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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게임 참맛 이끌어낸 신감각 삼국지 '토탈워:삼국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5.28 16:31
  • 수정 2019.05.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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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90년. 동탁 폭정이 극에 달하고, 황건적이 날뛴다. 이에 각지 세력들이 일제히 봉기해 이른바 춘추 전국시대가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삼국. 간웅 조조와 그 일가가 지배하는 위나라와,  도원결의를 맺은 유관장이 날뛰는 촉나라, 강동 호랑이 손견과 손책을 필두로한 손씨 일가가 맞대결을 펼친다. 사마의, 제갈량, 주유가 지략대결을 하고  종요, 마량, 노숙이 정치대결을 펼친다. 각 장수는 일기당천이며, 모사들은 전쟁을 좌우한다. 

나관중 소설 삼국지연의로 인해 전설이 돼버린 '삼국지'는 게임으로 표현돼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코에이 '삼국지'시리즈와 같은 불후의 명작들은 물론 모바일게임이나 웹게임으로도 인기를 끌면서 스테디셀러 중 하나가 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개발사들이 대거 시리즈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 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전설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서양개발팀이 게임 개발에 도전했다. 올해로 20년동안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를 개발한 영국 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샘블리 스튜디오가 자사 대표 전략시뮬레이션 프렌차이즈 '토탈워'에 삼국지 시나리오를 도입, '토탈워:삼국'을 정식 출시했다.

지난 5월 23일 출시된 작품은 출시 3일만에 동시접속자수 20만명을 돌파했다. PC패키지 게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한 번 게임을 시작하는 유저들이 장시간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해당 게임에 평가를 한 유저들을 확인해보면 평균 플레이타임이 30시간에서 50시간이 넘어가는 유저들이 부지기수다. 출시 4일. 하루 평균 7시간에서 10시간 이상 이 게임을 즐겼다. 국내에서는 현재 '로스트아크'와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일간 게임 검색순위 4위에 올랐다. 

계급장떼고 한판, 색다른 삼국지 등장

흔히 여포, 관우, 장비와 같은 맹장들을 일기당천이라 부른다. 한 명으로도 능히 천명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한다. 게임 속 인물들은 천명은 커녕 만명이 와도 다 쓸어버릴것 같은 캐릭터로 표현된다. 그런데 '토탈워:삼국'에서 이들 장수는 그나마 '일반인'에 가깝다. 일기당천은 아니고 일당백쯤은 될법한 포스다. 장수들간 교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무명장수도 장비와 일기토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2:1 전투라면 관우라도 조금은 버겁다. 3:1전투라면 오래 버틸 뿐 이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관우 한명 보다, 듣도 보도 못한 장수 다섯명이 더 쓸모 있고, 듣도 보도 못한 장수 다섯명도 시간만 지나면 관우에 필적하는 맹장으로 자랄 수 있다.

이 게임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일례로 게임 속에서 공융은 북부의 패자다. 지리적 이점을 근간으로 북부를 점령한다. 유비, 조조, 원소가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인 사이 세력을 불리고, 외교전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원소는 조조를 얕잡아 보지 않으며 전력으로 싸운다. 서량의 패자 마등은 한중으로 진출한다. 단순히 보조용 NPC쯤으로 여겨졌던 캐릭터들도 당당히 군주로서 활약해 천하 통일을 위한 경쟁자로서 대등히 싸운다. 초반부터 압도적 어드벤테이지를 기반으로 소위 '밀어주기'를 하던 기존 게임과는 판이한 구도다. 오히려 이 점이 색다른 전략 게임으로서 삼국지를 해석하는 원동력이 됐다. 

전략 시뮬레이션, 두뇌싸움이 주는 쾌감 

반대로 이야기하면 유저 세력은 약하다. 상대도 약하다. 약한자끼리 서로 결투를 펼치다 보니 싸움은 길게 끌린다. 누구도 쉽게 압승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투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초반부 부터 중반부까지 운영할 수 있는 부대 숫자에 한계가 있고, 자원은 결코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속시원한 전투'는 불가능하다. 병사가 충분하면 장군이 모자라고, 장군을 채우면 군자금이 모자란다, 방대한 병력 구축에 성공하면 이제 식량과 군수품이 모자다. 조건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전쟁이 길어지면 각지에서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반란을 제압하고 다시 전선에 나설 때 쯤, 적들은 병력을 복구하고 다시 처음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적 진영을 휩쓸고 지나갔다고 판단하는 순간, 적이 동맹을 맺고 아군 뒤통수를 후려 갈긴다. 심지어 눈꼽만한 병력을 가진 적을 몰아치려고 할때, 적진영 중 두명이 뒤로 기습해 아군 병량고인 농지를 기습해 식량부족을 만드는 전략도 구사한다. 게임은 괴롭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고, 만족할만한 전투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군 인공지능은 엉망인데 적군 인공지능은 기가막히다. 특히 사람은 귀찮아서 쉽게 하기 힘든 전략들을 꺼리낌 없이 시도한다. 대신 이 고난을 뚫고 적을 제압할 때 쾌감이 등뒤를 타고 올라온다. 

병종과 무기, 기술활용해 난관 돌파

게임은 한마디로 말해 어렵다.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은 계속 '고통'속에 시간을 보내다가 세력이 전멸 당하는 굴욕을 맛볼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개발사도 유저편인지라 해법을 만들어 뒀다.

우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상성이다. 각 병과 사이에는 상성이 존재한다. 가위, 바위, 보식 상성인데 기병은 검병에 강하지만 창병에 약하다. 창병은 궁병에 약하고, 검병은 방어가 든든한 식이다. 때문에 적 조합을 미리 파악하면 이기는 조합으로 설계가 가능하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특성상 빠르게 병력을 운영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 강화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마린이 보이면 럴커를 뽑고, 히드라가 보이면 리버를 뽑듯 운영하는 식이다. 전투에 들어갈때도 마찬가지. 기마병을 데리고 창병에 돌진한다거나, 궁병을 데리고 방패든 전사들에 화살을 쏘는 일을 줄여 나가는 것으로 플레이를 보완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장비를 확인해야 한다. 각 영웅들 차이는 크지 않지만 무기와 갑옷 차이는 크다. 기초 무기 공격력이 단 20에 불과하지만 한방에 1천씩 때리는 무기들도 등장한다. 그렇기에 수시로 강한 무기와 갑옷, 말등을 확보하고 장수들에게 선사하면서 상대 장수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조금씩 상대를 무찔러나가면 경험이 쌓인다. 경험이 쌓인 아군 장수는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오르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각 장수별로 스킬 트리가 조금씩 다른데 게임상에서 강력한 버프 효과를 지원한다. 일례로 제갈량이 가진 기술 중 하나는 원거리 공격 데미지를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장비가 가진 스킬 중 하나는 기병대를 활용해 적을 뚫고 지나갈 수 있으며, 관우가 가진 스킬 중 하나는 검을 휘두르면 주변 적들이 공포에 떨어 도망친다. 이를 활용하게 되면 아무리 어려운 전투라도 반전을 이끌어낼 희망이 될 수 있다. 

 

해 본자 만이 맛을 안다

게임은 막바지로 향하면 향할 수록 어렵다. 타 삼국지 시리즈가 초반부에 난이도가 어렵고 중후반에 쉬워지는 반면 이 게임은 초반부에 난이도가 쉽고 중후반부로 가면갈수록 괴롭기 그지 없다.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방심할 수 없는 점이 특징이다. 외교나 속국 없이 완벽한 통일을 이끌어 내는 일은 진심으로 어려운 일이다. 기자는 난이도를 보통으로 시작했고 60시간만에 낙양을 탈환했다. 그러자 그토록 이를 갈며 싸우던 조조와 원소, 손권까지 힘을 합세해 일제히 공격해왔다. 널널하던 후방 전선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주유와 사마의가 보급로를 끊는 가운데 막강하던 세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동탁꼴이 난 셈이다. 모두 버리고 낙양으로 집결했다.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병력을 구성했고 민생 파탄이 나건말건 일단 20개 군대를 편성했다. 장수가 모자라 4개 군대는 마련치 못했다. 각 마을당 최소 1부대. 접경지역에는 2부대를 편성하고 나서야 숨통이 틔인다.

그런데 결국 보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낙양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면서 국지전에 돌입했다. 유비와 관우, 장비는 죽었고 조조와 손씨일가도 죽었다. 그리고 정체 모를 장수들과 함께 통일을 위한 막바지 전쟁 중이다. 여전히 전쟁은 진행중으로 엔딩을 볼때까지는 몇주는 더 끌 것으로 보인다. 엔딩을 본 뒤에 리뷰를 쓰는 원칙을 깨버린, 흔치 않은 게임 중 하나다. 과정은 괴롭다. 게임을 새로 시작하고픈 욕구와, 난제를 돌파하고픈 욕구 사이에서 치열히 싸운다. 힘들다. 그러나 재미있다. 작은 승리에 기뻐하고 큰 패배에 절망하지만 다시금 희망의 끈을 놓고 게임을 플레이한다. 이 게임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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