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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메아리와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 경향게임스 press@khplus.kr
  • 입력 2019.04.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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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게임은 저런 요소 때문에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 게임에도 이런 게임처럼 저런 요소를 도입해서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보통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 다니거나 한 회사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특정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같이 다니면서 그 게임의 장점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현상은 비단 게임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듣는 필자 입장에서는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기를 강요하는 상황은 상당히 불편하다. 마치 듣기 싫은 메아리를 계속 듣고 있는 느낌이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본인이 불편했다는 넋두리를 하기 위함은 아니다. 방송 음향 쪽에서는 이런 메아리를 의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잔향실을 만들기도 한다. 잔향실은 벽면의 음 반사율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 반사되는 음을 효과적으로 확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방이다. 이런 방에서 소리를 발생시키면 원래 음원과 반사된 음원이 서로 증폭되어 소리가 커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에코 체임버 효과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원래 방송 분야 용어였으나 최근 사회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법학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이 밀폐된 방 안에서 소리가 증폭되는 것처럼 개인의 생각도 닫힌 시스템 내에서 강화되는 현상에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특정 미디어만 소비하는 집단에서 생각의 편향성이 더욱 강화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진보적 성향의 미디어를 주로 소비하면서 진보적 성향이 강화되고,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보수적 성향의 미디어를 주로 소비하면서 보수적 성향이 더욱 강화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집단의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런 사회 가치관의 양극화도 큰 문제이나, 필자가 본 칼럼에서 걱정하는 것은 바로 게임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작팀의 과도한 자기 확신이다. 특정 게임을 오랜 기간 만들고 있으면 제작팀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어느 순간 그 소리가 확대돼 모르는 사이 본인들이 했던 이야기에 스스로 세뇌돼 확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들이 재미있게 했던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이고, 그 게임의 좋은 요소가 반영된 이 게임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고, 만들고 있는 본인들 역시 너무 재미있다고 확신하는 과정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럽다.

게임을 비롯한 대중의 소비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절대적으로 생산자가 소비자와 비교해 많은 데이터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게임 유저는 제작자만큼 게임 제작 자체를 고민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제작하는 게임은 유저를 위한 것이지 제작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제작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게임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격언을 많이 이야기한다.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게임이 에코 체임버 효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경향게임스=게임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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