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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 자체가 의미

기고자: 홍미남 플레이메피스토왈츠 대표 

  • 정리=이준수 기자 omega@khplus.kr
  • 입력 2019.06.28 11:31
  • 수정 2019.06.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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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55호 기사]

게임 중독, 정확히는 Gaming Disoder가 WHO에서 질병으로 분류됐다. 보건복지부는 WHO 권고 결정이 나온 직후인 5월 26일 “6월 관계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준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과몰입이라는 것은 게임 중독을 질병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사업적 부류와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낳은 생각이다. 이들은 게임이 무의미하며 오히려 유해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과몰입한다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유희는 인간의 본성이고,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는 행위에 대해선 과몰입의 기간이 있다.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의 과몰입 사례를 살펴보자.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은 바둑에 과몰입한 사람들이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에 과몰입한 사람이다. 박지성과 손흥민은 축구에 과몰입했고 박태환은 수영에 과몰입했다. 김영하와 조정래는 소설에 과몰입했으며 이병헌과 송강호는 연기에 과몰입했다. 박찬욱과 봉준호는 영화에 과몰입했으며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BTS는 음악에 과몰입했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연기 지망생 친구가 자기 방에서 홀로 스크립트를 읽으며 연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웃기고 한심해보일 수도 있지만 유해한 일은 아닐 뿐더러 무의미하지도 않고 꿈을 위한 여정일 수 있다.

이들 모든 행위가 유희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게임이 유해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위해 산업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은 앞선 예들과 달리 생산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우리나라에 가져다주는 수익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과격한 비유로 방탄소년단의 2018년 매출은 2142억 원, 영업이익 641억 원이다. 같은 해 엔씨소프트는 매출 1조 7151억 원, 영업이익 6149억 원이다. 프로게이머 ‘페이커’는 국내 프로선수 중 연봉 1위이다. 

실제로 게임으로 인해 생활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름이 지어지고 정책으로 분류되는 순간 실체가 되고 권위를 가지게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는 김춘수의 시처럼. 질병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환자가 생겨나고 세대간의 차이, 소통의 부재와 함께 사회적인 문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 홍미남 플레이메피스토왈츠 대표 
▲ 홍미남 플레이메피스토왈츠 대표 

 

[경향게임스=이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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