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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의 G논단]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는 질병코드 논란

  • 정리=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05.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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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저 오랜 옛날 조선시대 이야기만은 아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200년도 넘은 20세기 중반에도 선무당들이 많은 사람들을 잡은 적이 있다. 
혹시 ‘교정강간’이란 말을 아는가. 교정강간이란 동성애자들을 성적으로 교정한다는 미명 하에 동성애자들에 대한 성폭력을 자행했던 것을 의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동성애자들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심지어 이들에게 전기고문을 자행하기까지 했다.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가능케 한 것은 미국정신의학회와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동성애를 질병코드에서 제외한 것은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에야,  그리고 WHO는 지정 28년만인 2018년에 ‘성전환증과 성 주체성 장애’라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신과 진단 항목을 삭제했다. 그들은 질병코드를 삭제했지만 고문과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한 마디 한 적이 없다. 마녀로 몰려 사냥당한 이들의 고통과 인권 유린은 어디서 누구에게서 보상받아야 할까. 
이런 전과(?)를 가진 WHO가 최근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 부여를 시도하고 있다. 작년에 시도했다 학계, 산업계 등 전세계적인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연기했지만 이달 말 WHO 총회에서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장애 코드 지정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게임이 원인인지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인지, 과연 그것이 질병인지를 놓고 비판이 일고 있다. 또 게임장애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따라서 진단하는 의사에 따라 전혀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문제다. 그래서 어떤 의사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정받은 사람도 게임에 부정적인 의사를 만나면 평생 ‘게임중독자’라는 낙인을 찍혀 살아야 한다. 
만일 10년 후 게임질병 코드 지정 논란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었는가가 밝혀지고, 그리고 그 논란이 다시 ‘유튜브 장애’로 옮겨 간다면 21세기는 여전히 문명이 아닌 선무당이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인 것인가.  

 

* 위정현 학회장
+ 한국게임학회장
+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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