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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게임계 전설 '칭송받는 자' 17년만에 정식한글화 출시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9.06.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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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송받는 자'시리즈가 공식 한글화 돼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가 과감한 선택을 했다. 덕분에 기자 생활 13년만에 당당하게 이 시리즈를 리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늘이 두쪽나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감회가 남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이 게임은 사실 '에로 게임'. 그러니까 성인 게임 분야에 속하는 작품이다. 국내 출시는 성인용 장면들을 대거 삭제하고 당당히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덕분에 리뷰가 가능한 시대가 왔다. 

먼저, 이 게임을 개발한 팀은 전설적인 성인 게임 개발팀 리프다. '동급생', '취작'등으로 당대를 호령했던 그 브랜드다. 유통사는 아쿠아플러스. '화이트 앨범', '투 하트'등 게임성과 시나리오, 베드씬 삼박자를 소화하며 소위 '어둠의 세계'에서 전설을 쓰던 개발사다. 

이들은 지난 2002년 야심작인 '칭송받는 자'를 출시했다. 당초 SRPG를 만들고 싶어서 출발한 프로젝트라고 제작사 측은 밝히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항상 방대한 시나리오와 캐릭터성으로 무장한 SRPG를 발매했고, 그것이 소위 '대박을 터트리며' 부활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같은 시도는 이어졌고, 결과는 두말할 필요 없이 대박이 터졌다. 

'칭송받는 자'는 아쿠아플러스가 유통한 작품 중에도 손에 꼽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 됐다. 구체적인 판매량은 공개돼지 않았으나 관련 설문조사, 팬투표 등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관련 작품은 애니메이션화 돼 성황리에 발매되기도 했고, 이에 힘입어 연작으로 3개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다. 무려 17년전 게임을 새롭게 출시하게된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게임은 당당히 '현역'이라고 할만한 인기를 누리며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한글화돼 발매된 게임 패키지는 국내에서 품귀 현상이 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게임 1편은 '2배이상 웃돈을 주고도 사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돈다. 그 만큼 잘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실제 게임은 사실 '비주얼 노벨'에 SRPG를 결합한 게임에 가깝다. 각 시리즈별 플레이타임은 약 30시간. 1시간에서 1시간 30분동안 시나리오를 전개하고, 전투를 치른 다음 다시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식으로 게임은 전개된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제작사는 다년간 비주얼노벨을 제작해온 기업. 게이머들과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기가막히게 알고 있는 개발사로 지루할 틈 없는 시나리오를 쏟아 낸다. 톡톡튀는 캐릭터들이 함께 뒤엉켜 만들어내는 개그와 일상생활, 그 가운데 숨겨진 복선과 스토리텔링은 현 시대에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를 뿜어 낸다. 

그 첫번째 시리즈 '칭송받는 자:흩어저 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는 기억을 잃은 한 남자 시선으로 풀어 나가는 1인칭 비주얼 노벨로 출발한다. 기억을 잃고 배회하던 이 남자는 어느날 한 산골 처녀 눈에 띄어 구조되면서 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따뜻한 시골인심에 녹아나는 남자는 자신이 가진 기억과 능력을 총 동원해 시골 마을을 부흥시키고, 주변 사람들을 돕거나 도움을 받으면서 따뜻한 시골총각으로 거듭난다. 어느날 외부 세력들이 들어와 마을을 짓밟기 시작하고 이 남자는 반기를 든다.

장시간동안 스토리가 진행되고 나면 이제 전투가 시작된다. 전투는 SRPG형태. 시나리오상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유닛'으로 등장해 캐릭터를 움직여가며 적들을 상대한다. 해당 캐릭터 차례가 오면 이동을 해서 공격을 하거나, 도구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전투를 진행한다. 이 때 상대방에게 공격명력을 내리면 '연격'화면으로 전환되는데, 공격 모션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기력게이지가 쌓이고, 기력게이지가 100까지 쌓이면 필살기를 쓰는 식으로 게임은 진행된다. 

사실 게임 난이도는 상당히 쉬운 편. 전투를 끝내 얻는 경험치로 공격력만 업그레이드해도 하드난이도 조차 쉽게 클리어할 정도로 쉬운 난이도다. 그렇다보니 SRPG형 전투는 쉬어가는 코너처럼 느껴지고 시나리오에 좀 더 비중이 가도록 설계돼 있다. 그렇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한 전투를 기대하는 SPRG팬들에게는 비교적 짧은 분량(20화 남짓)으로 구성된 전투가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있다.

반대로 스토리텔링을 중점적으로 보는 비주얼노벨 팬들에게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장시간동안 '쉬어가는 포인트'없이 쏟아지는 시나리오 탓에 조금은 지루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질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개발사가 준비해둔 '쉬어가는 포인트'가 모두 검열 대상에 포함돼 삭제되면서 포인트를 잃은 점이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다. 혹자들에게는 추억속 한켠에 자리잡은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또 혹자들에게는 요즘 뜸한 일본 SRPG를 다시 한번 즐길 수 있는 매개체가, 또 혹자들에게는 장편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한 스토리 텔링이 강점으로 손꼽힌다. 특히 최근 진행된 플레이스테이션4 할인을 통해 비교적 싼 가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도 강점 중 하나다. 풀프라이스로 즐기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할인이 적용된 게임은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다.

가끔 추억을 꺼내 들여다 보면 '이질감'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추억 보정'을 통해 기억은 상당히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미화'가 아니다. 오히려 '재평가'에 가깝다. 철부지시절 그저 넘기기 버튼을 눌렀던 기자의 과거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게임은 충실하다. 게임 속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기술, 게임 속 캐릭터를 마치 친구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기술, 그리고 그 장치들을 기가막히게 활용해 사람을 울리고, 웃기고, 곱씹게 만드는 기술은 이 작품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케 만든다. 엔딩을 보면 그에 걸맞는 후유증이 있는 작품이니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을 때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권장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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