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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자 대표 “게임중독 도입은 모순”

  • 판교=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05.28 17:57
  • 수정 2019.05.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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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한국게임개발자협회를 비롯한 게임 제작자 대표자들은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소재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규탄 및 국내 도입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경향게임스
사진=경향게임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한국인디게임협회 최 훈 회장,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전명진 회장,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 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 게임 개발자 출신인 ‘G식백과’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참석했다. 

이날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 WHO의 ICD-10에 동성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이후 세계적인 비판이 뒤따르자 수정판에서 삭제한 사례를 들어 게임이용장애 등재를 비판했다. 특히 물질중독의 9가지 기준 중 5가지를 삭제하고 애매모호한 4가지 기준만을 내세운데 대해 학술적 검증과 연구가 부족한 기준이라며 수백만의 국민을 잠재적 중독 환자로 치부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를 대상으로 게임에 대한 선입견과 몰이해부터 우선 깨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먼저 공동성명문을 낭독한 뒤, 약 5분간의 개인 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은 게임 과몰입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던 건국대 정의준 교수의 연구결과를 예시로 들었다. 게임 과몰입군 청소년 2,000명을 5년간 연구관찰한 결과 98.5%의 아이들이 별도 치료나 상담 없이도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질병코드 부여 및 도입 이전에 사회적 합의 및 게임 이용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29일 공대위 출범을 시장으로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며, 산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인디게임협회 최 훈 회장은 이번 게임 질병코드 도입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큰 이슈이며, 게임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에 대한 악영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게임은 문화적 요소와 창의력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로 정의되며, 무형 문화콘텐츠로 손색이 없기에 게임이라는 장르 하나에만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것이다.
또한 질병코드 도입은 산업 위축을 초래하며, 독창성 있는 게임에 집중하는 인디게임 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쳐 다양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넥슨 노동조합 배수찬 지회장은 게임업계 노동조합은 노동자 전부를 대변하는 것으로, 사업, 음악 등을 모두 포괄하기에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어려웠지만 실제 조합 내 설문조사 결과는 공대위 참여에 힘이 실렸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 등보다 사회적 차별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적인 상식 선이라면 게임의 중독성 문제가 업계에서 가장 크게 대두돼야 함에도 그렇지 않음을 지적하며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또한 사교육에 문제가 많음에도 이를 질병으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게임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는 지적이다. 
이어 배 지회장은 게임의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영화가 그러했듯 게임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문화가 될 것이며, 게임을 만만히 보는 것은 그만큼 게임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차상준 지회장은 게임 노동자들은 게임 수요자들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각 개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입시경쟁과 취업경쟁, 워라밸이 무너진 현실에서 게임은 위안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통하지 않는 이들이 게임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규정했으며,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산업 위축이 찾아올 것이기에,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전명진 회장은 ‘게임과 아이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아버지에게 콘솔 게임 콘트롤러를 가져오며 함께 게임을 즐기자고 하는 아이는 게임 중독이 아닌 아버지와 함께 놀고 싶은 것이며, 게임은 새로운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의 게임 이용은 범죄율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인용,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정신과로 가는 것이 아닌,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게임중독의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예방 시민연대 김윤경 국장에 대해 학부모들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지적하며, 자기 자식이 공부를 못하는 것에 대해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게임을 지목했고, 이것이 여러 이권과 얽히며 게임이라는 신생 놀이문화에 몰매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각종 강력사건과 게임을 연결짓는 일부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며 게임업계가 이권집단에 의해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도 신생 놀이문화가 거치는 신고식을 거치고 있지만, 신고식을 너무 심하게 하면 신입생이 죽듯이 게임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산업을 죽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에 대한 인식 악화에 대해 게임업계의 자성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게임 제작자 대표들은 향후 계획으로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인식 개선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 및 대국민 운동을 전개하며, 보건복지부 주도가 아닌 객관적인 민관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석희 회장은 “게임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놀이거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질병코드 부여에 대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당당히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거침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사진=경향게임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회장 (사진=경향게임스)

다음은 성명문 전문.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을 치명적인 중독 물질로 규정한 WHO의 게임질병 코드 부여 결과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보건복지부의 국내 도입을 적극 반대한다.
 
국내 게임 산업이 태동한 후 지난 30여년간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은 아이들의 놀이’라고 치부해왔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새로운 문화 산업의 신 개척자라는 사명감과 문화 콘텐츠 수출 분야에서도 1등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 및 제작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게임 제작 기술 보유 국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우리는 몇 해 전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포함시키고 그 가치를 폄하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막아내며 굳건히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의 지위를 지켜왔으나, 게임을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치명적인 중독 물질로 치부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기에 아래와 같이 선언을 발표하여 게임의 가치를 지켜 내고자 한다.
 
 
선언
 
하나. 게임은 대중과 함께 숨쉬는 콘텐츠이다.
 
게임은 전체 국민의 70%가 이용하고 있는 건전한 국민 대중 문화이자 국민 놀이 문화이다. 국민 다수가 즐기는 게임과 게임을 행할 자유를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하나. 게임은 창의적인 콘텐츠이다.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만나는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을 통해 창의력이 배양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콘텐츠이다.
 
하나. 게임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콘텐츠이다.
 
사용자는 플레이 중 주도적 학습의 과정을 스스로 터득하고, 학습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되며, 새로운 학습 체계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하나. 게임은 예술적 가치를 포함하는 콘텐츠이다.
 
게임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사실적, 초사실적, 은유적, 낭만적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예술적 가치를 포함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기술적 기반 위해 문학, 미술, 음악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융복합 콘텐츠이다.
 
 
우리 게임 제작자들은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조차 사회적 합의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언론 및 방송에서 게임 중독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원하는 세상의 놀이터는 어른들이 뛰어 놀았던 운동장과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 만이 아니며, 무한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이미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발전하면,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다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과몰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과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 그래서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환경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나쁜 게임이 아닌, 있어서는 안 되는 나쁜 환경을 해결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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