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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중국의 내로남불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8.10.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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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거창한 사자성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같은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하게 해석하고, 일관성이 없는 사람 혹은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지난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있었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묶어서 지칭하는 약자이다. 넒은 땅과 많은 인구, 많은 자원을 보유한 신흥 경제 성장 국가의 모임이다. 이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진핑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늘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패권과 힘의 정치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외에도 시진핑 주석은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경제패권 주의를 비판하며 “책임있는 대국이자 현행 국제체계의 건설자 및 공로자로서 중국은 다자주의 체계를 확고히 지지하고 무역 및 투자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서 필자가 어느 쪽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이런 이야기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주장이다.

중국은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나라이다.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을 무기로 수많은 비관세 장벽을 만들어온 나라이다. 많은 분야에서 중국은 불공정 무역을 해왔으나, 필자가 많이 접하는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는 해외 기업의 직접 서비스를 금지한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해외 게임을 수입 서비스해 성장한 기업이다. 만약 한국기업이 직접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했다면, 현재의 텐센트는 없었을 것이다. 많은 중국의 모바일게임 마켓을 운영해 수익을 내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 역시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오픈됐다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한령으로 한국출신 배우는 드라마나 CF 등의 출연도 어렵다. 필자가 투자한 한국 제작사의 드라마는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도 유치했고, 중국인 배우도 출연한 프로젝트이지만, 중국의 방송심의를 2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도 중국에서는 서비스 되지 않으며, 유튜브를 모방한 수많은 서비스가 수익을 내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툭, 아마존 등도 중국 서비스는 금지돼 있다. 그 사이 바이두, 알리바바, 웨이보, 위챗 등이 성장하여 그들만의 성을 만들었다. 한국의 게임은 이제 중국 게임회사가 수입해서 서비스하려고 해도 심의조차 해주지 않는다. 이외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 계약하였으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나 심의 거절로 파산하거나 어려워졌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중국이 지금처럼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중국의 경제패권과 힘의 정치를 반대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책임 있는 대국도 아니었고, 현행 국제체계의 공로자도 아니다. 중국이 주장하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대는 로맨스가 아니다. 가해자가 하는 피해자 코스프레같은 불륜일 뿐이다.

[경향게임스=게임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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