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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의 광화문연가]이별을 선택한 연인들의 ‘사랑과 의무’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19.05.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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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와 카카오게임즈 간의 ‘아름다운 이별’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검은사막’ MMORPG 국내 서비스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두 회사 모두 아주 쿨(COOL)한 연인처럼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잘 살라’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게임사와 퍼블리셔 간의 관계가 연인에서 친구로 좋게 헤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헤어짐에 있어서 서로를 탓하며, 추한 모습을 많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별 과정에서 ‘유저’라는 볼모를 잡고 사랑했던 연인에게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남의 탓만을 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진행될 때 마다, 피해를 입는 쪽은 유저들이었다. 

펄어비스와 카카오게임즈 모두, 이런 경우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퍼블리싱 계약에 있어서 이별에 대한 조항을 명확하게 정리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아직 북미와 유럽 서비스를 카카오게임즈가 맡고 있어 국내 서비스 이관 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는데 한 몫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에서는 이별했지만, 해외에서는 연인으로서 책무를 끝까지 다해야한다는 의무감이 아직 남아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온라인게임 강세이던 2000년대 초반에는 개발과 퍼블리싱이 완벽하게 구별됐다. 개발사는 개발만, 퍼블리셔는 홍보, 마케팅과 운영을 전담으로 게임 서비스를 진행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유저풀 확보와 운영에 있어서 퍼블리셔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자금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전문 퍼블리셔에게 게임을 맡겨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었다. 

모바일게임 시대에서도 여전히 퍼블리셔가 존재하지만, 이제는 공존보다는 개인 간의 능력으로 혼자 살아남으려는 모습이 강세를 띄고 있다. 연인 간의 ‘셈’ 이외에도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 등이 대표적인 ‘셈’ 부분에 포함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개발사 입장에서는 퍼블리싱을 통해, 시장에서 자사의 게임이 인정받고 롱런 체계가 갖춰지면 스스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 한다. 더 이상 퍼블리셔와의 공존 이유가 별로 없다는 판단이 크기 때문이다. 퍼블리셔 입장에서도 안정권으로 접어든 게임에 대해서 더 이상의 투자는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매출이 안정권으로 접어들면, 새로운 연인을 찾기 시작한다. 대부분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좀 더 나에게 잘해 달라’는 여자의 외침에 대해서 ‘그 정도 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남자의 항변이 말이다. 결국 계약 종료 시점에서 연인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이별을 선택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이별에 너무 많은 이들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둘만 이별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닌, 유저라는 그들 사이의 자식 같은 존재가 있다. 이들에 대한 양육권 싸움이 이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모바일게임 중에서도 이런 이관 부분 때문에 이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개발사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가 닥치기 전에 연인에서 아예 부부로 도장을 찍는 경우(퍼블리셔의 개발사 인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눈치를 보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서로에 대해 애증이 있겠지만, 예전처럼 ‘유저’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관계는 이미 충분히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첫 계약이 중요하다. 물론, 퍼블리셔 입장에서 자신들이 쌓은 유저 데이터베이스를 그냥 줄 수 없다는 입장이겠지만, 계약 기간 동안 충분히 협업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야 한다. 사랑했던 연인을 떠나보낼 때에는 ‘사랑’ 이외에도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는 것이 이번 기회를 통해 꼭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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