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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세계 최고를 꿈꾸던 ‘별이 지다’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2.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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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에버퀘스트’같은 제대로만든 정통 롤플레잉 게임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가약스’를 개발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고누소프트, XL게임즈에 이어 넷마블네오 CTO, 드래곤랩스 대표를 역임한 유성준 프로그래머가 2월 13일 새벽 영면했다. 68년생 만 51세 나이였다. 한국 게임계를 대표하는 천재적 프로그래머이자 존경받는 리더로서 활약하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업계는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미 80년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한글과 컴퓨터에서 팀장직을 수행하며 알려진 엔지니어였다. 

그대로만 있어도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기량과 명성, 재력을 갖는 순탄한 삶을 살 터였다. 그가 갑자기 회사를 떠나 고누소프트에 입사한다. 게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꿈은 세계적인 게임 개발. 당시 국내 기술로는 쉽지 않았던 대규모 RvR이 도입된 MMORPG를 선보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게임 난이도가 너무 높았던 탓에 ‘주류’는 될 수 없었으나 소기의 성과는 거둔다. 

그가 다음에 선택한 행선지는 XL게임즈다. 수석 아키텍터로 ‘아키에이지팀’이다. ‘가약스’가 흉내였다면 이번엔 ‘창조’를 할 셈이었다. 참신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주문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고, 엉뚱한 아이디어라고 했지만 그는 놓치지 않고 구현해 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넷마블 네오. 이번엔 모바일에서 환상적인 MMORPG를 만들어 볼 셈이었다.

이어 자리잡은 드래곤랩스에서도 그는 콘솔 MMORPG를 겨냥했다. VR도 연장 선상에 뒀다. 대기업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들을 해보겠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출시할 때 마다 새로운 개발을, 더 나은 성적을 거두는 그였다. 이번 작품에서야 말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만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꿈을 쫓던 천재 프로그래머의 모험은 끝났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수많은 프로그래머들과 게이머들에게 남아 영감을 줄 것이다. 언젠가는 그가 꿈꾸던 정통 서양식 판타지 롤플레잉게임이 한국에서 탄생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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