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애플이 퀄컴과의 특허분쟁을 마치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합의를 애플의 패배로 보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5세대 이동통신(5G)이 있다는 분석이다.
씨넷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과 퀄컴은 16일(현지 시간) 양사가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6년간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합의안에는 그동안 애플이 지급 중단했던 로열티 일괄지급과 퀄컴의 모뎀칩 공급 재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퀄컴의 완승이라는 평가다. 최대의 고객인 애플에의 공급을 재개하게 됨과 동시에 자사의 기술특허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역시 수정 없이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같은 비즈니스 관행을 문제삼아 소송전을 시작한 애플은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자사가 비난했던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수정되지 않은데다, 도리어 그간 지급하지 않은 로열티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로열티 지출이 실질적인 재무상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명분 싸움에서 패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매체는 ‘굴욕적인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애플이 급작스레 ‘항복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5G가 있다는 분석이다. 퀄컴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애플은 인텔을 통해 모뎀 칩을 공수해왔는데, 이들은 아직 스마트폰용 5G 모뎀칩을 생산하고 있지 않았던데다,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역시 판매를 거부했다. 화웨이가 애플에의 제품공급 의사를 타진했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화웨이 장비의 보안 이슈 등을 고려하면 애플이 이들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았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경쟁자들은 5G 스마트폰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는 만큼, 애플의 승산은 애초에 희박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합의를 통해 애플은 5G 아이폰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장에 선행주자들이 나선 만큼, 발걸음이 좀 더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인텔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평가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고객사인 애플을 바탕으로 5G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이번 합의로 인해 스마트폰 5G 모뎀 시장으로의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기 때문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