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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정보의 비대칭성과 인공지능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9.03.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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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해왔다. 처음 플레이했던 게임이 일명 ‘방구차’라고 불렸던 남코의 ‘랠리-X’였으니 일단 3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그 시절부터 90년대까지 출시된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맵에는 다양한 갈림길이 존재했고, 구석구석 숨겨진 아이템들이 존재했으며, 캐릭터가 레벨업 할 때마다 주어지는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해야 했다.

또한 그 결정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은 큰 차이를 가지게 됐다. 그런 선택지를 통해 이용자의 다양한 방식의 플레이를 유도하고, 기획자는 이용자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개별화된 경험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게임을 하다보면 유저의 전략적 선택지의 부여가 줄어든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용자와 기획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과거 게임 기획자들은 이용자가 기획자의 기획 내용을 모르고 플레이한다고 전제하고 기획을 했다. 이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게임의 내용을 알아가도록 기획했으며, 유저는 게임의 내용을 알기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21세기에 들어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커뮤니티가 발전하면서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은 많은 부분 사라졌다. 게임의 내용을 파악한 일부 이용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다른 이용자는 이런 정보를 이용하여 더 이상 기획자가 숨겨둔 내용을 찾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획자들은 이제 이용자가 기획자의 기획 내용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고, 쉽게 내용을 파악한다는 전제로 게임을 기획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의 난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점점 가속화돼 이제는 반대로 인터넷과 각종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게임의 기획은 어떻게 될까? 이런 난이도의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과도한 난이도의 상승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헤치고, 결국 이용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 이런 지속적인 난이도 상승에 대한 대안은 유저마다 다르게 대응하는 난이도가 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맞춤 서비스이다. 이런 맞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인공지능 혹은 머신 러닝 기술이다. 

향후에는 게임의 다양한 기획 요소의 난이도가 인공지능의 의해 이용자에 맞춰 변화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대에 도달하면 게임 내 NPC(Non Player Character)가 마치 이용자처럼 행동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기획자는 인공지능을 유저라고 보고 기획해야 하는지도 고민해볼 문제이다. 한 밤중에 문득 떠오른 필자의 상상의 한 조각을 주절거려 본다.

[경향게임스=게임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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