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특별좌담회 - ‘프로게이머, 현재와 비전은…’]프로게이머 높아진 위상 실감 “차세대 스포츠 맞다”

  • 이준수 기자 omega@khplus.kr
  • 입력 2018.11.27 12:25
  • 수정 2018.11.27 13:4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치열해진 선발 경쟁 ‘노력·책임감 필수’
- 군입대 등 제도적 제약 ‘풀어야 할 숙제’ 

‘스타크래프트’를 보고 자란 세대들은 이제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고 있다. 게임 시장이 커지고, 팬들이 늘어나면서 프로게이머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는 모양새다. 인터뷰에 나선 오피지지(OPGG) 소속 프로게이머 ‘에스카’ 김인재와 ‘에임히어로’ 정현철은 프로게이머의 삶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김인재는 10년 전 ‘스페셜포스’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 다양한 장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인기 선수다. 최근에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첫 국제대회인 PGI(PUBG Global Invitational) 3인칭 모드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정현철은 이제 막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다. 정현철은 이제 막 프로리그가 태동하는 ‘포트나이트’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 사람은 동시에 프로게이머가 갖는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를 넘어 승부의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만한 노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두 사람이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그리고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겪은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경향게임스)

오피지지는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클래시 로얄’ 세 개의 프로팀을 운영하고 있다. ‘LoL’ 전적 사이트로 시작한 오피지지는 다양한 게임들의 전적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e스포츠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김인재와 정현철은 각각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기자: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인재:
 초등학교 때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유행이었다.  그중에서 임요환, 이윤열, 김정민 선수를 보면서 프로게이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됐다. 화려한 직업으로 보여 관심이 간 것 같다. 이후 게임에 흥미를 갖게 돼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됐다.
정현철: 나는 20살 때까지 게임을 별로 하지 않았다. 20살이 되고 난 이후 ‘포트나이트’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 부모님께 게임에 집중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 이영호 선수를 좋아했다. 이영호 선수가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손이 찢어져 있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이영호 선수를 보면서 노력하면 프로에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후 ‘포트나이트’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됐다.

기자: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과 되고 난 후 차이점을 느꼈나
정현철:
처음에는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해야 하고,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환경이 좋아서 굉장히 놀랐다. 예전에는 인식이 안 좋았다면 지금은 하나의 직업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프로게이머가 될 때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포트나이트’의 경우 초기에 진입했고, 상향평준화가 안 된 만큼 노력만큼 실력이 늘었다. 이후 상향평준화가 되면서 내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프로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웬만한 노력으로 안 되더라.
김인재: 프로게이머가 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TV로 처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접했을 때 수입도 많고 인기도 많다고 해서 기대했다. ‘스페셜포스’로 처음 데뷔했는데 월급도 적었고, ‘스타크래프트’에 비인기 종목이어서 팬들도 적었다. 시청률도 안 나오고, 팬들도 없는 리그였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미래가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이후 프로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많은 팬들이 생겼다. 생일에 광고를 걸어준다던가 팬미팅을 하는 등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겼었다. 팬들에게 늘 감사하다. 

기자: e스포츠의 경우 게임사에 의해 인게임, 리그 규칙 등에서 변화가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김인재: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추가적으로 게임 내적으로 선수들의 피드백을 많이 들어줬으면 하는 의견이 있다. 이번 대회부터 3인칭 모드가 사라지고 1인칭 모드로 통합이 됐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보는 재미를 늘리고 시청자를 늘리려는 것 같은데 변화가 없어 아쉽다. 1인칭의 경우 ‘배틀그라운드’ 내에서 이용자가 정말 적은 편이어서 연습하기가 힘들다. 이용자 대부분이 3인칭을 즐기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을 해 줬으면 좋겠다.
정현철: 에픽게임즈가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포트나이트’의 흥행이 확실하지 않아 투자가 조심스러운 것 같다. 시장 크기에 따라 지원이 다르다는 점이 아쉽다. 이번 지스타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아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리그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사진=경향게임스)

기자: 프로게이머란 직업은 피지컬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 같다. 어린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나
김인재:
많은 관계자들이 “어린 선수들이 잘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프로게이머치곤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나이 때문에 못 한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반응속도가 중요한 FPS 장르에서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반응속도가 밀린다는 느낌을 아직 받지 못했다. 어린 친구들은 플레이에서 반짝이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이 먹으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나이 먹으면서 생기는 고민들이 오롯이 게임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다. 연습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지 피지컬은 자기관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정현철: 김인재 선수가 말한 것처럼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재기 넘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즐기는데 어린 선수들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긴다. 실제로 우리 팀에 막내인 ‘팩스폭스’ 박성빈 선수의 플레이가 그렇다. 박성빈은 일주일 내내 컴퓨터 앞에서 모든 생활을 한다. 게임에만 집중하는 자세가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자세로 연습하고 있다.

기자: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후에 실시간 방송(스트리밍)을 병행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정현철:
프로게이머로써 노력하겠지만 배틀로얄 장르가 노력에 따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스트리밍은 프로게이머들에게 보험이라고 본다. 스트리밍 채널이 커지면 프로로 성적이 아쉬워도 수익이나 생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도 꾸준히 방송을 진행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다만 방송으로 인해 연습이 부족해지는 것은 멀리하고 있다. 가장 우선시 되는 건 연습이다.
김인재: “프로게이머의 끝은 스트리머다”라는 말을 들었다. 10년 정도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니 해설이나 코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안이 오고 있다. 해설이나 코치는 잘 못 할 것 같고, 방송이 재밌어서 스트리밍을 해보고 싶다. 시청자가 언제 줄지 몰라 걱정이 많다. 좋아하는 선수들이 지금 스트리밍을 많이 하는 만큼 나도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스트리밍 연습을 하고 있다. 

기자: 스트리밍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김인재:
스트리밍을 통해 팬들하고 소통하는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고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다만 팬분들이 프로게이머를 아이돌처럼 대한다고 싫어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딜 가든 싫어하는 사람들은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정현철: ‘포트나이트’가 연령층이 낮은 편이다 보니 남자 동생 팬들이 많다. 어린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서 하는 부분 등 신경 쓸 부분이 있다. 원래 동생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스트리밍에서 얻는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사진=경향게임스)

기자: 해외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텐데, 국내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 것 같나
정현철:
아직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면 느끼는 부분이 있다. ‘포트나이트’의 경우 해외 이용자가 많은 만큼 연구가 활발하고, 게임을 즐겁게 한다. 플레이에 있어 생각하는 점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김인재: PGI에 참가했을 때 팀 리퀴드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합숙을 안 하고 각자 집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더라. 또 국내 팀은 코치진에서 조율을 해주는 편인데 해외는 프로게이머들 각자 주장이 강하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기자: 두 선수의 꿈, 혹은 목표가 궁금하다
정현철:
나는 개인적으로 코치가 정말 하고 싶다. 게임을 하면서 분석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개인 연습 끝나면 내 리플레이를 보면서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팀원들에게도 게임 플레이 방향에 대해 “이렇게 하면 어떨까?”하고 많이 제시하는 편이다. 그 외에 꿈이라면 프로게이머 은퇴 후에 안정적으로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김인재: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PKL(PUBG Korea League)에서 3위 안에 드는 것이다. 3위 안에 들어서 마카오에서 펼쳐지는 PAI 마카오(PUBG ASIA INVITATIONAL MACAO)에 가는 것이 1차 목표다. 꿈이라면 게임을 편하게 하는 것 정도 같다. 아무래도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게임 하는 게 제일 좋고, 제일 편하다.
 
기자: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김인재:
옛날과 다르게 프로게이머란 직업의 인식과 대우가 좋아졌다. 하지 말라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게임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게임이 가진 가능성과 자신이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프로게이머가 되더라도 상위 5% 안에는 들어야 후회 없이 e스포츠 관련 일을 할 수 있다.
정현철: 군대 문제도 있고,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다. 김인재 선수처럼 우승을 많이 하면 걱정이 없어지지 않을까? 프로게이머 생활은 정말 노력이 중요하다. 며칠만 쉬어도 경쟁자들과의 간격이 너무 크게 벌어진다. 충분히 고민하고 객관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수다.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사진=경향게임스)

<‘에임히어로’ 정현철 & ‘에스카’ 김인재는 누구>
‘에스카’ 김인재는 FPS 장르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09년 ‘스페셜포스’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스페셜포스2’, ‘블랙스쿼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총 5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에임히어로’ 정현철은 2018년 ‘포트나이트’로 데뷔한 프로 새내기다. ‘포트나이트’ 시즌2 랭킹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어 주목받는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경향게임스=이준수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