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4인 인터뷰 ③]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정부·학계·시민사회 역할 ‘기대’”
[학계 4인 인터뷰 ③]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정부·학계·시민사회 역할 ‘기대’”
  • 정우준 기자
  • 승인 2019.05.2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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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없는 일방적 추진 악영향 ‘초래’ … 부처 이견 조율·긍정 효과 연구 ‘과제’

[지령 753호 기사]

5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판가름할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의 막이 올랐다.
국내외 게임업계와 학계, 의학계, 문화 협·단체들이 해당 안건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안건이 최종 처리될 경우,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게임중독’을 진단할 의학적 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부터는 관계부처 논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과학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과잉 의료화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게임 생태계가 심각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에 본지는 그간 게임에 대한 연구 및 활동을 이어온 서태건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등 학계 전문가 4인을 만나,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Q. 5월 20일 개막한 WHO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의견은?
A.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단정할 수 있는, 혹은 의료적 처방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등재돼있는 타 질병과의 공존질환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환자로 분류할 명확한 기준도 없으며, 자칫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환자화할 수 있습니다. 정작 과다한 게임 이용에 대한 본질적 설명이나 제어 방안을 만드는 데에는 방해가 됩니다.

Q. 만약 ‘게임이용장애’가 도입된다면, 게임산업을 비롯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A.
게임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순간,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병균을 만들어 퍼뜨리거나 보균하는 사람과 동일시됩니다. 
게임의 생산자 및 소비자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간주될테고, 결국 능력 있는 인적자원도 게임산업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입니다. 게임을 하던 사람들 역시 다른 소스로부터 즐거움을 찾으려 할테고, 그것이 조깅이 될지 도박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졸지에 자식이 환자가 된 부모들도 가정·학교에서의 교육이나 문화를 반성하고 개선책을 찾기보다, 병균을 뿌린 게임사를 욕하거나 고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WHO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정확한 진단 및 연구,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특히 미국정신의학회(APA)가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를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지정하고 5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잠정적으로 활용하던 진단기준만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혁신적 연구를 제어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즉,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보다 정확한 연구와 진단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순진한 발상입니다.

Q. 현 상황에서 게임업계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학계, 이용자들이 실천 및 참여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A.
문화체육관광부는 보건복지부와 직접적으로 대화와 토론, 협상을 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국무회의를 통해서라도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게임업게는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게임이 돈을 벌어준다는 자신감만 과시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행성이 극대화된 게임 개발을 지양하고, 게임의 실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울러 학자와 비평가, 시민사회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정적 언론보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결과로 제시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여성 및 인종 혐오적 문화나 사행성과의 결합 등 실존하는 부정적 현상들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Q.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A.
게임은 공격용 허수아비로 세우기 좋은 대상입니다. 공부를 하지 않는 자녀의 부모는 게임 탓을 하면 면책이 되고, 강력사건을 우려하는 치안담당기관도 게임과 욕을 나눠먹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게임을 많이 하는 유저들도 자신의 불안한 삶을 쉽게 게임 탓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정적 귀인 본능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기에 편승한 사이비 연구들도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단지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줄어들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문제를 살펴보면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 확률보다는 또 하나의 공격용 허수아비가 나옴으로써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 대상은 스마트 기기일 수도 있고, EPL(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일 수도 있습니다.

 

[경향게임스=정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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