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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4인 인터뷰 ②]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사회 공론화 ‘함께해야’”

합의 없는 일방적 추진 악영향 ‘초래’ … 부처 이견 조율·긍정 효과 연구 ‘과제’

  • 정우준 기자 coz@khplus.kr
  • 입력 2019.05.21 11:29
  • 수정 2019.05.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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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53호 기사]

5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판가름할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의 막이 올랐다.
국내외 게임업계와 학계, 의학계, 문화 협·단체들이 해당 안건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안건이 최종 처리될 경우,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게임중독’을 진단할 의학적 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부터는 관계부처 논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과학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과잉 의료화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게임 생태계가 심각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에 본지는 그간 게임에 대한 연구 및 활동을 이어온 서태건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등 학계 전문가 4인을 만나,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Q. 5월 20일 개막한 WHO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의견은?
A.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게임산업을 위축시키고, 게임 관련 대학생들을 포함해 청년 일자리 감소와 인접한 연관 산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Q. 만약 ‘게임이용장애’가 도입된다면, 게임산업을 비롯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A.
먼저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 산업적 피해가 1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관련 산업군의 여파와 사회 문화적 비용손실을 고려하면, 피해는 훨씬 심각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사회적으로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게이머나 게임 개발자, 게임 연구자, 게임업계 진출 희망자 등 게임인들이 잠재적 ‘질병유발자’나 ‘환자’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임사는 게임개발을 포기하거나 업종전환을 하게 될 것이고, 게임 관련 대학도 신입생이 급감하고 졸업생도 취업문이 막힐 수 있습니다. 결국 수년 내에 제작되는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고, 국내 게이머들은 외산게임을 ‘숨어서’ 플레이하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이 와중에 게임을 적대시하는 세력들에 의해 2차, 3차 공세를 받게 되면, 게임 생태계는 심각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한류확산의 개척자였습니다. 한류라는 말이 무색했던 1990년대 말부터, 이미 국내 게임사들은 자사의 게임 I·P를 들고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 북미, 중남미를 누비며 ‘게임한류’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왔습니다. 게임이 무너지면, 한류도 그 빛을 잃을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Q. 현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학계, 이용자들이 실천 및 참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A.
보다 적극적인 사회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분들 중에는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이나 청년일자리 등에 대해 충분한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찬성했을 개연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대중들에게 연관 산업에 미칠 파장과 수출감소 및 일자리 급감 등 사회적 충격이 큰 이슈들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정부와 학계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게임이용자들과 게임개발자들이 주도하는 ‘게임질병화 반대운동’ 캠페인(Ex. 해시태그, 필리버스터 등)을 벌였으면 합니다.
아울러 정부와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복지부의 찬성이유를 분명히 따져 묻고, 과연 국민건강을 위한 것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전 정권시절 복지부와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게임질병코드 제정은) 숙원사업이다’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아왔으며, 게임중독규명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한 사실도 보도됐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6년 2월 25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신건강 종합대책’ 중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분류해서 관리하겠다’는 방안을 거론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주무부처인 문체부 산하에 ‘게임진흥’ 전담기관의 부재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콘텐츠 분야들은 전담 진흥기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는데 비해, 유독 게임만은 규제와 제한만을 위한 기관이 있을 뿐입니다.
더불어 게임업계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게임산업 규모가 20년 전에 비해 수백 배 커진 상황에서, 그에 상응하는 ‘게임인식개선’을 위한 연구와 지원이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자사의 이익실현도 중요하지만, 게임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원천연구와 인식개선을 위한 투자에는 많이 인색했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최근 들어 의학계에서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를 계기로 게임학계와 의학계의 다학제 연구가 왕성히 진행돼야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매번 등장하는 엉터리 뇌 연구 사진을 압도하는,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게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의미있는 사회변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필자 등은 게임 요소를 게임 외의 사회적 맥락에 융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확산시켜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치매예방과 인지장애 개선을 위한 게임융합연구에 매진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게임치료 연구성과를 내고자 합니다.

Q.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란과 관련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면?
A.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산업은 물론, 게임인들을 포함한 게임생태계를 무력화시켜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10조 원대 게임산업을 비롯해 정보통신산업, 컴퓨터산업, 스마트폰 제조산업까지 미칠 손실은 수백조 원대로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상당수 게임개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청년 일자리 역시 급감하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게임산업 위축에 따른 게임콘텐츠 제작이 감소하고, 외산게임들만을 가슴 졸이며 숨어서 플레이하는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합니다. 일부세력의 ‘숙원사업’ 성취를 위해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게임산업’이 초토화되는 것은 아닐지 꼭 챙겨봐야 합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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