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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3-위기의 게임산업?]게임 트렌드 변화 ‘보는 게임’ 화두, ‘ESI’ 주목하라

명확한 비전·경쟁력으로 ‘기회’ 창출 … I·P 활용전략 다변화로 신시장 개척

  • 변동휘, 정우준, 이준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03.04 11:41
  • 수정 2019.03.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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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식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양극화와 규제, 쏟아져 들어오는 외산 게임들 속에서 국내 중소 개발사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한다. 비록 외형적으로는 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파고들만한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 부분에서는 벤처캐피탈과 중견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작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의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이다. 
그렇다면 중소 게임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ESI(e스포츠, 스트리밍, I·P)가 떠오르는 모양새다. e스포츠와 인터넷 개인 방송의 가파른 성장으로 ‘보는 게임’이 화두가 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e스포츠의 경우 종목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기존 방송사들이 중소 개발사에 주목하는 모양새이며, 유명 스트리머들이 인디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임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이와 함께 그간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I·P 활용의 폭도 중소 개발사로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중소 게임사들이 점차 심화되는 양극화와 정부의 규제강화, 중국산 게임의 공세 속에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위축은 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는 곧 신작 개발 중단과 핵심 인력 이탈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위기는 곧 기회
벤처투자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14년 10%를 상회했던 VC(벤처캐피털)업계의 게임 투자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 그 결과 중소 게임사들이 정부지원사업에 의존하거나, 투자자가 없어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VC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게임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소 게임사들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게임산업의 성장에도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중소 게임사를 키워내려면 정부의 모태펀드가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고, 규제완화나 부정적 인식 개선을 통해 게임사와 투자자의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VC를 비롯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차세대 ‘블루칩’ 게임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투자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배경에는 지난 2017년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흥행이나 펄어비스, 베스파의 기업공개(IPO) 등 연이어 등장한 투자사례가 존재한다. 더불어 5G 네트워크 상용화가 임박함에 따라, 게임산업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간의 높은 연계성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7월 VR게임 개발사인 리얼리티매직이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정욱 넵튠 대표 등이 참여한 신생 VC인 NVC파트너스는 지난해 8월부터 3차례 ‘게임·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해왔다. 
 

▲ 전반적인 게임 투자가 크게 감소했으나, 장르 차별화를 비롯해 잠재력 있는 I·P, VR·AR·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 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 전반적인 게임 투자가 크게 감소했으나, 장르 차별화를 비롯해 잠재력 있는 I·P, VR·AR·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 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와 함께 I·P 다각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중견 게임사들도 올해 초부터 실질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를 보유한 컴투스는 스토리게임 장르에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국내 게임사 데이세븐을 인수했으며,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도 자사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모바일 턴제 RPG ‘에픽세븐’의 개발사인 슈퍼크리에이티브를 한 가족으로 맞이했다. 이들은 차별화된 장르 개발 역량이나 인지도 높은 I·P를 확보한 뒤, 자사의 글로벌 퍼블리싱 노하우를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올해에는 안정적인 자본력을 갖춘 대형·중견 게임사를 중심으로 강소 게임사 ‘옥석 가리기’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담보가 점차 어려워지는 만큼, VC나 게임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잠재력만으로 투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장상황과 자사 강점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유저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I·P 파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저의 ‘눈’을 공략하라 
특히 최근 들어서는 ‘보는 게임’이 주요 투자처로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보는 게임’의 성공 사례는 역시 e스포츠다. 해외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는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19년 11억 달러(한화 약 1조 2,3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e스포츠를 즐기는 이용자가 4억 4,380만 명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e스포츠는 하나의 게임을 이용해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소개발사들이 e스포츠를 고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e스포츠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이용자 수와 관련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보는 게임’의 종착역이지만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이에 떠오른 해법이 바로 스트리밍과 영상 콘텐츠다.
 

▲ 팝조이는 SBA의 도움으로 지스타에서 ‘카툰네트워크 아레나’의 방송을 진행했다
▲ 팝조이는 SBA의 도움으로 지스타에서 ‘카툰네트워크 아레나’의 방송을 진행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영상을 통해 게임이 성공적으로 알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티가 플레이한 ‘후이즈좀비’다. 신생 개발사 신디즈 스튜디오가 개발한 ‘후이즈좀비’는 도티가 플레이영상을 올리자 다운로드 수가 급증한 바 있다. 
장수게임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사례도 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유튜브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e스포츠 리그와 실제 게임의 인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는 게임’이 실제 ‘하는 게임’의 인기로 이어진 사례다.
정부에서도 보는 게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이 OGN과 지난해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 ‘OGN TURN UP’이 대표적이다. 당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먼치킨.io’와 ‘카툰네트워크 아레나’의 경우 2018 지스타에서 ‘켠김에 왕까지’를 통해 이용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OGN 측은 “중소개발사들에게 방송사는 접근하기 힘든, e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게임을 보는 콘텐츠로 만드는 다양한 방식과 지원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먼저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게임을 알린 이후 이용자가 확보되면 e스포츠로 진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I·P가 확실한 경쟁력
최근 I·P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투자자들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현재 유저 풀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본을 가진 대형 게임사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중소 개발사들도 새로운 I·P 개발이나 관련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중소 게임사들도 I·P를 중심으로 자사의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모양새다. 시리즈화, 이종 콘텐츠와의 융복합, OSMU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마녀의 샘’ 시리즈로 유명한 키위웍스의 경우 ‘중소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표 사례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료게임으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시리즈 3탄까지 출시가 됐음에도 여전히 초기작이 더 높은 인기 순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의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스토리와 캐릭터 등에서 확고한 정체성을 갖춘 것이 이같은 성공을 견인한 배경으로 꼽힌다.
 

▲ 성공적인 I·P 활용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중소 개발사들 사이에서도 이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 성공적인 I·P 활용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중소 개발사들 사이에서도 이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달콤소프트는 이종 문화콘텐츠와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나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리바다 공동 창업자 출신인 김현걸 대표는 대중음악 업계와의 인연을 강점으로 삼아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추세다. SM, JYP 등 유명 연예기획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SuperStar’ 시리즈를 출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SuperStar SMTOWN’은 엑소 찬열의 플레이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SuperStar BTS’ 역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지도 상승에 따라 함께 인기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최근 ‘SuperStar PLEDIS’까지 출시했다. 특히 김현걸 대표는 유명 셀럽들이 트위터를 많이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 트위터를 적극 활용해 자사 유저 풀을 넓혀갈 계획이며 아티스트와 전세계 팬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캐주얼게임이 키워드로 떠오름에 따라 아기자기하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캐주얼한 I·P가 부상하는 추세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닛파이브의 ‘큐비’ I·P를 들 수 있다. ‘2017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2관왕을 차지한 이들은 개발 초기부터 특유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실제로 게임 출시 이후 애니메이션 제작사, 문구용품 회사들이 직접 찾아와 캐릭터 사업을 논의했을 만큼 ‘큐비’ I·P의 가치는 높게 평가받았다. 이들은 ‘큐비’ I·P 를 활용한 캐주얼게임 개발과 동시에 외부 업체들과 캐릭터 사업을 착수할 전망이다. 게임 개발 및 서비스는 물론, OSMU(원소스 멀티유즈)까지 이어가는 셈이다. 
이처럼 ‘중소의 기적’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I·P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의 법적 분쟁 사례로 인해 I·P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관련 법률자문 등 지원책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게임스=변동휘, 정우준, 이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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