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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019 #14]게임빌 오현석 기획자 “끌리는 게임, 첫 문장이 다르다”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04.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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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NDC 2019’ 3일차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게임빌 오현석 기획자는 ‘이 세계 시나리오 라이터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게임의 성공을 위한 시나리오 차원에서의 요소로 첫 문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경향게임스

그는 게임 시나리오에서의 첫 문장의 중요성과 매력적인 첫 문장 작성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라이트노벨 작가로 활동했던 경력을 토대로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라이트노벨의 이미지를 먼저 소개했다. 문장형의 긴 제목과 갑작스런 죽음과 이세계 전생, 타인을 압도하는 능력 등의 클리셰가 있는데, 그는 이와는 조금 다른 라이트노벨을 써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성을 게임에 대입, 게임의 첫 인상이 성공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모바일게임에서 첫 인상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시간을 중요한 재화로 여기는 콘텐츠로 인해 제한된 시간과 빠른 플레이라는 특성이 있으며, 자동전투와 오프라인 보상 등이 대표적이다. 유료 게임들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유저들은 먼저 무료 플레이 이후 마음에 드는 게임에 추가과금을 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기존 유료게임 유저들은 첫 인상이 나쁠 경우에도 비용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지속 플레이하게 되고, 비교적 플레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언젠가는 만족감을 느끼는 구간에 도달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플레이를 견인해줄 보상심리가 약하며, 플레이 시간이 짧아 만족감을 느낄 구간에 도달하기 전에 이탈하게 된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여기서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할은 다소 미묘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협업이 중요한 게임 개발 환경으로 인해 사업, 그래픽, 전투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담당자와 소통을 해야 하며, 작가 마음대로 모든 것을 수정하기 어렵다. 결국 인트로에서 만렙 콘텐츠를 모두 즐기게 한 뒤, 이야기를 리셋해 1레벨부터 시작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시나리오 라이터의 무기는 결국 텍스트로, 좋은 문장을 통해 게임의 분위기를 확 바꿔줄 수 있다.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에 대해 그는 ‘클리셰(진부한 표현)’를 강조했다. 자주 쓰는 문장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모티브가 명작이 되면서 오마주로 이어지고, 이것이 남발되며 클리셰가 된다. 지금은 진부하지만 원래 명작이었던 것으로, 이를 잘 분석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경향게임스

그 예시로 오 기획자는 ‘태초에 천족과 마족이 있었다’, ‘제국력 1042년’, ‘모르는 천장’ 등의 클리셰를 분석했다. ‘태초에’는 성경의 창세기에서 따온 것으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제국력’은 황제의 존재와 문화의 발달, 오래 지속돼온 강대국이라는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모르는 천장’의 경우 일상이 아닌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뜻으로,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 호기심과 몰입감을 더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좋은 첫 문장의 조건을 모두 갖춘 문장으로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와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첫 문장에 대한 분석을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좋은 첫 문장의 요소는 자주 접해 익숙한 문장, 유추 가능한 정보가 많은 문장, 또는 유추 가능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문장, 장르 특성을 단번에 이해시키는 문장으로 정리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저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내포하는 것으로,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이후의 리딩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상업적 문장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설명이다.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첫 문장을 통해 다음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그래픽, 사운드, 전투 방식 등 게임의 특성을 이해시키며 리텐션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오 기획자는 “문장에 모든 승부수를 띄울 필요는 없으며, 동료들에게 제공할 최상의 시나리오를 쓰면 된다”며 “첫 문장을 시작으로 문장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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