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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20만명 시청!' 트위치 vs 아프리카 플랫폼대전 'e스포츠 참맛' 알렸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2.18 14:33
  • 수정 2019.02.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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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스트리머와 '아프리카' BJ간 정면 대결 이른바 '플랫폼대전'이 지난 16일 진행됐다. 밤 10시 30분부터 새벽 4시까지 약 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경기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0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몰려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프로 선수도, 화려한 콘트롤을 뽐내는 선수도 아닌 그저 일반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에 유저들이 열광한 점에서 이례적인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성 스트리머들의 자존심 대결

지난 2월 16일 밤 10시 30분 트위치 여성스트리머 연합 K/DA와 아프리카 여성 BJ연합 NBD(Not Bad)팀간 격전이 열렸다. 양 팀 전력은 이른바 '실론즈'팀. 일부 라인에서 골드, 플래티넘 유저들이 합을 맞췄으나 대부분 브론즈와 실버로 구성된 팀간 경기였다. 경기는 당초 흔한 친선전처럼 포지셔닝 됐다. 지난 12월 '롤 올스타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돌아와 내전형태로 경기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아프리카와 대결로 번지면서 판이 커졌다. 여기에 트위치팀에는 '헬리오스', '매드라이프'와 같은 전 프로선수들이 코치진으로 참가하고 아프리카에서는 '와치'가 참가하면서 불을 지폈다. 사전 대결부터 양대 플랫폼간 자존심 경쟁으로 번지더니 시청자들간 감정싸움까지 일어나면서 게임은 더 이상 친선전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형태로까지 커졌다. 

프로 뺨치는 하드코어 트레이닝
 
두 팀은 마치 프로선수인 것 처럼 아침부터 새벽까지 스크림을 했다. 코치진들은 멘탈관리에서부터 밴픽, 세부전술, 콘트롤법을 강연하고 이를 방송하기까지 했다. 각 방송 시청자들은 전문 코치로서 게임을 하나씩 분석하고 알려주는 한편, 상대방 전력을 분석하기까지했다.
판은 점점 더 커졌다. 아프리카TV에서는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합류해 스크림을 대신 뛰었고, 트위치TV에서는 '프레이', '캡틴잭', '고스트' 등 리그 오브 레전드 전문 게이머들이 방송을 통해 포인트 강의에 나섰다.

특히 시청자들의 참여도 눈부신 부분이다. 각 선수들의 개인 방송에서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상대 대응 전술을 논의하며, 잘된 장면과 실패한 장면을 혹독하게 꾸짖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한명의 코치로서 이번 이벤트에서 참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 스트리머와 BJ들도 이에 응했다.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면 욕설이 오기가도 하고, 소위 '멘탈이 나가' 방송을 중단하는가 하면, 연습 경기에서 우는 장면도 비일비재했다.   
일례로 경기에 참가한 한 선수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처음에는 우리끼리(팀 멤버) 지면 벌칙으로 뭘하지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 하지 않게 됐다"며 "지는 것이 바로 벌칙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벽 4시에 울려퍼진 함성

경기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가장먼저 트위치팀이 승리를 가져왔다. 일라오이가 미쳐 날뛰는 가운데 자르반이 쓸어담는 그림이 나오면서 첫 경기는 무난한 승리였다. 밴픽에서 우위였다. 상대 전력을 눈치챈 아프리카팀은 미드에서 말자하를 활용 든든하게 버티면서 바텀을 후벼파는 전략으로 상대를 쓸어 담는다. 10인중 최약체 이른바 '아이언티어 원딜러'인 스트리머 서새봄은 CS조차 제대로 못 먹은 채 사냥당하기 일수였다. 반대로 김나나 뀨유윳 듀오는 환상적인 스킬적중률과 콤보로 압도하기 시작. 2경기와 3경기를 완벽하게 쓸어 담는다. 

문제의 4경기. 이번에도 트위치팀 바텀은 박살이 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퍼스트블러드를 당한 서새봄 스트리머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한가지, 전 경기와 달랐던 점은 트위치팀 정글러 피유가 자르반을 들고 바텀 라인을 봐주기 시작했이다. 라이너들이 죽는 가운데 자르반이 킬을 먹으면서 조금씩 따라 붙는 형태로 게임은 진행된다. 그렇다고해서 구멍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글로벌 골드는 5천차. 그런데 38분경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4경기동안 든든히 버텨주던 탑라이너 박옥자누나가 오른궁 이니시를 걸던 타이밍에 덫을 밟아 궁이 취소됐다. 순간 패배를 직감한듯 울부짖는 박옥자누나. 그런데 약점 취급을 받던 트위치 원딜러 서새봄이 점멸 이후 바루스 궁을 기가막히게 넣어 5인궁에 성공, 자르반이 난입하면서 미친듯한 딜량을 뽑아낸다. 그림같은 역전승이었다. 
5경기는 블라인드픽으로 전개됐다. 다 이긴경기에서 패배한 아프리카TV팀은 답답함을 금치 못했고, 트위치팀은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5경기는 블라인드픽, 양 팀 모두 회심의 카드를 동원해 경기에 임했다. 경기 양상은 초반부터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미드 일라오이 히든카드를 뽑은 트위치팀은 상대 말자하픽을 예상한 듯 시작부터 아예 수은장식띠 빌드를 올려서 미드 라인전을 압박해버린다. 동시에 바텀 라인은 아예 앞으로 전진을 하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 앨리스는 라인을 파고들지 못했고, 빈공간에 자르반이 난입하면서 스노우볼을 굴린다. 잘 큰 일라오이가 미쳐 날뛰는 그림. 그 다음은 승리가 기다릴 뿐이었다. 

매드라이프의 '포효'

인간 블리츠 크랭크, 감정표현이 거의 없다던 매드라이프는 4경기에서 '제발'을 외쳤다. 상대가 뭐할지를 다 안다고 이야기하고, 어떻게 생다해야할지도 아니 4경기를 제발 이겨달라고 했다. 4경기 중반부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기계로 돌아간 듯 했다. 오직 5경기만 준비했다고 했다.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고 했다. 5경기에서는 첫 킬이 나오는 순간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세레모니를 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시청자를 대하는 헬리오스는 정색했다. 머리가 아프다했다. 자던 스페이스 아니 선호산 선수를 깨워 타이레놀을 달라고 했다. 바론 한타에서는 '태양신이시어'를 외쳤다. 경기가 승리하는 순간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시청하는 기자도 덩달아 텐션이 올랐다. 킬이 나오는 순간 스크린샷을 찍는 것을 놓쳤다. 비교적 방음이 잘된 오피스텔인데 옆 방에서 '아악'하는 비명이 들렸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승리한 팀도 패배한 팀도 눈물을 흘렸다. 새벽 4시까지 벌어진 마법같은 하루. 뜨거운 스포츠였다.

한편, 이 이벤트는 이후 17일 LCK에서도 언급됐다. 경기 이후 분석데스크에 참가한 매드라이프를 두고 빛돌 해설과 김민아 아니운서가 '명코치'라고 언급한 것. 그도 그럴것이 흐트러지기 쉬운 선수들의 멘탈을 하나로 묶어 팀으로 만들고 서로 응원하도록 만든 것은 물론이고, 밴픽과 전략에서 압승하면서 불리한 게임을 승리로 가져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경기를 본 시청자들은 '코치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낸 18일 현재까지도 트위치와 아프리카 플랫폼과 각 커뮤니티는 '플랫폼 대전'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이와 관련 다음 경기는 '남자 스트리머 대전'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 후속 경기가 진행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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