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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019 #9]국내 게임업계, 기업문화 고민 절실

  • 판교=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04.25 16:16
  • 수정 2019.04.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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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NDC 2019’ 현장에서는 슈퍼셀 김우현 디자이너가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브롤스타즈’를 가능하게 만든 슈퍼셀의 문화, 그리고 ‘떳떳한 실패’를 되짚으며 국내 게임업계도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먼저, 그는 슈퍼셀에 오래 근무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슈퍼셀에 기업문화를 마케팅용 이미지라고 여겼기 때문에 딱히 기대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7번 회사를 옮기고, 평균 근속기간 8.3개월을 기록한 ‘저니맨’이었던 그는 다양한 조직문화를 경험했고, 좋은 게임을 만드는 요인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미를 창출하는 환경에 주목했다. 하지만 리더 중심으로 흘러가는 국내 및 북미 기업들의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팀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슈퍼셀의 수평적 구조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했다는 것이다. 2~3명의 디자이너가 아트를 경험하고, 팀 단위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슈퍼셀의 문화를 듣자마자 말 그대로 ‘불지옥’의 촉이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슈퍼셀의 기본 가치는 자유, 평등, 독립에 맞춰져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핀란드에서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돼 있고, 연차를 쓰는 것에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는 등 ‘WFH(Work From Home)’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있었다는 소회다.
특히 그는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평등’을 강조했다. 당시 한 직원이 성과급 지급방식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것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대표는 CFO와 회의를 거쳐 적용했다는 것이다. 화염병이나 데모 없이도 일개 직원이 회사의 정책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독립’의 경우, 모든 업무에 있어 가르쳐주는 이가 없다는 형태로 구현됐다. 기존의 수직적 직무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는 힘들 수 있지만, 독립성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최대한 위계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소규모 조직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바탕으로는 한 개인이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독립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슈퍼셀의 게임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아무 간섭 없이 최초 기획을 하고, 내부에서 30개국 이상의 국적과 다양한 연령, 직업에 걸친 피드백을 받은 뒤, 소프트론칭을 거쳐 정식 출시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모두 자유롭지는 않다. ‘클래시 오브 클랜’과 ‘클래시 로얄’ 이후 회사 내부의 도덕적, 사회적 허들이 높아지며 14개 타이틀이 무산됐다. 그 중에는 ‘스매시 랜드’ 등이 있었다. 지표가 악화일로였던 ‘브롤스타즈’와 달리 다양한 업데이트 이후 지표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차였지만, 일명 ‘사우나 회의’에서 개발팀은 ‘클래시 로얄’에 전력을 보태기로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모두 개발팀이 결정하는 셈이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브롤스타즈’가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립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브롤스타즈’의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었다. 콘텐츠가 무거워 소규모 인원이 일당백으로 일을 하는 슈퍼셀과는 잘 맞지 않았다. 이에 외부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파이프라인 역시 구축했다.
슈퍼셀 스타일과 동떨어진 생소한 스타일도 문제였다. 픽사 스타일과 다른 카툰네트워크나 메가맨 스타일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것이 성공의 실마리라고 믿고 꾸준히 밀어붙였다는 것이 김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브롤스타즈’ 개발과정을 소개했다. 2015년 ‘클래시 로얄’ 소프트론칭 이후, 내부에서는 전세계 유저들이 실시간 대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레이저’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우주 총싸움 게임으로 최초 기획됐다. 터치로 지정 후 사거리 내 적이 들어오면 자동 공격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게임의 템포가 느리고 개선 가능하다고 여겨 변경했다. 아트 또한 추상적이라는 피드백을 수렴해 좀 더 명확한 스타일을 고민했다. 이에 절충안으로 스와이프 방식을 채택했고, 이것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유저들의 피드백이 좋지 않았고, 좀 더 깊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이스틱 방식으로 변경하게 됐다. 하지만 화면이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었고, 듀얼 조이스틱이라는 방식을 도입해 현재와 가까운 조작방식을 구현했고, 회면 역시 세로에서 가로로 변경했다.
아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시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함과 동시에 추상적인 SF 스타일을 벗어나려 시도했다. 이후 웨스턴 망가 스타일 도입에 대한 논의를 거쳐 현재와 유사한 방식으로 소프트론칭을 진행했다.
이후 성장 방식 변경을 통한 밸런스 조정을 진행했지만, DAU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3가지의 큰 변화를 마지막으로 시도했다. 안드로이드 출시,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마켓 진출을 통해 매칭 유저 풀을 넓히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또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코어 시스템 안정화 이후를 추구했다. 그 결과 리텐션 67%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뒀고, 글로벌 론칭을 단행해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됐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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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패에 맞설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그는 슈퍼셀의 안전망을 들었다. 개인 측면에서는 길고 고통스러운 검증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뽑고, 이를 통과한 이들에게는 맞는 곳을 찾을때까지 무제한으로 팀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팀 단위에서는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도록 했다.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도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도록 한 것이다.
또한 보상에 있어서는 성과별 차등보상 방식이 아닌 모든 부서가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한 프로젝트에 대해 모든 팀이 합심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며, 적극적인 협동과 지식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김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이어 김 디자이너는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시사점을 밝혔다. 북유럽 조직문화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을 갖고 있기에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친밀도에 대한 패턴이 서구와 다르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되,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유와 질서의 균형을 유지하는 직원의 태도는 물론, 회사 역시 도구가 아닌 동료로 대하고 존중하는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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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 김우현 디자이너는 “한국 게임업계도 찬란했던 때가 있었지만, 기업문화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었다”며 “앞으로 국내 게임업계도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다시 한 번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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