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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019 #5] 넥슨 이현기 디렉터 "살아있는 생명을 사냥하는 느낌 게임에 담았다"

  • 판교=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4.24 19:32
  • 수정 2019.04.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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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을 깊게 탐구하다가 '사냥'이라는 본질에 도달했습니다. 역사책속에서 활을 들고 동물을 사냥하는 사진들을 볼 수 있듯이 남성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런 욕망들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를 꺼내서 날 것 그대로 '사냥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넥슨 '드래곤하운드' 이현기 디렉터는 24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2019)에서 그간 개발 이야기와 함께 '드래곤하운드'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드래곤하운드'는 넥슨이 차세대 게임을 목표로 개발중인 MORPG. 올해 NDC2019에서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기술과 VR, AR등 차세대 기술들을 대거 동원해 프로젝트를 알리는가 하면 관련 개발진들이 대거 강연에 나서면서 프로젝트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넥슨 이현기 디렉터는 자신의 프로젝트 프로토타입을 한마디로 말해 '앵그리몬헌버드'라 설명했다. 그가 넥슨에 입사한 2013년 당시 PD가 '앵그리버드처럼 화면을 드래그해 활을 쏴서 몬스터헌터처럼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을 개발하자고 설명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후 이 프로젝트가 드랍됐지만 당시 기억을 되살렸던 이현기 디렉터는 이 게임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개발하게 된다. 

"'마비노기 듀얼'을 끝내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모바일게임은 계속 플레이하게 되긴 하는데 왜 재미있는지를 잘 모르겠었습니다. 그래서 '아 이거 흉내도 못내겠구나'해서 경쟁을 피해보고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체험을 만들어 보자는 쪽으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인간이 배우지 않아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고민을 했다. 그러다 떠올린 콘텐츠가 바로 '마상수렵'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가 마음 속 깊은곳에 내재돼 있다고 보고 이 본능을 끌어내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핵심은 단순히 재미로 죽이는게 아니라 생명체를 죽이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생명체는 벌벌떨면서 죽어가고,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어야했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했습니다. 문제는 이를 개발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처음부터 토대를 닦아 차근차근 개발했다. 그의 생각 속에서는 보다 다양한 몬스터들이 광활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움직여야했다. 때문에 이를 개발하기 위해 뼈대를 닦고, 각 뼈대에 맞춰서 몬스터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애니메이터들이 모든 작업을 하기에는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 때문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이를 보존하도록 설계했다. 

"초기에는 모든 과정을 프로그래밍만으로 진행했습니다. 걷는 것 부터 시작해 날개를 달고 머리를 여러개 달거나 동력원을 바꿔가면서 해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걸맞는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개발했죠. 지금은 애니메이터가 작업한 데이터들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만, 근본은 일치합니다."

움직임이 준비돼자 몬스터들에 생명을 넣는 작업이 뒤따랐다. 각 몬스터들은 뇌가 있고, 눈이 있고, 심장이 있고, 혈관이 있고, 피부와 뼈대가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부분들을 다르게 표현했고, 각 부위가 실제로 파괴되도록 설계했다. 피부를 찢어서 내장을 드러내고, 다시 내장을 공격해 상대가 멈출때 까지 말 그대로 '사냥'이 계속되는 식이다. 특히 각 부위별로 피격당했을때 몬스터의 상태가 달라진다. 뇌를 공격당한 몬스터는 수시로 '구토'를 하면서 멈춘다. 눈을 공격당한 몬스터는 시야를 잃어 배회한다. 노려서 공격하기 보다 마구잡이로 공격한다. 다리를 잃은 몬스터는 주저 앉는다. 가상 생명체가 실제 생명체처럼 행동하도록 준비돼 있다. 유저는 몬스터를 보고 파악해 걸맞는 사냥을 하면 된다. 

"몬스터가 준비됐으니 이제 사냥을 할 차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80년대와 90년대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로망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인기있었던 애니메이션이나 메카닉물들을 근간으로 '차이니즈 고딕'에 '스팀펑크'를 얹은 세계관을 준비했습니다. 무슨 홍어삼합에 민트 초코를 껴얹는듯한 말이었지만 개발자들은 훌륭히 표현해냈습니다. 과거 종로에 있었던 한 건물이나, 구룡성채와 같은 건물들을 기반으로 콘셉트를 계승해 발전시켜나가면서 이미지를 완성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가 선보인 이미지들은 과거 애니메이션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들이 다수 있다. 특히 어렸을때 갖고 놀던 장난감 무기와 비행기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물리적 정확도'보다 '그럴싸한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게임에 적용시키기 위해 콘셉트를 발전시켰다. 

"대포를 쏠때도 불꽃이나 충격파가 있겠지만 그것 보다도 보는 사람들이 '느낌을 받는것'에 좀 더 포인트를 뒀습니다. 그것 중 하나가 먼지인데요. 배경에 넓게 먼지가 깔리고 유저들은 이 사이를 돌파해서 나아갑니다. 그 때 분진이 몸에 닿으면 몸에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쓰게 됩니다. 일종의 버프를 주는 익탄은 몸에 붙은 불을 끄는 기능을 하는데 이 때도 먼지 구름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화전(폭죽달린 유도 화살을 쏨), 개틀링(난사), 중완(커다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무거운 무기를 들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중갑옷)등을 콘셉트로 게임 플레이를 설명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특히 흥미로운 콘셉트는 '철관포'다. 철관포는 '철관(철로된 빨때)'를 쏘는 무기다. 적의 피부가 뚫렸을때 이 관을 다수 박아넣어 피가 빠지도록 설계됐다. 일종의 '독(DOT)'개념으로 서서히 피(체력)이 빠진 몬스터는 무력화된다. 같은 방식으로 몬스터가 가끔 입을 벌리는데, 이 곳으로 탄환을 집어 넣게 되면 몬스터의 '뇌'가 데미지를 입는 식으로 게임 플레이는 전개된다. 

"이렇게 개발된 게임은 복잡합니다. 용과 싸워야 하는데 복잡도랑 싸우게 됐습니다. 그냥 사냥을 하고 싶었는데 몬스터 하나에 설정만 1400개, 무기는 개인화기와 중화기를 포함해 16개에 개당 80개 설정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플레이어 피해와 레벨에 따른 성장값을 적용해야하니 진짜 복잡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각 숫자가 달라질 때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니 크게 신경써야할 부분입니다. 다행히도 모두 제어권내에 넣었습니다."

그가 이토록 복잡한 게임을 개발한 이유는 '유저들이 깊게 파고들 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서히 게임에 적응해 나가면서 오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때문에 처음부터 '복잡한 게임'이 되기 보다는 가능한한 '단순화'해서 차근차근 배워 나갈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준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튜토리얼만 50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분량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50시간동안 콘솔게임 밀도로 만들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10시간은 될만한 분량으로 준비했습니다. 차근차근 진행하면서 성장하는 재미를, 그리고 게임을 알아가는 재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나씩 보여주고 만져보고 하면서 알 수 있도록, 그리고 목표를 갖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드래곤하운드'는 개발 과정에서 공개된 영상으로 '몬스터헌터'를 닮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현기 디렉터는 '몬스터헌터'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비교에 감사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그가 생각하는 게임성은 '몬스터헌터'와는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맵 활용'이다. '몬스터헌터'가 지근거리에서 발과 몸통 등을 공략하면서 치고 박는 느낌이라면, '드래곤하운드'는 넓은 지역을 말을 타고 달리면서 '포격'을 가하는 액션게임에 가깝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치고 빠지면서 공략을 하는가 하면, 각 몬스터별로 효과적인 공략법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국내에서 '몬스터헌터'를 따라잡을 게임이 탄생할 수 있을까. 머지 않아 사냥 시즌이 시작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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