 대표라면, 투자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많은 개발사 대표들이 알고 있지만, 답을 내기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실제 협상에서는 수익모델 제시보다는 창업 배경이나 프로젝트의 가치만을 강조하다 끝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성공이 의심되는 프로젝트라면 투자 받아서는 안 됩니다. 실패 확률은 존재하지만,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방법과 이유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가 있어야한다는 뜻입니다. 투자자가 설득될지 여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만약 확신이나 논리 없이 여러 수치만을 단순 대입한다면, 이미 심사역 대부분이 파악한 데이터이기에 설득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투자 유치에 나서는 대표라면 자신의 롤을 명확하게 인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자칫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PD의 시각에서 프로젝트의 가치나 수익성을 어필하는 데만 매몰될 경우, 대표 위치에서 추구해야할 ‘회사 가치 판매’라는 궁극적인 투자 유치 목적을 놓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박형택 케이앤투자파트너스 이사 (사진=경향게임스)
▲ 박형택 케이앤투자파트너스 이사 (사진=경향게임스)

‘신뢰관계 구축’이 핵심
이와 함께 박 이사는 투자 유치의 또 다른 핵심으로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지목했다. 실제로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 원을 유치하면서도 정부과제보다 사전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자신 역시 과거 개발사 운영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투자 유치에 나선 개발사라면 자사와 적합한 성향의 VC와 심사역을 찾기 위한 시장조사가 매우 중요하다. 각 VC마다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나 보유한 투자 네트워크 볼륨, 개발사가 제작 중인 게임 장르 선호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에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지녔거나 과거 게임사 투자 실패 경험이 있는 회사라면,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 자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그는 개발사가 심사역과 두터운 신뢰를 쌓아야 투자 유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심사역이 개발사와 VC 사이에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투자 이후에도 추가 투자 유치 등 회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사 대표와 심사역이 모든 정보를 가감없이 공유하는 솔직한 자세가 뒷받침돼야한다. 게임사는 인적 자원이 핵심 동력이기에, 게임사 투자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한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결론이다.
투명하게 상호 정보가 공유된다면, 투자에 확신을 가진 심사역이 개발사를 대신해 VC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만약 이때 투자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불필요하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자금 확보에 급급해 유리한 정보만을 공개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다만 실사나 심의 등 투자 집행과정에서 불리한 내용이 등장한다면, 산산이 깨진 신뢰 속에서 투자 유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사에게 투자 유치란, 단순히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회사를 세일즈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집이나 차를 판매할 때 고객에 대한 분석을 하고, 구매자 역시 상품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최근 떠오른 게임사 성공사례로 인해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에, 중소 개발사 대표분들이 충분한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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