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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화’ 저지활동 시작, 핵심은 ‘인식 개선’

문화예술계 참여, 법적대응 시사 ‘눈길’ … 공조 강화 통한 근본대책 마련이 관건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19.06.03 13:27
  • 수정 2019.06.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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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54호 기사]

지난 5월 25일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 등재 소식이 사회 각계에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WHO의 처사를 비판하며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SNS 캠페인 등의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게임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게임질병코드 도입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했다. 특히 이번에 출범한 공대위에는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문화예술계에서도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향후 보건복지부의 게임이용장애 KCD(한국표준질병분류) 등재 저지와 대국민 인식전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법적대응을 비롯해 ‘300인 스파르타’ 조직, 인터넷상 모니터링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련 협단체들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단체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실제 활동에 있어 이들이 잡음 없이 움직이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단순히 게임 질병코드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불신 등도 해결해 나가야 하는 만큼, 한 수 앞을 더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에 출범한 공대위에는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관련 협단체 57개와 대학 관련학과 33개 등 총 90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게임의 질병화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체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콘텐츠산업 위축 우려
공대위 측 관계자들은 출범식 현장에서부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항의의 뜻을 강하게 표출했다. 
이들은 e스포츠와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 글로벌 게임문화를 선도해 나가던 자부심을 환기하며 이것이 과거의 영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게임을 적대하는 세력들의 논리가 점점 지능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게임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터넷, 영화, 만화 등에 같은 굴레를 씌울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5월 31일에는 신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게임이용장애’를 ‘게임중독’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게임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함이라는 논리의 이면에는 이를 ‘게임중독’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선입견을 거둘 것을 촉구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게임이 아닌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문화예술 관련 협단체들도 공대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탄압이 다른 문화콘텐츠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의 표시라는 해석이다.
공대위 측에서도 직접 게임의 문화적 기능과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출범식에서 전국 대학생 대표로 나선 중앙대 김주명 학생은 ‘게임 자유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5,000년 역사에서 자랑할 만한 혁신의 산물은 게임이었다는 점을 역설했다. 게임은 젊은이들의 살아있는 문화이며, 지식을 전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으로서의 기능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이같은 게임을 ‘마녀’로 낙인찍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 공대위 주요 관계자들은 WHO와 보건복지부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공대위 주요 관계자들은 WHO와 보건복지부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사항전’ 예고
향후 공대위는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저지와 함께 게임의 순기능과 문화산업적 가치를 알리는 대국민 홍보활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에 더해 병역면제 문제가 걸려있는 국방부와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돼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잠재적 이해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또한 ▲ 공대위의 상설기구화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방문 및 국회의장 면담 ▲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연구 ▲대국민 홍보물 제작 ▲질병코드 도입 관련 모니터링 팀 조직 ▲크리에이터들과의 연대 강화 ▲범국민 차원 국민청원 등을 활동계획으로 제시했다.
특히,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KCD 도입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이와 관련해 자문변호사의 의견을 접수한 상태로, 보건복지부가 게임이용장애의 KCD 도입 근거로 든 통계법 제22조는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참고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도입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질병분류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없었던 만큼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내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위정현 학회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맞설 ‘300인 스파르타’를 조직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을 받았다.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의 기초가 될 결사대를 조직, 이들을 중심으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의 부당함과 이로 인해 초래될 관련산업 위축 등의 위험성, 게임이 가진 긍정적 가치들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게임이용장애 등재 소식에 ‘절망을 느꼈다’며 깊은 회한을 드러냈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게임이용장애 등재 소식에 ‘절망을 느꼈다’며 깊은 회한을 드러냈다

‘하나의 목소리’ 절실
일각에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의 역할 분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출범식 전날 국회에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위정현 학회장은 공대위 내부 TF에서 협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관련 활동에 대해 제대로 조율이 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강신철 회장이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협회 주요 인사가 공대위 주요 관계자로 나서지 않은 점도 이같은 의문을 키우는 요소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전문가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개발자로 전면에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강경한 태도는 자칫 ‘과잉대표’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실제 활동에 있어서도 참여단체 간 잡음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만큼, 먼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주요 단체들과 긴밀하게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새로운 게임문화 확산에 있어서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의 즐거움을 문화로 각인시키지 못했던 지난날을 교훈삼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인정받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코드 도입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관련업계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지 못했던 것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확률형아이템 사행성 논란 등에 대해서도 업계 전체의 관심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류의 원동력인 게임이 무엇을 잘못했는가에 대한 회한이 있다”며 “이번에 출범한 공대위는 새로운 게임문화, 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장이 되기위해 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산업을 넘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관련업계와 학계, 공공기관 등이 하나로 결집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모처럼 게임인들의 목소리들이 뭉쳐진 만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희망해본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 참여 단체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57개>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영화학회,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한국애니메이션학회, 청년문화포럼 청년정책위원회, 한국VRAR산업협회,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게임문화재단,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문화산업정책협의회,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청년문화포럼 문화예술위원회, 게임인연대, 한국웹툰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한국캐릭터학회, 한국컴퓨터그래픽산업협의회, 한국문화경제학회, 한국e스포츠협회, 부산영화영상산업협회, 부산애니메이션협회, 부산게임협회, 부산정보기술협회,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콘텐츠경영연구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오픈넷, 한국경영정보학회, 데브코리아,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한국생산성학회, 한국정보사회학회, 한국미디어경영학회, 국제지역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게임물관리위원회, 성남산업진흥원,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서울산업진흥원

 

<대학 관련학과 33개>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계원예술대학교 게임미디어과, 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 동부산대학교 게임컨설팅과, 동서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부, 동서울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동의대학교 디지털콘텐츠 게임애니메이션공학부 게임애니메이션전공, 배제대학교 게임공학과, 상명대학교 게임학과,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예원예술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용인송담대학교 컴퓨터게임과, 전주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기술학과, 중앙대학교 게임&인터렉티브미디어 융합전공, 한국IT전문학교 게임스쿨, 호서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나사렛대학교 방송영상콘텐츠학과, 전남과학대학교 게임제작과, 명지전문대학교 소프트웨어콘텐츠과,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아현산업정보학교,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스쿨, 광운대학교 스마트융합대학원 게임학과,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전공, 강동대학교 만화애니케이션콘텐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게임공학부, 부산경상대학교 IT콘텐츠계열, 두원공과대학교 스마트IT학과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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