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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게임 중독을 말하는 자! 게임을 아는가? Part 3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19.07.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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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756호 기사]

필자는 지난 2회의 칼럼을 통해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격한 감정을 담아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근거가 부족하고, 이권 단체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개념인지를 이야기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빈약한 근거와 뻔히 보이는 이런 이권 단체의 농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왜 게임 중독 질병 등록에 호의적인지 조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새로운 콘텐츠는 항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성 세대의 저항에 부딪힌다. 지금은 제 9의 예술로 불리고 있지만, 만화는 등장 당시 사람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유해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고 각종 단체에서 주장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라는 이름은 만화 작가로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만화 발표할 때만 사용하던 작가의 필명이다. 그가 작년에 사망했을 때 CNN과 BBC가 주요 뉴스로 이야기했고, 그는 미국 예술 훈장도 받았다. 많은 SNS 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위협할 만큼 문제가 많다고 공격받았고, 메신저 서비스는 학업 혹은 근무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차단 서비스가 개발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500조 원이 넘고, 카카오의 기업 가치는 10조 원이 넘는다.

이런 문제 제기를 가만히 따져보면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반발이다. 알지 못하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만든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학업이나 근로와는 다른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아이들과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게 어떤 의미에서 공포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따라가기 힘든 신기술과 콘텐츠, 사회적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밀려나고 있고, 자신의 설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그들이 모르는 것을 매도하도록 조장한다. 이럴 때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꼰대”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1970년대 국내에서도 만화를 보고 자라지 못한 기성세대는 만화 추방 캠페인을 벌렸다. 만화가 어린이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학입시제가 폐지돼 공부할 것이 줄어든 아이들이 만화에 빠져있다고 하며 경찰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국내 만화 시장은 기반이 붕괴됐고, 그 자리는 이후 일본 만화들이 차지하였고, 필자 같은 70년대 생이나 80년대 생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일본만화를 보고 자랐다. 웹툰으로 형태가 변했을 뿐 현재까지도, 어른들의 희망처럼 만화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게임업계 종사자는 게임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만행이 게임에 대한 그들의 무지에서 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70년대 국내 만화 산업 붕괴를 그 시절의 꼰대들이 책임지지 않듯이 10년 뒤 국내 게임 산업이 붕괴했다고, 게임 중독을 말하는 이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게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이미지 개선의 노력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우리의 일이다. 10년 뒤 “스탠 리”처럼 예술 훈장을 받는 게임인이 나오길 희망한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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